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교권주의와 권력 관계에서 기독교적 조합주의를 우려한다
1.
1월 3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그랜드 볼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제17대 길자연 목사 대표회장 취임 감사예배에는 한나라당의 안상수 대표와 원희목 대표비서실장, 이경재 의원, 김충완 의원, 정미경 의원, 한기호 의원과 민주당 김영진 의원 등이 대거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통해, 박희태 국회의장은 동영상을 통해 축하인사를 전했다. 안상수 대표는 인사말에서 한기총을 “한국 교회의 버팀목”으로서 “민족 복음화의 상징”이라고 칭찬하면서 특히 “종교 간의 화합과 우리 사회의 소통강화에도 많은 일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2.
한기총의 길자연 신임 대표회장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27일 오후 총무원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는 백도웅 전(前)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회장, 총무원 사회부장 혜경스님, 사서실장 경우스님이 배석했다.
길자연 목사는 처치스테이 문제를 먼저 언급하면서 "내가 알기에 템플스테이는 불교의 신앙과 정신을 일반인에게 포교하려는 것이고, 처치스테이는 기독교의 신앙과 정신을 알기 쉽게 전하려는 것이니 오해하지 마시라"고 말했고, 자승스님은 "템플스테이는 불교 포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ㆍ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체험스테이"라며 "처치스테이든 뭐든 다른 종교의 신앙행위에 시비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3.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낸 황우여 의원이, 올해 3분의 1이 교체되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후임과 관련하여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을 기독교 신자로 채워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다.
황 의원은 1월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이용훈 대법원장 등과 함께 한 개신교 법조인 모임에서 현재 14명인 대법관 중에 기독교 신자가 현격히 줄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통령을 모신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법관에게 기도를 부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들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이들이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4.
용산참사를 “과격 시위 때문”이라고 철거민들을 향해 비난했던 단체(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가 자신들의 지역교회가 재개발에 해당되자 지난해 보상금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데 이어, 청와대를 향한 재개발법 개정 메시지에 답장이 왔다고 발표해 화제다.
서경석 목사는 1월 11일 한기총 세미나실에서 열린 재개발대책위원회 향후 대책 회의에서 “1월 6일 시국 기도회 이후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 재개발 관련 제도 개혁에 착수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 목사는 한기총에서 재개발문제대책위원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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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기총에 대한 정치권력의 깊은 관심은 ‘권력의 재생산’과 특정 종교가 매우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음을 말해준다. 이러한 헤게모니 지향 메커니즘에서 “종교 간의 화합과 우리 사회의 소통강화”를 말하는 안상수 대표의 언급은, 그 사회의 낮은 곳을 향하는 종교들의 참된 소통이라기보다는 상층부 사이의 기능적인 접근으로 이해될 수 있다.
2) 템플스테이와 처치스테이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서로 엇갈린다. 그러나 ‘포교/선교’인지 ‘역사ㆍ문화 체험’인지는 관점에 따라서는 종이 한 장 차이의 개념에 불과하다. 정작 중요한 점은 템플스테이건 처치스테이건 특정 종교인들이 추진하고 싶다면 자신들의 역량으로 하면 될 일이지, 혈세로 이뤄진 국고를 넘봐선 안 된다. 우리나라 헌법은 정교분리를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다.
3) 국가조찬기도회는 권위주의에 찌든 구 시대의 유물로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황우여 의원이 조찬기도회와 관련하여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을 기독교 신자로..’라고 발언한 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특정 종교 편중적인 망발이다. 한국의 역대 통치권자 및 권력의 수뇌부에서 기독교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지나칠 정도지만 정치수준이 매우 낙후돼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4) 용산참사 열사들의 장례는 사고 발생 1년이 지나서야 치를 수 있었다. 그리고 용산참사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유족들과 해당 철거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이제는 유엔 자유권위원회에서 다루어질 예정으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또 많은 지역에서 진행 중인 폭력적인 철거가 또 다른 용산참사를 암시한다. 그럼에도 “과격 시위 때문”이라고 용산참사를 비난한 단체가 재개발 관련 교회 보상금 문제로 시위하자,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 “재개발 관련 제도 개혁에 착수하겠다”는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대적으로 신속한 조치는 자칫 용산참사 비난 단체에 대한 일종의 ‘보답’으로 볼 수도 있어 심히 우려된다.
5) 문제의 심각성은 노동계나 기독교계의 밖이 아니라 바로 그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시기 우리 사회 민주화 쟁취에 기여했던 노동운동은, 오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기적인 ‘조합주의’에 갇혀 오히려 비정규 노동자들과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분열을 야기 시키고 있다. 마찬가지로 70~80년대에 민중신학의 횃불을 들었던 기독운동은 자취를 감춘 채 뜻 있는 기독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대신 그 자리에는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자본의 수단이며 기제인 ‘교권주의’가 자리 잡게 되었다.
노동계를 스스로 잠식하며 파괴하고 있는 조합주의와 마찬가지로 보수건 진보건 교권주의라는 '기독교적 조합주의'가 전횡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의 고난의 질곡마다 폭정에 맞서 이를 온몸으로 부딪힘으로써 혈로를 열어왔던 기독교계가 정치권력과의 밀월을 즐길 정도로 그들과 이미 한 몸이 되고 있는 게 오늘 주류 기독교계의 참담한 현실이다. 기독교계는 지금부터라도 세속의 이해타산에 매몰된 점을 성찰하고, 하느님께서 주신 예언자적 소임을 다하기 위해 새롭게 눈을 부릅뜨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할 것이다.
2011년 2월 1일
새로운기독교운동연대(준) - 새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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