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단평] 노동이 신성하다? 비정규·비공식부문노동 주체화를 말한다

‘운동’은 그 사회가 지닌 모순을 타파해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에 의해 끊임없이 역동하는 매우 귀한 작업이다. 지금 세계 각지에서 그곳 노동자민중들과 적대하고 있는 부르주아들도 알고 보면 과거 운동의 한 결과라는 점에서, 이미 기득권자가 되어버린 오늘 이들의 아집은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물결을 멈추려는 허튼 짓에 불과하다.

2010년은 4대강 사업 강행, 예산안 날치기, 비정규직·비공식부문 노동 양산 등 이명박 정권의 연이은 실정으로 우리 사회가 온통 몸살을 앓은 한 해였다. 게다가 남북 간 전쟁위기 상황까지 치달아 한반도는 세계의 화약고임이 재확인된 해이기도 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자본의 독주와 전쟁의 징후는 이 땅의 노동자민중들을 억압하며 그렇게 징그럽게 한 해를 달구었다.

“부르주아들의, 부르주아들에 의한, 부르주아들을 위한” 자본가권력의 고공비행은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긴 하지만, 그 ‘날개’는 태양 같은 운동의 에너지가 없이는 결코 쉽게 분리되지 않는다. 해서 운동은 지금 이 시간에도 스러져가는 노동자민중들에 대한 책무가 있다. 그것은 활동가들의 에너지로 노동자민중들을 그 땅의 주체로 당당하게 서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민중들 다수는 부르주아들과 ‘운동’ 양쪽 모두에서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르주아들이야 본디 자본의 논리를 관철시켜야 할 입장이기에 논외로 하더라도, 주류 운동진영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일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그것은 “주체가 누구인가”를 두고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전통적인 주류 노동운동은 특정 ‘노동/노동자’에 방점을 찍었다. 이들에게는 현 시기 아무리 다수를 점해도 비정규직과 비공식부문 노동은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없었다. 예컨대, 금속부문과 같은 산업체 소속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라야 조직과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식이었다. 물질노동이 중심이 된 이러한 운동 분위기에서 다양한 성격의 노동자들의 분리는 필연이었다.

시대착오적인 ‘노동의 신성성’이 주도했다. “일하는 자만이 먹을 수 있다”는 자본과 노동의 기막힌 교합, 여기서 노동/노동자는 전근대적인 개념으로 간단히 규정되었다. 열악하기만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은 뭉치기 어렵다거나 각종 쁘띠성 혐의 등으로 인해 항상 운동의 주변부에 배치되곤 했다. 당연히, 이 분야는 노동운동보다 주로 사회운동의 몫이었다.

특히, 비공식부문 노동에서 용산참사와 집창촌 문제는 오늘 운동의 모순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제도적으로 철거민 노동자들은 도시재개발 관련법과, 성노동자들은 성매매 특별법과 직결되지만, 집창촌 재개발과 같은 문제에는 이 두 가지 법제가 종종 중첩되어 싹쓸이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주류운동에서는 이들 ‘노동’에 대한 개념 정리를 못하거나 혹은 뜨거운 감자를 건드리기 싫어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운동이 정치권력의 모럴 테러리즘에 발목 잡힌 어처구니 없는 형국이다.

수많은 인명이 학살된 나치강제수용소 아유슈비치, 그곳 정문 아치에 걸린 표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Arbeit macht frei. (노동은 인간을 자유롭게 만든다.)”

자아실현은커녕 그날그날 살아가기에 바쁜 생계형 노동이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오늘, 노동이란 개념은 자본가와 노동자들이 서로 공유할 만큼 신성한 것인가. 아니면 특정 노동자들의 전유물인가. 노동의 범주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세밑, 운동의 일각에서 ‘노동, 노동해방 다시 보기’(진보평론 2010겨울호)란 화두를 던졌다. ‘비정규직 철폐는 자본주의를 부정한다’(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59호)는 견해도 제출됐다. 주변부에 머물렀던 운동의 주체들과 과부하에 걸린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한 유의미한 움직임들이다. 신묘년 새해, 이 사회의 구조적 어둠을 밝히는 운동의 새로운 들불이 되길 기대한다.


최덕효 (대표겸기자) [한국인권뉴스 201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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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 비정규직 , 비공식부문 ,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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