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련 "장애인·이주노동자 등 차별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한국인권뉴스 2010. 1. 2]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하여 (2)
-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소수자 차별 철폐를 중심으로”
[책]'일하며 배우는 노동자 교양도서' 중에서. 사노련刊


□ 사회적 차별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과 지위를 갖기 위한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 능력과 지위를 갖추지 못하면 누구나 차별받을 수 있고 소외당하는 현실에 살고 있다. 차별은 때론 고정관념이나 편견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과 인식 속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다.

먼저, 우리가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차별, 여성에 대한 차별, 학력·학벌에 대한 차별, 신체·외모에 대한 차별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욕하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이주노동자),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장애인), “단지 동성을 사랑했을 뿐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다”(동성애자)라는 노동자들의 외침을 들을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차별은 왜 생겨났을까? 그것은 우리의 일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먼저 차별을 세 가지 수준으로 나누어보자. 이를테면 A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맞벌이 부부가 있다. 직장 상사가 회사가 어려우니까 남편을 위해서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얘기한다면, 이는 분명 여성차별이자 ‘개인차별’이다. 그리고 A회사 자본가들이 이를 더욱 조장한다면 ‘제도적 차별’이 된다. 더 나아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실시한 결과, 정규직/비정규직 비율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면 이는 ‘구조적 차별’이다.

위에서 예를 든 것 같이, 개인적 차별은 누구나 느낄 수 있고 분노한다. 그런데 문제는 제도적 차별과 구조적 차별이다. 특히 구조적 차별은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구조적 차별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2004년에 실시된 ‘차별’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보자. 국민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로 장애인 차별, 학력이나 학벌에 따른 차별, 이주(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외모에 따른 차별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위 조사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차별로는 장애인 차별, 성 차별, 비정규직 차별, 연령에 따른 차별, 학력이나 학벌에 따른 차별 등을 주요하게 꼽고 있다. 그리고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국가인권위에 접수된 차별 진정 건은 2,136건인데, 사유별로 보면 사회적 신분, 장애, 성별, 나이, 학력/학벌, 출신국가 등의 순이다.

2007년 10월 2일, 법무부는 공고를 통해 차별금지법의 개략적인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공고에 나온 차별금지법을 보자.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전력, 보호처분, 성적지향, 학력(學歷),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며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를 규정한 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헌법 및 국제 인권규범의 이념을 실현하고 전반적인 인권 향상과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보호를 도모함과 아울러 궁극적으로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

차별금지법은 인간의 기본권을 박탈당할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법적 근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07년 10월 31일, 법무부는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안의 차별금지대상에서 ‘성적지향’을 비롯하여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등 7개 항목을 삭제한 채 ‘누더기 차별금지법’을 확정했다. 법무부가 확정한 ‘누더기 차별금지법’의 목적은 저들만의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법무부가 ‘왜’ 차별을 조장하고, 법적으로 보장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을 통해 우리는 개인적·제도적·구조적 차별이, 자본주의 체제 원리 그리고 국가 문제와 서로 깊숙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자본주의 가치기준과 차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다. 자본주의 사회는 본질적으로 상품경제가 지배하는 사회다. 모든 생산물이 상품으로 생산되고 상품으로 교환된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의 노동력 자체도 상품화되고, 자본과 임금노동의 관계가 성립된다. 자본주의는 소수의 자본가가 생산수단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다수의 직접 생산자인 노동자는 생산수단으로부터 분리된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판매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러면 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질서는 무엇일까? 자본주의 생산과 재생산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기 위한 경쟁과 적자생존의 법칙이 절대로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하는 가치기준(척도)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듣고 있는 시장원리, 이윤창출, 생산성 제일주의, 상품 가치, 경쟁 등이 우리 사회 가치기준이 된다. 다시 말하면,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이 되는 기본 질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기준은 우리 사회의 제도와 관습, 행동, 사고 등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각 나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자본주의 기본 질서와 체계에 부적합하면, 우리는 언제나 억압과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억압과 차별은 자본주의 사회의 주요 산물이다.


□ 국가와 민족의 단결

차별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국가의 문제를 보자. 자본주의 생산은 국가 단위로 발전해 왔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국가-민족 단위의 단결을 불러일으킨다. 이를테면 한국사회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한민족’, ‘배달의 민족’ 정신이 강조된 사회다. 그래서 민족주의 생각이 강한 사회다. 민족주의가 강하다는 것은 애국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애국주의는 국민을 주권자로 하고, ‘외국인’을 배격한다. 이러한 국가-민족단위의 기본신념은 공공연한 선전으로 이어지고, ‘국민’을 만든다. 국가는 일정한 기준을 갖고 ‘표준어’, ‘성’, ‘인종’, ‘국적’, ‘직업’, ‘출신지역’ 등을 분류하고 보편화하고, 계급적으로 관리한다. 다시 말해 국가가 나서서, 적합한 ‘국민 표준기준’을 만든다. 이러한 ‘국민 표준기준’은 자본주의 ‘가치척도’인 시장원리, 이윤창출, 생산성 제일주의, 상품 가치, 경쟁 등과 함께 결합된다.

국가의 국민 표준 기준에 벗어난, 이주(외국인)노동자, 인종, 소수민족, 사상범, 전과자, 장애자, 동성애자, AIDS(에이즈) 환자 등이 차별화되고 배제된다. 특히 서구 중심적 인종주의는 유럽인의 두개골을 기본형으로 과학적 인종주의를 주창하고, 국민국가 형성에 공범관계를 이룬다. 사실 인종이란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는 환상의 산물이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은 이를 잘 보여주는데, 400만의 유대인 학살과 더불어 30여만 명의 동성애자들이 가스실로 갔다.


□ 장애인

자본주의 ‘국민 표준 기준’에 비추어보면 장애인은 ‘비효율적인 노동력’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장애인은 ‘무능력자’라는 편견이 만들어진다.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편견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무시와 혐오로 나타난다.

2004년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은 153만 명이며, 남자가 여자보다 2배가량 높다. 그런데 사회적 낙인과 편견 때문에 상당수의 장애인이 등록하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0%를 장애인으로 보고 있다. 장애의 발생원인은 89.4%가 후천적인 것이다. 전체 장애인의 50% 이상이 초등학교 졸업 또는 무학의 상태이며, 장애인 20%가 1주일에 1회 이하로 외출을 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장애인은 70% 이상이 실업상태에 놓여 있어, 경제적 생존 자체가 힘든 상태다. 더구나 정부의 장애인 연금이 지나치게 협소해서 대다수의 장애인이 배제되어 있다.

이처럼 장애인은 철저하게 교육, 이동, 경제적 측면에서 차별받고 있으며,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조장’ 아래 지속적인 장애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언론에서 접하는 것은 장애인 시설 비리나 무차별적 폭력 등의 사건이다. 그리고 장애인 차별 해소를 따질 때, 단순히 동물원적인 시설의 편안함이나 안락함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박애주의 시각과 종교적 시각’에 안주하게 만든다.

비장애인의 눈으로는 장애인의 일상적인 불편과 고통을 알 수 없다. 사회생활 편의시설 자체가 비장애인 위주로 설치·운영되고 있다. 장애인들이 온 몸에 쇠사슬을 묶고 지하철 선로에서 투쟁을 벌인 이동권 투쟁은 서울시를 상대로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접근권, 즉 지하철의 엘리베이터 설치와 저상버스 도입을 주장하고 쟁취해 냈다. 또한 전동 휠체어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문제가 이슈가 되어 중증 장애인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사무실을 점거하며 투쟁한 사건도 있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저상버스’, ‘전동 휠체어’, ‘건강보험’ 투쟁은 정부의 전문가 위주 정책과 관료주의에 대항하는 장애 노동자 투쟁으로 위치지울 수 있다. 즉 장애 현장에서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투쟁이었다.

이처럼 장애 노동자 투쟁은, 일본의 한 중증장애인 단체가 “우리의 신체성(身體性) 자체가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 이주노동자

이주노동은 전지구화(세계화)의 물결이자, 국가 간의 일자리를 구할 기회와 임금의 격차가 있는 한 지속되는 현상이다. 국가의 경계를 넘는 이주노동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가 늘기 시작한 것은, 한국의 산업구조 자체가 고임금의 노동시장과 저임금의 노동시장으로 구분돼 있고, 두 시장에서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이 다르게 이루어지면서,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저임금 산업에서 인력부족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 들어 온 것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국내 노동자들의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관광이나 단기 사증으로 한국에 입국해서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992년에는 중국과의 국교수립으로 중국교포(조선족)들이 대거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1991년 정부는 중소기업 생산직 인력난에 대처하기 위해서 산업연수제도를 실시한다. 이른바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제도’다. 그러나 산업연수생은 5%에 지나지 않았고, 80%가 미등록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였다. 대다수 이주노동자는 임금체불, 산업재해, 직업병, 부당해고, 성적차별12) 등 ‘현대판 노예제’에 시달렸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들이 ‘피부색’에 근거해서 자신들을 폭행 차별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인종적 편견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시안(코리안과 아시아인의 합성어) 가족’의 혼혈아에 대한 무시와 멸시는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한민족 혈통주의’를 보여준다.

2003년 정부는 고용허가제 실시를 앞두고 전면적인 불법 체류자 단속을 시작했다. 2004년 5월 이주노동자들은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요구하며 명동성당 천막농성투쟁을 300일 넘게 진행한다. 당시 명동성당에서 투쟁을 전개한 이주노동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자.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로 일하면서 일하는 시간도 길고, 다쳐도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임금도 몇 개월씩 밀리는 아픔을 몇 번씩 갖고 있다. 그래도 한국을 떠날 수 없는 이유는 고향으로 돌아가도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집에 짐이 되기 때문이다. 최소한 한국에 있으면 내가 벌어도 내가 쓸 수 있으니까 고통을 겪으면서도 한국에 있으려 한다. 한국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고 가장 힘든 일 하면서도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아픔은 40만 이주노동자 모두가 겪는 고통이다. 아직까지 40만 이주노동자들이 부당한 것에 맞서 싸우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처음에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 처음 3개월 동안 한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지만 살기 위해 먹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돼지고기 안 먹는데 사장이 돼지고기를 소고기로 속여 먹게 했다. 사장이 거짓말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연수생으로 왔던 이주노동자들 12명은 집단행동을 했고, 그 때 사장이 사과하고 변하기 시작했다. 그 때 우리도 단결하면 힘이 생기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법체류자로 살아오면서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노동조합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갖고서, 차별과 억압에 대항하는 노동운동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운동

자본주의 사회에서 차별화가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소수자의 차별 현황과 투쟁 상황 등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개인적·제도적·구조적 차별은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기준과 국가주의·민족주의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국가주의·민족주의는 운동 진영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2007년 범민족연합 남측본부는 자신의 기관지 『민족의 진로』에 실린 <실용주의의 해악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외국인 노동자’, ‘국제결혼 이주여성’,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적인 내용을 담아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진보’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에 근거해 대화를 시도했던 동성애자인권연대 등 성소수자인권단체들과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범민련 남측본부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결국 범민련 남측본부와 연대 단절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계급은 노동자계급을 분할 통치하는 지배방식을 택해왔다. 지배계급은 이주(외국인)노동자들과 정주(국내)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 흑인과 백인,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민족·인종차별주의를 앞세워 노동자계급을 서로 단결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운동을 약화시킨다.

차별의 문제는 단지 숫자가 많고 적은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차별에 맞선 투쟁은 자본주의 가치 질서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운동이어야 한다.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소수자의 투쟁은 필연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와 그에 따른 권력구조에 저항하는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모든 차별에 맞서 단호하게 싸우자! 동시에 차별의 근본 뿌리인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자!

글: 남궁 원


▒ 본문은 사노련에서 발행한 <일하며 배우는 노동자 교양도서> 3권 '노동자, 세상을 움켜쥐어라'에서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하여 -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소수자 차별 철폐를 중심으로”란 제목으로 실린 글 중, 본지에 실린 '여성과 성적소수자' 부분에 이은 나머지 전문입니다.[편집부]

▒ 사노련 전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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