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효(대표겸기자)
2004년 9월 23일,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인권보호를 위한다는 특별법이 전격 시행됐다. 이른바 성매매특별법(성특법) 혹은 성매매금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의 공식 명칭은 ‘성매매 알선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시행 후 집창촌 성노동자들과 업주 및 인근 상인들의 집단항의에 직면할 정도로 특히 이 지역 매춘에 대한 강력한 단속 의지가 관철되고 있으므로 일명 ‘집창촌 폐쇄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성특법 시행은 즉각 엄청난 풍선효과를 불러왔다. 즉, 생계를 위해 집창촌을 떠난 성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음성매춘이 확산된 것은 물론 미국·호주·일본 등 해외에 원정 간 많은 한국여성들의 매춘으로 인해 외교문제가 발생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할 정도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성특법은 해당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생존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빚었고 이로 인해 수시로 일어나는 성노동자들의 자살(미수)사건과 일본 가나자와시 한국인여성 토막살인 사건 등에서 보듯 그녀들을 사회적 타살로 몰아넣기도 하였다. 그리고 아직도 집창촌을 떠나지 못한 성노동자들은 거세게 밀려오는 도시 재개발 바람 앞에 속수무책으로 서성거리고 있다.

△ 2008년 6월 29일 평택에 소재한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 주최 '성노동자의 날 3주년 기념식'에서 연대차 참가한 여성 활동가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특법에 대한 남한사회 주류 운동진영의 반응은 아이러니하게도 찬성 기류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성특법에 저항해 일어난 성노동운동의 성격을 둘러싸고 ‘대리운동’이 아니었나 하는 악의적인 혐의를 두는 경향마저 있어 그간 성노동운동에 연대한 운동단체와 관련 활동가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예컨대 성노동자들의 주체성을 문제 삼는다거나 성노동운동이 업주들을 위한 행동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그런 것들이다.
이참에 우리는 시야를 좀 더 넓혀 비정규직과 비공식부문에서의 노동운동의 수준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사용자 측에 저항(협상)할 수 있다면 당연히 바람직하지만, 현실은 요원하고 실제로 미조직 현장 노동자들의 드러나는 투쟁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그 몇 안 되는 투쟁 현장에서 대리운동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활동가들이 연대에 집중하는 것은 그곳이 바로 자본의 모순을 드러내는 비등점으로 상징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성노동운동도 마찬가지다. 비정규·비공식부문 노동의 성격을 둘 다 갖고 있는 성노동자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사회적 모순을 운동으로 풀어낸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성노동운동의 대상은 사측이 아니라 국가다. 이러한 지점에 활동가들이 개입해 투쟁을 조직해내는 것을 두고 대리운동이라고 폄훼한다면 아마도 다수의 비정규·비공식부문 투쟁 또한 이러한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운동의 우선순위가 투쟁을 통해 자본과 권력의 의도를 폭로하는 것이 관건인 만큼 부분적으로 혹여 대리운동의 측면이 있다 해도 성노동운동의 취지에서 성노동자들을 주체로 세워나가는 과정으로 관용할 수 있다면, 무모한 비난으로 일관하기 보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함께하는 것이 진보진영 활동가들의 의무라 할 것이다.

△ 중국 공안의 매춘현장 단속과 시민들 앞에서 공개적인 망신 주기 (web)
매춘 금지주의 정책은 기독교 근본주의와 우파 페미니즘이 횡행하는 미국이나 그 영향 아래 있는 한국 등지에서 특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요즘은 공산권(?)이라는 중국도 만만치 않아 이채롭다.
중국 정부는 2006년 3월부터 치안관리처벌법에 의거 성매매를 강력 단속하고 있는데, TV에는 공안이 매춘 현장에서 검거되는 성매매 여성의 머리채를 끌고 가는 모습이나 단속 현장의 벌거벗은 남녀 사진까지 등장한다. 반면, 대만 정부는 COSWAS(Collective of Sex Workers and Supporters. 성노동자 후원자 조합)와 같은 성노동운동의 결과로 금지주의 실패를 인정하고 합법화 수순을 밟고 있어 큰 대조를 보인다.
대~한민국의 내일은 중국인가 대만인가 아니면 비범죄화의 길인가. 아무런 대책도 실효성도 없이 낙인과 처벌만 강조하는 미국형 성매매 특별법이 이 나라에서 자그마치 6년간이나 표류하고 있다.
[한국인권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