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성추행 스캔들로 용산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가 사퇴한데 이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性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경만호 대한적십자사 부총재가 10일 사퇴했다.
전병욱 목사 성추행 스캔들은 핵심 측근이던 30대 여신도가 교계언론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촉발됐는데, 게시글에서 해당 여신도는 “전 목사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성추행했다” “전 목사가 단기 선교를 갈 때마다 여자 청년들에게 안마 서비스를 받아 왔다”고 폭로했다. 경만호 부총재는 이산가족 만남의 한 술자리에서 적십자 관계자의 딸로 알려진 한 여성에게 “여자는 예쁘기만 하면 된다”는 성희롱적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 돼 물러났다.
우리는 다양한 성스캔들을 수구·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도처에서 만난다. 최연희·박계동·강용석·송영길(성매매 수사 중)같은 정객에서부터 장원·이형모 등 시민단체인사 및 학생운동이나 종교계 관련 인사에 이르기까지, 심심찮게 복병처럼 얼굴을 들이미는 성추문은 때로는 가해자나 피해자로 간주되는 당사자의 일생을 해체시키는 위력을 발휘한다.
미국은 우리 사회보다 훨씬 진한 성스캔들로 난리다. 밥 팩우드, 게리 하트, 빌 클린턴, 에드워드 케네디, 엘리엇 스피처 같은 이른바 잘 나간다는 고위급 정치인들이 외도나 매춘 등 성과 관련된 사고로 졸지에 도중하차하거나 커다란 곤욕을 치룬 건 널리 알려진 얘기들이다.
사회적으로 매장이 될 정도로 혼쭐이 난 사례를 많이 접하면 남성들(?)의 행태가 조금은 나아져야 할 터인데, 이와 무관하게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는 이런저런 성스캔들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행태는 문제의 남성들에 대한 처벌교육(?)방식이 약해서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원인으로 늘상 지목되는 대목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성문화’이다. 맞다. 여성을 한 인간으로 보기보다 성적 대상으로 치중하는 남성들의 그릇된 인식이 성적 사고를 불러오는 데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뭔가 부족하다. 우리네 ‘왜곡된 성문화’를 지구촌 사회에 일률적 잣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고, 또 이를 ‘성적 분리주의’에 기반한 하나의 공통된 사회현상으로 보더라도 그것이 어느 지점에서 비롯된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점은 ‘성적 접근권’과 깊은 관련이 있다. 즉, 성적 접근에 관한 사회적 관계를 도외시한 채 급진적 여성주의자들처럼 성스캔들을 사회의 지도층(그들이 뭘 지도하는지 때로는 알 수 없지만)과 일반 남성을 동일한 행동심리로 간주하면 매우 위험하다. 범위를 기득권층으로 조금 넓혀보자면 이들과 노동자민중의 ‘성적 접근권’은 애초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계급·계층을 넘어 일반화를 시도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이는 통치기제로써 모럴 테러리즘으로 귀결된다.
성의 세계에서도 양극화는 그대로 적용된다. 기득권층의 ‘넘치는 성’에 비해 노동자민중들 중에는 평생 성을 만나본 적도 없는 ‘소외된 성’들이 적지 않다. 또 결혼 경험이 있어도 헤어진 사례나 결혼 중이라도 정상적인 성생활이 불가능한 경우가 다수 있다. 이들에게서 ‘성적 접근권’이 박탈된 가장 절대적인 이유는 물론 경제적 능력이다. 심지어 이들 중에는 노숙과 같은 극심한 주거의 불안정으로 자위조차 힘겨워 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는 만큼 성적 사고에 철저한 계급적 판단이 요구된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경제력은 권력으로서 성을 독과점 한다. 자본주의에서 '우리 여성들'은 '우리 국민들'만큼이나 기만적 레토릭인 까닭에 성스캔들과 관련하여 여성과 남성을 갈라치기 하는 ‘성적 분리주의’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울러 다양한 권력의 양태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치·종교·학벌카스트 등을 둘러싼 ‘지식권력’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기득권 방어에 급급한 수구·보수진영보다 때로는 논리가 비교적 선명한 진보진영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지식권력(자)’은 이를 이용하여 대니얼 데닛이 경고하는 밈(Meme)처럼 강력한 작용을 통해 상대의 성을 제압하기 쉬우므로,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아무리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yes와 no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하다 하겠다.
최덕효 (대표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