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산업의 내수·세계화 측면 최대 공로자는 여성부 - 마광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한국의 섹스 규제 정책

[편집부]

"한국의 성매매 규제정책은 결국 전 세계에 한류 바람을 일으키는 것과 더불어 한국 창녀들을 수출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어디 그뿐인가. 집창촌이 사라지는 대신 스포츠맛사지를 비롯해 안마시술소가 전국에 형성되었다.."





[성性인권]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한국의 섹스 규제 정책

마광수 (연세대 교수, 국문학)


전세계에서 단 두 나라만이 여성부를 두고 있다고 하는데 한곳은 여성 총리를 배출했던 뉴질랜드이고 또 한곳은 한국이다. 한국 여성부에 의해 성매매 업소가 요즘 철퇴를 맞고 있다. 성매매 업소 철폐는 이미 정책 시행 이전에 풍선효과가 우려되었다. 풍선효과란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에 또 다른 문제가 새로 생겨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한국의 성매매 규제정책은 결국 전 세계에 한류 바람을 일으키는 것과 더불어 한국 창녀들을 수출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왜 동남아처럼 못 사는 나라도 아닌 한국의 창녀들이 자기 나라에 유입되는지 의아하다는 내용의 뉴스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집창촌이 사라지는 대신 스포츠맛사지를 비롯해 안마시술소가 전국에 형성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막상 성매매 산업을 내수 측면이나 세계화 측면에서 고무시킨 최대의 공로자는 바로 여성부이다.

성매매도 불법이고 자유로운 섹스도 엄격히 통제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한국은 성적(性的)으로 뚜껑을 덮어놓은 쓰레기통처럼 안으로 썩어들어갈 수 밖에 없다. 양성적으로 섹스 욕구가 배출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는데, 모든 걸 차단하고 통제하다 보니 대한민국 남녀들은 모두 바퀴벌레의 습성을 지니게 되었다. 밤만 되면 왕성한 활동을 하는 바퀴벌레처럼, 이젠 룸살롱, 단란주점, 호스트바 등으로 몰래 기어들어가 욕망을 배설하게 되었다. 북창동이란 말은 이제 유흥가에서의 퇴폐와 타락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단어가 되어 버렸다. 인간이 동물과 다르면서도 성적으로는 동물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기구한 속성이, 스스로가 파놓은 덫에 걸려든 꼴이 된 것이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일부다처제이다. 포유류 중 97 %, 영장류 중 88 %가 일부다처제로 살아 간다. 최근 신경과학자들은 동물들이 일부일처제, 일부다처제를 택하는데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들도 알다시피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였지만 (모계사회였을 때), 한 수컷과 암컷에게 집중된 성적 배설 기회가 모든 수컷과 암컷에게 균등하게 배분되는 양상으로 고쳐진 것이 바로 결혼이라는 강제적 제도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 해도 결국 인간 본연의 행동 습성을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성인 남녀의 자유로운 섹스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급진적 성개혁론자인 허버트 마르쿠제는 삶의 본질은 쾌락의 추구요, 생존경쟁은 본래 쾌락을 위한 투쟁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문화는 이 목표를 집단적으로 성취하는 것을 목표로 발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러므로 프리섹스를 비난하고 욕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마르쿠제는 <에로스와 문명>이란 책에서 에로스적 욕구와 문명적 욕구 사이에 긴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성에 대한 과도한 억압이 낳는 인류의 파괴적 종말을 피하기 위해서는 성적 본능을 발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과도한 성억압은 한국 사회와 정부의 도덕적 위선에서 비롯되었다. 세계의 3 류 국가들이 섹스라는 말을 온라인에서 통제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의 통치세력은 범국민적 순결을 요구한다. 동방예의지국에 버금가는 동방순결지국을 지향하면서, 어떤 식의 센스건 간에 쾌락 자체만을 위한 섹스는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통계청 분석 자료인<한국의 사회 지표>를 보면 2009년도 한국 형사범죄자들의 범죄 유형 가운데 강간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이 2년 전인 2007년에 비해 13 % (11,727건)가 증가했다. 2000년도와 비교하면 무려 68 %나 급증한 수치다. 이렇듯 가증스런 위선으로 도배된 사회가 한국 사회이다. 성에 대한 진보적 관점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마치 색마처럼 보면서 퇴폐니 변태니 하며 쉽게 매도한다. 그러면서 지배세력 자신들의 추악한 성적 이중성은 밝히기 두려워하는 나라,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프랑스의 문화학자 기 소르망은 포르노를 서민을 위한 대중 유희라고 보았다. 그래서 포르노에 대한 국가의 규제를 서민에 대한 성적 통제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가장 저렴하고 성병의 위험이 없고 범죄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포르노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성매매도 포르노도 다 불법이다. 더욱이 가격이 저렴한 사창가나 호스트바가 폐쇄되면서 돈 없는 서민 남녀들만 섹스 욕구 배설권(權)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서민 남녀에게 성적 재갈은 쉽게 물리면서도, 사회 상층부 귀족들이 애용하는 은밀하고 고급스런 룸살롱이나 고급 호스트바의 영업은 버젓이 방치하고 있다.

특히 남성의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한다면 형평성을 고려해서 룸살롱부터 폐쇄시켜야 한다. '전투'라 불리는 그룹 섹스 전초 단계인 간접 섹스가 성행하고, '2 차'라는 이름으로 성매매가 만연해 있는 곳이 룸살롱인데, 집창촌 폐쇄가 성매매 단속의 전부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래서 집창촌 폐쇄의 명분은 성매매 단속이지만, 실은 재개발업자들의 농간이라는 설까지 유포되고 있다. 서울의 각 지역이 재개발되면서도, 남아 있는 요지에 집창촌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시대를 연구할 때는 당대의 금서(禁書)를 살펴보는 게 가장 명확하다고 한다. 당대의 지배층이 규정한 도덕적,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읽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쓴 소설 <즐거운 사라>나 장정일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보면 한국의 성문화를 고찰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교수가 성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고 해서, 그리고 작가가 인간 내면에 잠재돼 있는 사도마조히즘을 다루었다고 해서, 그 알량한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저자들을 정신적, 육체적인 파멸로 몰고 갔다. 나나 장정일 정도의 상상력도 포용할 수 없는 현실에서 무슨 문화를 논한단 말인가. 문화가 무슨 신선이 도(道) 닦는 놀음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문화는 무엇보다도 다양성이 기본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성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사회병리현상으로 진단받고 있다. 미셀 푸코가 <성의 역사>에서 말한 대로 이 나라에서의 섹스는 마치 서양의 18 ~ 19 세기처럼 대부분 교육과 사법기관, 그리고 언론을 통해 매도, 처벌, 부도덕성에 대한 질타, 순결의 촉구와 위협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성이라는 질병(?)을 치료하고자 정부와 사법기관들이 총동원되어 국민의 성관(性觀)을 검열하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통제국가는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한국의 모습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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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권뉴스는 ‘성해방운동’ 실천의 일환으로, 그동안 선진적인 성담론을 주장하다 보수수구세력은 물론 그를 이해하지 못한 진보진영에게도 외면당한 채 제도 권력으로부터 고초를 겪은 바 있는 마광수 교수(홈페이지)와 '웹2.0' 교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의 철학적 세계관이 유교적 성문화에 침윤된 한국사회에 있어 표현의 자유와 진보적 성담론의 공론화로 변혁의 한 축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기사에 대한 반론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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