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칼럼]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통합 그리고 사노위
최 덕 효 (한국인권뉴스 대표)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6차 연석회의'는 지난달 31일, 6월 말까지 당내 논의를 거친 후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9월께 신설합당의 방식으로 신당을 창당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오늘(6월 2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 공식 합의됐다.
외견상 진보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세력과 개인 등의 ‘헤쳐모여’식이지만, 실제 내용은 역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다. 가장 예민했던 북한에 대한 입장 차이도 “6.15 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북의 권력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는 선까지 합의함으로써 큰 걸림돌을 넘었다.
이들 양당 통합에 대한 공로를 따지자면 역시 이명박 정권이 먼저다. 실정(失政)과 폭정으로 일관해 온 자본가 정권에 대한 반작용이 1등 공신인 까닭이다. 다음은 지난 4.27 재보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민주당인데, 향후 한나라당에 대한 선거연합 구도에서 힘이 센 민주당과 겨루기에는 양당 통합이 크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통합은 거대 여권을 상대로 한 야권 내의 불가피한 정치공학적인 결과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라는 방향으로 나름 ‘진보’하려던 진보신당이 촛불정국 이후 진중권 류의 당원들에 의해 우(右)클릭이 잦더니 사분오열되는 양상을 거쳐, 급기야 총선과 대선이라는 절체절명(?)의 권력재편기를 맞아 ‘도로민노당’이라는 혐의 속에 갇히게 되었다는 점이다.
한편, 자본주의와 의회주의에 구속되기를 거부하는 사회주의 정치세력에게는, 양당 통합이 경우에 따라서는 꽤 괜찮은 그림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큰 틀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이 자본주의 정당으로 오른쪽(右)에, 통합당 등이 사민주의 정당으로 중앙(中)에, 그리고 아직까지 부상(浮上)하지 않은 사회주의 정당이 왼쪽(左)에 배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말하고 있는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최근 사노위 강령토론에는 상이한 안(案)이 세 가지 제출됐다. 그런데 이를 다수에 의한 견해로 단일안을 만들자는 세력(사노위 다수파)에 대해, ‘정치토론’으로 통일시켜 나가야 한다는 쪽(사노위 의견그룹 28인)이 사노위의 정치적 해산을 선언하는 일이 2일 발생했다.
28인은 관련 문건에서 “밀실 논의를 통해 단일안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은 정치적 통일에 기초한 당 강령의 정립이 아니라 조직 보존주의를 앞세운 야합”이며, “이제 다수파 앞에는 ‘주체형성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운동과 부문운동들을 병렬적으로 모아놓는 연방주의, 추수주의 조직으로 가는 길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수파가 주장하는 민주집중제 거부 및 조합주의·부문주의(여성, 환경 등) 경향 등은 사회주의 운동 방식이 아니라고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는 이른바 ‘68혁명’의 영향을 받은 오늘날 소부르주아 중심의 시민사회운동 및 여타 정당정치가, 전통적 노동운동 대신 여성·환경·반핵 등으로 일상성에 침잠해 ‘계급성’을 간과하고, 타락한 노조를 방어하는 등 대중에 영합하려는 데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의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사노위 다수파가 강령에서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는 한 이들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며, 노자(勞資) 사이에서 외려 전선만 교란시킬 것이라는 논리로 풀이된다.
어쨌든, 양당 통합 주사위는 던져졌고 그 만큼 지형도 변한다. 이념도 시장에서 공정하게 평가되려면 칼라가 분명하게 드러나야 할 시기다. 노동자민중들에게 자본주의, 사민주의, 사회주의 중 어떤 시스템이 좋은지 제안하려면 우선 정치운동에 나선 주체들 스스로가 보다 선명해질 필요가 있다. 무지개 정당으로 불리던 진보신당의 오늘은, 이 땅에서 노동자민중들과 함께 가고 싶은 이들에게 훌륭한 타산지석이다.
(한국인권뉴스 2011. 6.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