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자주민등록증 도입 ‘논란’ 자초하나

위․변조 방지 차원 도입한다는 전자주민증…개인정보 유출 관련 검토도 하지 않아

정부가 전자주민등록증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핵심 논란인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 사전 검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행정안전부에 전자주민등록증 도입과 관련한 정보공개청구를 실시한 결과, 사전에 '개인정보 유출 등의 연구용역'을 실시하지 않았고 내부적으로도 검토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김 모 주무관도 “개인정보유출과 관련한 조사, 연구 등을 수행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전자주민증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그동안 정부는 전자주민증 도입의 이유로 위변조 방지를 주된 명분으로 제시해왔고 정보인권단체들은 개인정보 침해, 정보의 집약으로 인한 인권침해 논란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대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9월 20일 전자주민등록증 도입을 위해 주민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현재의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은 인쇄기술의 발달로 위․변조가 증가하고 주민등록번호 등이 표면에 노출되어 개인정보 도용, 유출 위험이 지속 제기되어 왔다"며 "전자주민등록증은 위, 변조 방지 및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해 복제가 불가능한 전자 칩을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전자주민등록증은 스마트카드(IC카드) 표면에 기존의 성명, 사진, 주민등록번호, 주소, 지문, 발행일, 주민등록기관 외에 생년월일, 성별, 발행번호, 유효기간, 국회이주국민표시(해당자)를 추가할 수 있다. IC칩에는 민감한 개인정보인 주민등록번호, 지문, 개인 신청 시 혈액형, 서명 등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전자 칩에 수록된 개인정보가 통신망을 통해 전송되거나 수집, 저장되지 않고 개인정보가 필요할 때는 본인의 동의를 얻고 활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IC칩에 개인정보를 수록한 뒤 온 국민의 정보를 집적하는 방식과 열람 시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이 높고 전자주민등록증에 수록한 정보를 판독기로 읽는 과정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최연호 국회 수석전문위원(행정안전위원회)도 법안 검토보고에서 “ 전자주민 등 도입과 관련해서는 전자주민증 보안 문제, 통합 신분증으로서의 변경 가능성, 경신에 따른 소요재원 문제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므로 폭넓은 의견수렴 등을 통해서 입법 정책적으로 판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자주민등록증 도입 시도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주민등록증 위변조 방지와 건강보험, 운전면허 등 42개 정보를 통합 수록하는 내용의 전자주민카드 계획을 발표했다. 1997년 12월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프라이버시권 침해, 막대한 예산 소요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거셌다. 전자주민카드를 반대한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1998년 감사원 특별감사를 거친 끝에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또다시 2003년 10월 9일 한국조폐공사와 주민등록증 식별시스템을 개발해 전국의 관공서, 금융업체를 대상으로 2004년 초부터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06년에는 삼성SDS 컨소시엄과 함께 수행한 주민증 발전모델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전자주민증에 불을 지폈다. 2007년 8월 전자주민증 시제품 공개와 2008년 공무원과 시민 1만 명을 대상 시범 실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작년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되기 전까지도 공청회도 열지 않다가 비판여론에 밀려 공청회를 여는 등 전자주민등록증 도입 사업이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시민단체 입장에서도 정부가 연구용역을 진행한 내용이 있다면 검토하고 싶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비롯한 함께하는시민행동․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15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자주민증이 도입되면 온라인 이용기록이 개인의 디지털 족적으로 남을 것이고 현재와 같은 체제 하에서는 경찰 등 수사기관이 그 기록을 자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특히 행정안전부의 계획처럼 민간 기관이 전자주민증을 널리 확인하기 시작하면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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