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른은 비바람과 뙤약볕을 막아주는 지붕이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

그 어른은 비바람과 뙤약볕을 막아주는 지붕이었다
<부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

[‘지금 이 순간의 역사’(한홍구교수지음, 한겨레출판)를 읽으며 혼자 읽기가 너무 아까워서 가장 감동적인 글을 발견하고 간단히 옮겨 본다(242쪽~245쪽)]

참된 민주화라든가,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는 김대중대통령 같은 한 사람의 영웅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박정희정권이나 전두환정권 이명박정권과도 너무나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수많은 인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유와 정의라는 신념아래 그것을 현실화 하기위해 노력하는 리더십과 국민정서가 다시 그립습니다.

김대중대통령의 삶은 곧 한국 현대사였습니다. 그 분의 파란만장한 삶의 굽이굽이에 새긴 사연을 두 시간 길지 않은 강의에 어찌 다 담겠습니까, 하의도 섬 소년이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 박정희를 위협한 박빙의 대통령선거, 납치이후 기적같은 생환, 다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내란음모 조작사건, 양김분열과 선거패배, 대통령당선, 남북정상회담, 노벨평화상 수상 등 하나 하나가 장편소설로 써도 모자랄 진한 이야기로 첨철된 것이 그 분의 생애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김대중대통령을 아주 높이 평가하지 않았었습니다.
여러 가지 불만이 많았지요,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시절을 겪으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김대중 대통령이 입원하기까지 마지막 두달을 보고 푹 꼬꾸라질 정도로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많은 사람이 슬퍼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처럼 중심을 잡아주며, 치열하게 싸운 분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민주정권을 지내면서 왕년의 투사들은 싸우는 법을 다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촛불이 꺼진 뒤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충격과 슬픔과 분노를 겪고도 겨우 시국선언이나 했을 뿐 우리의 근육은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현재 진행형으로 숨도 돌릴 새 없이 세상은 거꾸로 가는데 우리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해야할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 때 중심을 잡아주신 분은 김대중 대통령이었습니다.
역주행을 처음 지적하고, 현재의 문제를 민주주의 위기, 서민경제의 위기, 남북관계의 위기등 3대위기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이명박정권의 본질을 독재정권이라 규정하고, 민주당, 진보당, 시민사회 등 민주연합세력의 대동단결이라는 방안을 제시한 것은 다름 아닌 김대중대통령이었습니다.
노대통령 열결식장에서 터뜨린 오열이 보여주듯이 가장 깊이 슬퍼하면서 가장 치열하게 싸운 분은 김대중대통령이었습니다.
‘행동하지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처절하고도 간단한 진실을 온 몸으로 보여준 분은 바로 그분이었습니다.

김대중대통령의 말씀처럼 악의 세력과 다투어서 이기는 것도 아주 쉽고, 지는 것도 아주 쉽습니다. ‘아무것도 안하면 지니까’라는 말씀.

사람들이 싸우는 법을 잊어버렸을 때 그분은 꼭 각목을 휘두르지 않고도, 고문 당하지 않고도 실천할 수 있는 법을 제시했지요.
길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 하고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투표장에 나가서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으면 되고, 나쁜 신문 보지않고, 집회에도 나가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면서 여든여섯살 노인께서 젊은이들에게 “하루도 쉬지말고 민주화, 서민경제, 남북화해를 위해 힘써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김대중대통령은 특별한 유언을 따로 남기지 않았다고요?
그 분은 온몸으로 유언을 쓰고 가셨습니다.

김대중대통령마저 돌아가신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분은 가만히 계시기만 해도 비바람을 막아주고 뙤약볕을 막아주는 지붕같은 분이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지붕도 없이 비바람치고 뙤약볕 쏟아지는 광야에 나앉은 듯한 기분입니다.
지붕도 없는 집에서 문짝은 내꺼라 하고, 서까래를 뽑아 갈 궁리만해서야 되겠습니까.
부디 그 분이 남긴 정치유산을 탐하지 말고, 그분의 유지를 잇도록 해야겠습니다.

2010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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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부있습니까

    김대중 대통령을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