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사소하고 작은 것도 행복의 불쏘시개가 된다

사소하고 작은 것일수록 오히려 우리들에게는 더 큰 행복의 불쏘시개가 된다

사소하고 작은 것도 행복의 불쏘시개가 된다.

목욕을 하기 위해서 집을 나섰다. 근데 목욕가방이 쓸데 없이 불룩한 것 같았다. 목욕 갈 때는 아닌 말로 ‘화장실 들어갈 때 맘 다르고, 다녀오고 나서 맘 다르듯’이 솔직히 덜렁거리며 가방 들고 가기가 귀찮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뭐라도 빠뜨리고 갔다가는 목욕할 때 나만 아쉽다.

사실 난 목욕을 별스럽게 하는 편도 아니고 누구보다도 간소하게 챙겨들고 다니는 편이라고 자부해왔다. 걸으면서 이참에 내 목욕가방에 어떤 품목이 들어있는지 가지 수나 한번 알아봐야겠다.

비누, 이태리타올, 비누칠할 때 쓰는 긴 수건, 손가락만한 로션 샘플 하나, 손잡이가 달린 등밀이용 효자손, 쓰지는 않지만 장애인 아저씨가 좌판을 벌리고 있을 때 산 각질 제거용 곱돌, 샴프, 린스 바디샴프를 조금씩 덜어 담은 플라스틱 용기 세 개가 있다. 여기다 거친 머릿결에 영양을 주기위해서, 달걀에 올리브유를 몇 방울 섞어 만든 재료와 요거트 하나를 챙겨 넣었다. 그리고 목욕료 4500원.

근데 이게 웬 일이람? 목욕탕이 닫혀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매월 첫째 화요일은 휴무라고 쓰여 있는 것이었다. 하필이면 한 달에 한번 쉬는 첫째 화요일에 골라서 온 것이다. 어쩐지~ 목욕탕 쪽으로 다가갈 때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니. 어떡하나. 솔직히 난감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머리만 감고 외출을 해야 된대 말아야 한대?

버스를 타고 가면서 쌩쌩 지나가기만 한 두정거장 쯤 떨어져 있는 그 목욕탕으로 가볼까 보다. 걸어보자. 그래, 발걸음을 내딛었다. 두정거장을 걸었다. 다행이다. 영업을 하는 것 같다. 이발소의 길쭉한 삼색 등이 어서 오라는 듯이 뱅뱅 잘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 목욕탕이 왜 이렇게 추워. 한산해서 사람들의 훈짐이 얼마 없어서 그런가. 암튼 목욕탕 치고는 실내온도가 좀 썰렁했다. 기껏해야 손님이 네다섯 명이 전부였다. 할머니 한분, 중년 여성 3명, 목욕대 위에 있는 손님 하나와 목욕도우미 아줌마 그리고 나. 이 목욕탕 늘 이렇게 손님이 없는 건가. 괜한 걱정을 하면서 비누칠을 시작했다.

비눗기를 씻어내고 어서 탕 속으로 들어가야겠다. 안쪽에 자리를 잡았는데, 한증실 온도가 별로였다. 추우니까 우선 탕 속으로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반신욕만 할 것처럼 발부터 담그고 서서히 목까지 차오르도록 몸을 낮추기 시작했다. 체중이 안 나가다 보니 부력에 의해서 몸이 흔들렸다. 잠깐 중심을 잡아보다가 입구 쪽에 있는 한증실로 옮겼다. 중간에 있는 곳보다는 한결 온도가 높아서 좋았다.

자리로 돌아가는데 할머니가 나를 보면서, “사람 없으니까 좋네.”하시는 거였다. 무슨 말이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지난번에는 일요일 날에 왔다가 발 디딜 자리도 없어서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잘 됐네. 평일이라서 손님이 없었구나. 날씨까지 갑자기 또 추워져서 한산했구나. 밥은 먹고 살 만큼은 되는 목욕탕이네. 손님 없으면 이 목욕탕 어떡하나, 잠시 알아주지도 않는 걱정한 거 취소.

목욕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옆을 보니, 중년 아주머니가 열심히 몸을 씻고 있었다. 그냥 갈까, 말까 잠시 생각해보다가
“아주머니, 등 미실래요. 어쩌실래요?”

내가 해놓고도 좀 건방지게 말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줌마는 같이 밀겠다면서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내 등을 밀어주었다. 정말이지 이럴 때 나는 제일 감동 먹는다. 나의 더러운 때를 남이 밀어주는 거 신기하지 않은가. 등을 대주면서 인간이 가진 다양한 면을 생각을 했다. 안 밀면 찜찜하고, 밀자니 누구하고 밀어야 하나?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등을 같이 밀어줄 품앗이 짝을 잘 만났을 때 나는 이처럼 기분이 좋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오늘 기분 좋은 거 많이 생겼다고. 다시 한증실에 들어갔다. 꽃소금을 조금 집어서 얼굴을 문질렀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코끝의 피지야 빠져나가라. 동네 목욕탕 문 닫았다고 포기했더라면 나만 꼬질꼬질한 하루 보낼 뻔 했잖아. 적극적으로 행동하길 잘했다.

뜨거운 열기가 피부를 톡 쏘았다. 난 이참에 한증탕을 충분히 들락거려야지.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깨끗이 씻었다. 그러니 됐어. 등도 잘 밀었다. 이만 하면 오늘의 내 행복 불쏘시개로 충분해! 긍적적인 생각으로 나를 채우자. 난 지금 기분이 좋다. 거창한 그 어떤 것이 날 감동 먹게 했나? 없다. 꽉 채운 이 기분, 작고 사소한 것이 준 것이다. 그러나 이 행복감 결코 사소하지도 않고 작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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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 옥욕탕, 품앗이, 사소한 기쁨, 사소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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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으로

    사소한 것이 더 소중다는 체험을 가끔합니다.
    큰 것은 금방 표가 나기때문에 누구나 크게 생각하지만...
    알고보면 작은 것이 주는 기쁨 그거 소중해요

  • 박베로니카

    작은것 에서 부터 행복찿는 연습을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