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쾌락적 성은 부도덕? 민중들 자유사상 막으려는 지배계급의 조작"

마광수 (연세대 교수, 국문학)

[성性인권] 관습적 사고와 종교적 편견의 병폐

‘관습적 사고(思考)’만큼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관습적 사고’의 반대는 ‘개방적 사고’ 또는 ‘유연성 있는 사고’다. 나는 지금까지 ‘유연성(flexibility)'이란 말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왔다. 몇몇 개인 또는 지배 엘리트 집단이 갖는 편벽하고 독단적인 아집이 합법적 폭력의 형태로 나타날 때, 사회 전체를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것은 물론 역사를 뒷걸음질치게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집’이나 ‘편견’이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집이나 편견이 곧잘 ‘신념’과 혼동되어 쓰이거나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관습적 사고란 곧 폐쇄적 사고를 가리키는 것이고, 폐쇄적 사고야말로 인간을 체념적 인생관에 빠뜨리는 주된 요인이 된다. 그런데 관습적이고 폐쇄적인 사고들은 대부분 종교, 도덕, 윤리, 철학 등과 유착돼 있어, 터무니없는 권위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폐쇄적 사고는 결국 권위주의적 사고의 형태를 띠게 된다.

오늘날 인류는 인공위성이 하늘을 날아다니게 하고 있고, 인공지능개발에 의한 인조인간의 출현과 유전공학의 발달에 의한 유전인자의 조작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의 숭고성’이라는 명분을 등에 업은 갖가지 관습적 사고 또는 관습적 편견’들이, 지금껏 인간을 체념적 결정론의 멍에 아래 신음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아타까운 일이다.

밴저민 프랭클린이 피뢰침을 발명했을 때, 영,미 양국의 성직자들은 영국 왕 조오지 3세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가며 그것이 신의 의지를 무력화시키려는 불경한 시도라고 비난하였다. 벼락은 불경죄 또는 다른 중죄를 벌하기 위해 신이 내려보내는 것이므로, 그것을 인위적으로 막는다는 것은 신에 대한 거역이라는 믿음에서였다. 당시의 성직자들은 덕(德)이 있고 선행을 하는 사람은 결코 벼락을 맞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기에, 피뢰침을 설치한다는 것은 죄인이 도피하도록 돕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였다. 피뢰침이 보급되고 나서 얼마 후 매사추세츠 주에 강한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자 당시 미국의 보수적 신앙인들은 그 지진을 피뢰침의 발명에 노한 신이 내린 천벌로 간주했다.

영국의 제너가 천연두 예방을 위한 종두법을 개발하기까지 유럽에서는 인구의 5 분의 1이 천연두로 사망했고, 5 분의 1 은 곰보가 되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18세기 말엽까지도 종두법이 시행되지 못했다. 종두법으로 천연두를 예방하는 것은 ‘신의 섭리’에 반항하는 불경한 행위라고 프랑스 종교계가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합리적 계몽주의자인 볼테르는 그의 저서 <철학 서한>에서 이러한 사실을 개탄하며 종교계에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볼테르의 책은 판매금지 처분을 받아야만 했다.



△ 마광수 그림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


편벽한 종교인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이런 식의 우스꽝스런 작태가 과거의 일만은 아닌 것이, 새로 나타난 성병에 불과한 에이즈 (후천성 면역결핍증)를 인류의 성적 타락에 따른 천형(天刑)이라고 말하는 종교인이나 도덕주의자들이 한국에는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에이즈를 퇴치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는 것 역시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답답한 도덕지상주의자들은 지금은 치료가 비교적 수월해진 매독이 과거엔 인류를 가장 괴롭혔던 성병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이전까지는 서구나 동양에 매독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매독균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수입됐는데, 그 이전까지는 서구인들이 성적으로 완벽하게 정결했고 그 이후부터 급격히 타락해갔다고는 볼 수 없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괴롭힌 대가로 매독이 생겼다는 설도 있는데, 이 역시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종교적 편견의 극치는 피임용 콘돔조차 ‘악마의 도구’라고 보는 가톨릭의 입장이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인류멸망의 한 원인으로까지 지적되고 있고, 또 에이즈의 만연 등 성병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콘돔조차 안된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관습적 도덕률’ 역시 종교적 편견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한 사회 속에서 서로가 평화스럽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합리적 약속으로서의 도덕률은 관습적 도덕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종교적 편견이나 미신으로부터 이끌어낸 도덕률들은 대부분 관습적 사고의 틀 안에 갇혀 있어,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역시 쾌락추구로서의 섹스를 부도덕한 것으로 간주하는 편견일 것이고, 그 다음을 꼽는다면 검약과 청빈을 강조하는 반(反)물질주의적 편견이 될 것이다. 쾌락으로서의 성을 부도덕하게 보는 것은, 일반 민중들이 자유주의 사상에 눈뜨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던 지배계급에 의해 조작, 선전된 편견에 불과하다. 그리고 검약과 청빈을 강조하는 것 역시 권력에 의한 부(富)의 독점을 위해 고안된 도덕률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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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권뉴스는 ‘성해방운동’ 실천의 일환으로, 그동안 선진적인 성담론을 주장하다 보수수구세력은 물론 그를 이해하지 못한 진보진영에게도 외면당한 채 제도 권력으로부터 고초를 겪은 바 있는 마광수 교수(홈페이지)와 '웹2.0' 교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의 철학적 세계관이 유교적 성문화에 침윤된 한국사회에 있어 표현의 자유와 진보적 성담론의 공론화로 변혁의 한 축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기사에 대한 반론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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