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유행처럼 번지는 종교 간 소통, 종지협 ‘패션 화합’은 대안 아니다

지난 봉은사 땅밟기 사태를 계기로, 최근 종교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노력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음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수원가톨릭대 학생들은 16~17일 각 종교시설을 방문해 그곳 성직자들에게 묻고 배우는 시간을, 한국종교학회는 21일 종교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심포지엄을 갖는다. 한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 소속 6개 종교 지도자들은 15일 오후 로마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면담했다. 이들은 '2010 이웃종교 체험 성지순례'의 일환으로 교황청을 방문한 것이다. 이들 역시 행사 목적은 종교 간 소통과 화합이다.


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이같은 일들은 언론에서도 놓치지 않고 적극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 편, 이러한 방식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일, 처음 단계에서는 같이 밥 먹고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은 단순한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에도 종교간의 소통과 화합에 이르기 위한 무수한 문제제기와 노력이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제는 ‘불화’의 진원지를 찾아 문제를 더욱 진지하게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학생들의 순수한 의도와는 별개로, 그간 반사회적 행동으로 지탄받았던 봉은사 땅밟기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도 진일보한 소통과 화해를 위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탐구와 대화가 뒤따라야 될줄로 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대해 펼치고 있는 개신교 쪽(특히 한기총) 논리의 표층을 뚫고 보다 깊게 그 진실을 들여다 보는 것이 좀 더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땅밟기 등 타 종교에 대한 배타적 사건사고는 결코 일시적 해프닝이 아니다. 최근 보수 신학의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노윤식 교수(성결대학교 신학대학원장) 같은 사람의 공공매체상의 주장은 성경문자주의에 경도된 보수기독교인들의 생각을 극명하게 대변하고 있다.

16일 노 교수는 크리스천투데이 기고문에서 “땅 밟기 기도의 성경적 근거는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들에게 땅을 주시겠다는 약속에서 시작된다”면서, 이는 “영적 전쟁의 하나의 선교 전략으로서 악한 영의 세력, 즉 마귀의 세력을 물리치고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이 땅에 이루려고 하는 성경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땅 밟기 기도는 “선교전략으로 지속적으로 실행되어야”하며, 다만 용어를 ‘(부드럽게) 동행 기도’로 바꾸자고 한다. 그리고 더욱 공세적으로 “문화와 종교 그리고 가상공간의 인터넷 문화의 영역에 까지 그 지평을 넓”히자고까지 제안했다.

불상이나 단군상 훼손, 사찰 방화 그리고 땅밟기에 나선 사람들이 그냥 해프닝을 벌였던 게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 나름대로 고군분투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러한 한국형 십자군류의 많은 보수교인들이 목회자들의 중세기적인 기복 설교에 힘입어 기독교회의 저변에 견고하게 자리 잡았고, 이들이 변화한다는 게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그들 배후의 보수성향 교계 지도자들이 종지협 같은 단체를 통해 ‘종교 간 소통과 화합’을 제창함으로써 일단 국민들로부터 표면상의 화해 이미지를 얻는다 해도, 내심 땅밟기 같은 제국주의적 공격행위를 적극 지지하고 멈추지 않는 까닭에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자본주의 승자독식의 논리는 성역이라는 종교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가전3사’처럼 그곳에도 엄연히 빅3가 있고 다국적 계열도 존재한다. (보수)개신교, 불교, 가톨릭이 대기업 격이고 나머진 중소기업 수준을 넘지 못한다. 어쨌건 빅3를 중심으로 범종교계가 국민들에게 화합의 제스츄어를 취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긴 하지만, 특히 가장 공격적인 개신교계가 성경문자주의 중심 논리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종지협과 같은 억지 화합은 단순한 ‘패션’에 그친다고 봐야한다.

로마에 가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면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패션’을 즐기는 종교 우두머리들이 독과점 권력을 내려놓고 평신도와 소통하는 일이다. 관변화 분위기를 넘지 못하는 종지협과 같은 ‘패션 화합’은 21세기 민주주의적 종교 소통에 있어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2010. 12. 16

새로운기독교운동연대(준) / 새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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