혁사무당파의 지지모임에 대한 반론에 공감못하며/인간포기

다음 글은 전교조 강원지부 7월 30일자 자게판에 올라온 <▒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전교조에서 이어지다 (4) - [논평] '민주노총 김**성폭력 사건 형사재판 결과에 대한 피해자 지지모임 입장서'에 대하여/ 혁사 무당파>에 대한 반론이다. 생산적인 토론을 위해 전문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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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사무당파의 성폭력 피해자 지지모임에 대한 반론에 공감 못하며...

(글) 인간포기


1. 들어가며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 대한 기사 몇 개 접하면서 왜 이 작자들은 수구보수세력들이 부도덕한 문제를 일으키면 쓰레기들이라고 그렇게 손가락질하고 욕하면서 자기들 내부에서 똑같은 문제가 일어나면 그 쓰레기들과 하나 다를 바 없이 숨기고 감추고 변명하느라 바쁘면서 자기들은 도덕적이고 진보적이라고 끝까지 우기는지 이해를 못했다. 진보를 얘기하는 인간들이 이젠 도덕적 밑천도 없으면 그냥 공권력과 시비 붙는 조폭들과 다를 바 없을 텐데, 뭘 어쩌려고 그러나 싶다. 물론 이젠 이런 게 하나도 신기할 게 없는 평범한 사실이 돼가는 느낌이다. 큰일이다.

이 사건 접하면서 “또냐?“라는 반응을 하면서도 깊은 관심을 갖지 않아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근데, ‘혁사무당파’란 이름으로 올라온 글을 보면서 상황이 좀 안쓰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문제가 이제 전교조 내부로 들어와서 전교조의 자기정화 능력을 시험하게 됐는데, 전교조 하면 선생들 아니나? 선생들이 서로 거짓말하고, 사기치고, 속이고, 우기고, 완전 시궁창 생쥐들 꼴이 되면 이거, 참...물론 교사들 수준이 뭐 별거 있나, 교대생들, 사대생들 시험 볼 때 커닝 숱하게 하고 교사되면 촌지 받고, 무분별한 체벌에 빈번한 인권침해에 아주 개념 없으면서 애들한테는 똑바로 살아라, 폭력 안 된다 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니 뭐 별반 기대할 건 없다만...참다운 교육을 위해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내딛는 진정한 교사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직 구체적인 상황을 전체적으로 이해하진 못했다. 성폭력 사건이란 특수성으로 인해 정보가 제한된 데다, 2차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받은 정진화(전 위원장, 정진후 현 위원장이 아님) 전 위원장과 피해자 간 사실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조사위원회 발표나 두 사람의 글, 그리고 신문기사 등을 종합하면 대강 감은 잡힌다. 일단 이 부분은 나중으로 미루고 오늘은 혁사무당파가 올린 글에 대해서만 지적하겠다.


2. 강간미수인지 강간기수인지가 본질인가?

인터넷백과사전에서 성폭력은 “성(性)을 매개로 가해지는 신체적 ·언어적 ·심리적 폭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에 가면 성폭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강간이나 강제추행 뿐만 아니라 언어적 성희롱, 음란성 메시지, 몰래카메라 등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가해지는 모든 신체적, 정신적 폭력’. 이에 따르면 성폭력은 범위가 넓고 강간은 성폭력의 한 유형임을 알 수 있다.

많은 나라의 형법에서 강간을 정의할 때 성기삽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성폭력도 그 심각성 정도가 다를 것이다. 남성이 여성에게 강제적으로 가슴부위를 만지는 것과 자신의 성기를 여성의 질에 삽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그 정도를 달리 하고 형량도 달라야 할 것이다.

근데, 만약 강제로 성기가 아닌 손가락이나 다른 물건을 삽입하거나, 또는 혀로 여성의 성기를 핥거나, 아니면 여성의 질이 아닌 항문이나 구강에 삽입하는 등의 경우는 성기 삽입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강간을 당하는 여성들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유린 측면에서 이런 것들에 대해 얼마나 큰 차이를 느낄까?

여성의 인권이 보다 강조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전반적인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인권에 대해 보다 진지한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회라면 성기삽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강간에 대한 기존의 정의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000년을 전후해 몇몇 나라에서는 강간을 보다 넓게 정의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1996년 이탈리아에서는 강간죄를 증명하기 위해 가해자의 사전계획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고, 1997년 독일에서는 강간에 대해 성기삽입을 포함하지 않아도 성폭력으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덴마크 법은 성기나 그 밖의 신체의 일부 또는 다른 물건에 의한 항문, 구강, 질 삽입을 강간으로 보고 있다. 역시 2004년 4월부터 발효 중인 영국과 웨일즈의 성폭력법도 강간의 정의를 기존의 성기의 질과 항문삽입에서 구강삽입까지 포함하여 그 정의를 확대하고 있다. 또 신체의 일부나 다른 물건으로 질이나 항문에 삽입하는 성폭력의 경우 강간과 같은 형량을 가할 수 있게 했다. 심지어 르완다 내전에 대한 국제형사특별재판소의 경우 전쟁범죄로서의 특수성이 있지만 ‘강박에 놓인 상태에서 성적으로 범한 신체적 침해’로 강간을 넓게 정의하고 있다 (Encyclopedia of rape By Merril D. Smith 169-170p).

물론 국내에서도 강간피해자의 범위를 법적으로는 아직 여성일반(부녀)에 한정시키고 있지만 성전환자나 부부사이의 강간에 대해서도 강간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또 피해자 범주에 남성도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퍼지고 있다. 성범죄를 심각하게 여기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시대적 추세를 반증하는 것일 텐데, 특히 성폭력 피해자 대다수가 어느 곳에서나 주로 남성보다 생물학적으로 완력에서 밀리는 여성들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산타크루즈 캠퍼스 강간예방교육센터의 통계수치에 따르면 전세계 신고가 접수된 강간 사례의 피해자 90~91%는 여성이다: 위키백과) 대다수라는 점에서 지지자 모임의 성기삽입에 한정된 강간 정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혁사무당파가 비꼬듯이 ‘강간미수도 강간이다’는 식으로 비약해서 들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혁사무당파의 주장이 위험한 것은 마치 강간미수냐 강간기수냐로 문제를 구분해서 ‘강간미수 정도’(?)를 갖고 지지자 모임이 문제를 확대한다는 식으로 들릴 수 있으며 이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주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사태의 핵심이 ‘강간미수냐 강간기수냐의 법리논쟁’이 아닐 뿐더러 문제의 본질은 어떻게 사회적 상식으로 봐서도 중대범죄로 여겨지는 성폭력이 도덕적 정당성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 진보진영에서 일어났느냐는 것이고, 심지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인권이 수차례 무참히 짓밟히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를 하루 빨리 정상적으로 해결해서 책임질 사람들이 제대로 책임을 지고 피해자의 아픔과 상처를 위로하고 치료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최소한의 국민적 신뢰라도 얻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3. 선무당이 칼춤 추듯 비약이 난무한다

‘혁사무당파’는 선생일까? 선생이면 큰일이다. 애들이 뭘 배울까 걱정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냉철하고 이성적인 논리와 사고력을 키워 사리를 제대로 분별하고 비판적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혁사무당파의 논리를 보면 그런 걸 예상하기가 힘들다. 다음의 예를 보자.


(현행법상 강간은) “성기삽입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가부장적 인식”(지지자 모임)
→ 강간미수와 강간을 구분하지 말고 처분하라? (혁사무당파의 해석)

지지자 모임이 초법적 기구가 아닌 이상 이런 주장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전교조가 툭하면 내세우는‘입시제도 철폐’를 당장 철폐할 수 있는 주장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혁사무당파는 집회나 시위현장에 가지 말길 바란다. 단순한 문제제기와 실제적 요구사항을 구분하지 못하면, 그 무수한 투쟁구호에 흥분해서 심장마비 안 일으키겠나?


“...이들 논리대로라면 성폭력 미수가 성폭력(강간)으로 간주되는 만큼 조만간 언어성폭력도 이 범주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혁사무당파의 논리)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언어성폭력을 성폭력의 최고 수위인 강간으로 규정하는 나라는 없고, 그렇게 될 공산이 크다고 보는 엄청난 예지력 아니면 인권감수성을 가진 사람은 대한민국 '혁사무당파' 딱 한 명 빼놓고는 없는 것으로 안다. 심지어 위에서 밝혔듯 내전으로 인한 전쟁범죄로 인해 무수한 여성들이 강간을 당한 끔찍한 르완다에 대해서도 국제형사특별재판소의 정의는 어디 까지나 ‘신체적 침해‘(a physical invasion)이다. 언어성폭력도 성폭력인 이상 가볍게 볼 게 아니지만 가해자가 성적 욕설이나 음담패설, 조롱으로 목청껏 외쳐 피해자의 고막을 터뜨리지 않는 이상 언어성폭력을 강간으로 규정하기는 힘들 거다. 어떻게 지지자 모임을 이렇게까지 부풀려 해석하는 게 가능할까? 진짜 신기하다.


‘재판부의 손해배상 합의를 인정하는 판결 관행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될 수 있다.’ (지지자 모임)

→ 가해자에게 현행법을 넘어선 최고형(사형)을 집행하라? (혁사무당파의 해석)

일반적 재산손괴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물건으로 대체하거나 금전배상을 통해서 어느 정도 손해배상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워낙 애지중지하게 여긴 물건이면 좀 다를 수 있긴 할 것이다. 그러나 원상태로의 보전이 불가능한 상황들, 특히 성폭력과 같이 오랜 시간, 심지어 평생 동안 씻을 수 없는 상처로 한 개인의 삶과 영혼을 철저히 파탄내고, 한 가족 공동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성범죄의 경우 단순한 금전배상으로 해결되는 관행이 그렇게 바람직하게만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성범죄의 사안을 좀 중대히 여길 필요가 있다는 얘기겠다. 지지자들 모임의 주장을 이렇게 해석할 수는 없을까? 근데, 이들 주장을 이렇게 해석하지는 못한다 해도 이들 주장 어디에서 가해자에게 사형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가 있나? 진짜 대단한 독해력이 아닐 수 없다.


4. 마치며

본문에 ‘혁사무당파’가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내린 양형에 대해서 언급한 얘기가 있다. 비슷한 판례나, 양형기준 등을 제시하지 않고 무슨 판사처럼 현행법상 최고형이라는 ‘혁사무당파’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여길 만한 근거는 없다. 게다가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관행을 보나 성추행 교사들의 징계사례를 보나 우리 사회가 성범죄에 대해 얼마나 따듯한 아량과 용서의 관행을 갖고 있는 지는 전교조에서 더 잘 알 것이다. 이 번 사태가 또 한 번 그러한 아름다운 ‘귀감’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어 여러 가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확신 있게 다가갈 수 있겠으나 나는 전교조나 민주노총, 피해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단지 진보세력의 위선과 가식에 역겨움을 느끼는 사람이자 이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을 뿐이고, 특히 혁사무당파의 글이 여론플레이로 밖에 안보여 짜증이 나서 이 글을 쓰게 됐다.

여러 가지 살펴보면서 80%정도 심증은 가나 여전히 확신은 못하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처럼 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 그리고 전교조 성폭력징계위원회의 결정의 일관된 판단을 보며 문제가 제대로 풀리나 했다가, 이번 전교조 성폭력재심징계위원회의 정반대되는 결정에 많은 혼란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이 날 뛰면서 문제는 점점 이상하게 꼬일 수 있다.

참과 거짓을 가리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공개할 수 있는 정보들이 현 집행부 차원에서 공개돼야 하고 현 집행부가 이 문제를 좀 더 제대로 풀기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할 때이다. 관련자들도 그렇고 특히 피해자가 느끼는 여러 혼란과 힘겨운 상황을 생각한다면 더욱 성의 있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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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 전교조 , 민주노총 , 지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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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nseksrmrqhr

    법은 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불법적인 가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피해자에게 주는 것이라는 대답에는 의심의 여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사후 비슷한 사건에 대한 판례의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말이다.도덕성이란 비단 진보세력에만 적응되야할 문제가 아니라 모든 행위 (정치,경제,사회,문화적...)에 절대적으로 우선시 되어야할 것이라 본다.

  • 지나가는이

    진보진영과 관련없다면서 이런데 글은 왜 올리는지 모르겠네...

    진보진영이 도덕선생인가? 언제 진보진영이 도덕적 윤리성을 기반으로 운동을 했다는 것인가? 계급간의 밥그릇과 밥그릇을 쟁취하기 위한 여건을 더 낫게 하기 위해 싸웠지.
    보수세력은 항상 진보진영이 도덕적 윤리성을 기반으로 싸워왔다고 "멋대로 가정"하고,진보진영이 위선을 떤다고 지껄여댔는데 위의 글을 보면 말하는 방식이 똑같구만.
    진보진영은 도덕적 윤리성을 기본으로 내세운 적이 없다. 다만 가끔식 지배자들이 겉으로는 도덕을 얘기하면서 뒤로는 호박씨까는 것을 지적했을 뿐이지. 지적한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고, 도덕적 윤리성을 근거로 활동해왔다고 하는 건 그렇게 가정하고 진보진영을 비난하려는 의도로 그렇게 멋대로 가정하는 거지.

    그리고 공권력이 무슨 신성한 건가? 도덕성 없이 대들면 깡패라니? 진보진영이 도덕성 가지고 대들었나? 지배자들의 밥그릇에 대항해 피지배잗르의 밥그릇을 쟁취하기 위해 대들었지.
    (글에 공권력에 대한 신성시도 담겨있구만)

    필자는 기본적 사실이나 알고 제대로 글을 쓰길 바란다. 아니면 조선일보에나 기고하시던지. 깨끗한 지배자 나리들이라서 운동권 역겹다고 하니 좋아하겠군.
    (운동권 싸잡아 비난하는 건 또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