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CK는 2007년 ‘차별금지법’ 원안 수준 입법화에 앞장서야
국내 주요 7개 종교 지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가 증오(혐오)범죄법을 만들라고 정부에 촉구하면서, 동시에 차별금지법(案)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종지협은 지난 20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지난 9-16일 '종교지도자 이웃종교체험 성지순례'에서 뜻을 모았다"며 "다문화ㆍ다민족ㆍ다종교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인종, 문화, 종교 그밖에 그 어떤 분야에서도 차별이나 혐오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증오(혐오)범죄법 등의 입법적 조치가 진행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성애차별금지법'과 같이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사상적 근간과 사회적 통념을 무너뜨리는 입법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로운기독교운동연대(준)-새기운-은, 종지협이 증오(혐오)범죄법 입법 촉구에 나선 점을 일단 환영한다. 그러나 매우 아쉽고 애석한 것은 종지협의 동성애차별금지 반대 결정이다. 가장 큰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들의 기본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차별금지'야말로 이제는 시대의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반대결정이 내려진 원인이 어디 있는가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즉 증오(혐오)범죄법 제안과 차별금지법 반대는 이율배반적인 모순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기운은, 종지협의 증오(혐오)범죄법 요구가 사실상 성소수자들의 기본적 인권보호를 막으려는 종지협 내 특정한 세력의 불온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이러한 절름발이 법은 절대 입법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대신 2007년 10월 2일, 법무부가 공고를 통해 밝힌 ‘차별금지법’ 원안 수준은 반드시 입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차별금지법(案)은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전력, 보호처분, 성적지향, 학력(學歷),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며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를 규정한 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헌법 및 국제 인권규범의 이념을 실현하고 전반적인 인권 향상과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인권보호를 도모함과 아울러 궁극적으로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한다고 법적 근거를 밝히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안의 차별금지대상에는 ‘성적지향’은 물론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등 7개 항목이 삭제돼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차별금지법(案) 내용이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것은 정치권력의 부침(浮沈)과 유관하며, 그 뒤에는 중세기적 마녀사냥에 익숙한 수구 기독교계의 광기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낡은 인습을 전통이란 명분으로 고집하려는 여타 보수 종교들이 합세하는 형국이다. 또한 성소수자 보다 친자본적인 경향의 가족이데올로기가 이윤추구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대기업들의 인식도 한 몫을 하고 있는 듯하다.
종지협 구성 단체로. 기독교 근본주의가 팽배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위시하여, 대한불교조계종,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원불교, 천도교, 성균관,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은 얼마전 ‘종교 간 소통과 화합’이란 주제로 <이웃종교 체험 성지순례>도 다녀온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교황까지 만난 이들 단체가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 마치 지난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제정 당시처럼 공청회 한번 없이 이른바 ‘증오(혐오)범죄법’이라는 대중추수적인 작품(?)을 졸속 추진해, 성소수자들을 소외시키려 똘똘 뭉쳤다는 역설이다. 이는 폭력적 성도덕주의에 젖은 주류 종교계의 참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한편, 기독교계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 위치에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번 종지협 성명에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NCCK가 지난 9일 발표한 <2010 한국교회 인권선언문>에는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은 모두가 평등하고 소중하며 장애, 국적, 이념, 성별, 학력, 재산 등 어떤 이유로도 인권을 침해당할 수 없”다며 조금은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성적지향’이 빠져 있는 까닭은 무엇인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단체 내 인권위원회가 있는 NCCK는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전면 배치(背馳)되는 종지협 입장에 대해, 같은 생각인지 아닌지, 아니라면 어떻게 다른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NCCK는 권력의 향배와 무관하게 할 말을 해야 하며, 따라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침묵한다면 기회주의 단체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 NCCK는 2007년 당시 ‘차별금지법’ 원안 수준이 입법화 될 수 있도록 여타 진보단체들과 함께 앞장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0. 12. 22
새로운기독교운동연대(준) - 새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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