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회계학」은 계급투쟁 전망 제기
최덕효(대표겸기자)
[제5회 맑스코뮤날레 그룹세션] 역사와 계급의식쌍용차 사례를 통해 본 자본주의에서의 회계 - 한형성“최초에 자본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회계조작이 있었다. 그리고 조작을 정당화하기 위한 법률, 회계 전문가들의 지식이 동원되었다. 지식전문가들에 의해 신화가 된 ‘이익’은 비용절감을 위해 ‘죽어야 할 사람들’을 고르는 것을 ‘당연스러운’ 일로 만들었다. “함께 살자!”는 77일간의 절규는 살상무기로 무장한 국가권력의 대테러 진압작전에 의해 재갈이 물려졌다. 공장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과 가족들 중 지금까지 15명이 죽었다. 그러나 대다수 회계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결과들을 낳는 데 최초로 기여한 회계조작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지난 6월 4일 서울대(인문대학 3동 108호)에서 열린 제5회 맑스코뮤날레(그룹세션: 역사와 계급의식)에서는 사회실천연구소 한형성 연구위원의 「쌍용차 사례를 통해 본 자본주의에서의 회계」 제하의 논문 발표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한형성은, 쌍용차 사례는 자본주의에서 회계정보와 회계법인들이 자본의 이익을 위해 기능하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주었으며, 회계정보는 쌍용차의 법정관리와 노동자들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합리화시키는 데 이용되었고, 회계법인들은 회계정보에 대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외부 감사인’으로 쌍용차 구조조정 과정 및 결과를 사회적으로 정당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밝혔다.
인수·합병 자문수수료, 김앤장 1,030억원 삼일PwC 860억원
회계·법무법인, 수익창출 위해 고위 관료들과 ‘인적동맹’
또,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이 기업 인수·합병에서 노동의 입장은 도외시하고 자본의 이해와 요구에만 충실히 부응하는 이유는 자본이 지급하는 수수료가 천문학적인 금액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인수·합병에서 매각주관사가 받는 자문 수수료는 대략 거래금액의 2%~5%(추정)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와 더벨 2010년 리그테이블/M&A가 발표한 ‘국내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의 인수·합병의 자문실적’(건수, 거래금액)에 의하면, 법무법인은 △김앤장(63건, 102,877억원) △광장(39건, 15,884억원) △율촌(24건, 42.191억원) △태평양(23건, 45,192억원) 순이고, 회계법인은 △삼일PwC(27건, 86,089억원), 딜로이트안진(22건, 74,732억원), 삼정KPMG(22건, 16,166억원), △언스트앤영(21건, 9,497억원)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앤장은 약 1,030억원(2010년), 삼일PwC은 약 860억원의 인수·합병 자문 수수료를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한형성은,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이 자신들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환경적 장치를 만들기 위해 고위 관료들과 광범위한 ‘인적동맹’을 맺고 있다며, 이러한 ‘인적동맹’은 수임경쟁 및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상업적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회계법인(삼일PwC,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에는 조세 분야를 비롯하여 감사원, 금육감독원, 증권감독원, 재정경제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조달청, 보훈처, 중소기업청, 서울시 등 다양한 정부부처 출신의 전직 고위 관료들이 회계법인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 6대 법무법인에 속해 있는 96명의 전문 인력(고문, 전문위원)의 절반이 넘는 53명이 공정거래위, 금육감독원, 국세청 출신의 관료였으며 더욱이 공직 퇴임 후 1년도 안 돼 법무법인에 취업한 전직 관료가 전체 전문인력의 84.2%인 72명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형성은 ‘신자유주의에서 회계사와 회계법인들은 자본의 편에 서서 인수·합병, 민영화, 구조조정 등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업적 자문서비스를 통한 경제적 이득은 회계사와 회계법인들이 자본의 이익을 위한 직접적 대변자가 되게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 고위관료들과의 인적동맹은 그들의 사적 이익을 안정적으로 향유할 수 있게 하는 환경적인 장치’라고 설명했다.
자본주의 회계는 부패 염려하는 대중들 안심시키는 기능 수행
진보적인 회계학자들의 견해도 소개됐다. 비판회계학자인 패트리샤(Patricia)와 쿠퍼(Cooper)는 경제적 요인 이외에도 회계사와 회계법인들이 신자유주의의 첨병이 될 수 있는 이유 중에는 자본주의에서 회계가 가지는 표면적 특징 및 기능에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자본주의에서의 회계는 합법성과 기술적 정확성이라는 외양을 취함으로서 인수·합병 등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본주의의 부패적 영향을 염려하는 대중들을 안심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관점이다.
자본주의에서 기존 회계가 저지르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한형성은 국내 쌍용차의 실제 사례를 들어 세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다음과 같이 답했다.
첫째, 쌍용차의 2008년 매출(24,952억원)이 2007년 매출(31,193억원)에 비해 20% 감소한 원인이 무엇인가?
둘째, 2008년 영업손실(2,274억원)에 이 두 배가 넘는 4,823억원의 손실이 추가돼 당기순손실이 7,097억원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셋째, 2,646명의 정리해고안이 포함된 삼정KPMG의 경영자문보고서가 안진회계법인의 2008년 감사보고서에서 기초해 작성되었다면, 그 경영자문보고서는 과연 타당성이 있었나?

첫 번째 의문: 외적 요인인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파이기보다는 쌍용차 수출의 주력시장인 유럽에서의 환경규제에 대한 쌍용차 경영진의 미대응이 주된 원인이었다(쌍용차 경영진도 인정). 또한 근본적으로는 상하이 기차의 ‘먹튀 행각’과 이를 가능케 한 산업은행과 정부의 책임이 지적되어야 한다.
두 번째 의문: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비정상적’으로 과대 계상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 손익계산서상 유형자산 손상차손은 5,177억원으로 과거 4년간의 손상차손 연평균 금액인 167억원에 비해 약 30배가 증가했으며, 이는 직전기 유형자산 총액의 36.56%에 이르는 금액이다(*‘손상차손’이란 당해 주식의 가치감소가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 당해 주식가액을 감액하여 당기손실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쌍용차 경영진이 손실을 고의적으로 부풀려 법정관리와 구조조정의 근거로 회계자료들을 이용했고, 이를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이 정당화하였다’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주장은 타당하다.
세 번째 의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서 “삼정KPMG은 ‘본 보고서(자문용역보고서)는 실사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작성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데, 2,646명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특정하였다면 누가 보더라도 해당 회계법인이 매우 꼼꼼이 실사를 하여 회생에 필요한 구체적 재정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구체적 숫자를 특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나 ’삼정은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엉터리 감사보고서를, 회계사라면 너무도 쉽게 그 감사보고서가 허위임을 알았을 것임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그대로 인용하고 그에 기초하여 정리해고안까지 작성하였는 바, 이로 인해 2,646명 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거리로 내쫒기는 천인공노할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쌍용자동차 파업사태의 진실’ 중에서)”라고 지적했듯이, 삼정KPMG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분석’을 통해서 얻게 될 자본의 이득뿐만 아니라 생존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혀진 사람들의 절망까지도 고려하였다면, 분석보고서의 내용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비판회계학, 주류회계담론의 친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알려낸다
한형성은 결론에서, ‘회계사는 자본주의를 지키는 파수꾼’이라는 말이 있듯 쌍용차 사례에서도 회계사와 회계법인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본과 동맹관계를 맺고, 자본의 이익을 지키는 파수꾼인 동시에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을 공격하는 첨병의 역할을 하였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 ‘조작의혹’이 제기됐던 회계정보들은, 회계법인에 의해 사회적으로 공인된 정보가 되어 쌍용차에 대한 법정관리의 근거로 사용되었고, 회계법인이 수행한 경영자문서비스는 회사측의 노동자 정리해고를 합리화하는 근거로 이용되었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이번 연구의 공헌점으로, 기존의 국내 회계학계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던 비판회계학 관점의 사례분석을 통해 주류회계학이 표방하는 계급 중립성의 담론들이 실은 자본의 입장에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밝힌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이르러 ‘이윤’ ‘효율성’ 등으로 대표되는 주류회계담론의 언어들은 이전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노동자들을 비롯한 대중들을 자본주의의 논리에 포섭된 주체들로 재생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이는 비단 경제적 영역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교육, 정치, 환경, 문화, 언론 등의 전 사회적 영역들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주류회계학의 전횡을 우려했다.
한편, 비판회계학이 주류회계담론에서 사용하는 ‘이윤’ ‘효율성’과 같은 언어들이 영속적이거나 불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러한 언어들은 계급투쟁에 의해서 구성된 산물이기에 역시 계급투쟁에 의해서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형성은 비판회계학의 연구 목적은 자본주의에서 사용되는 주류회계담론이 노동자들을 비롯한 대중들을 ‘자본주의적 주체’로 재생산(자본주의 이데올로기)하는 데 있어서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 알리는 것으로, 비판회계학이 향후 계급투쟁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참고자료] 쌍용차는 노조간부와 대의원 140명을 대상으로 5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며 퇴직금 50%, 임금 50% 등을 가압류했다. 경찰도 파업 참가자 103명을 상대로 2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며, 퇴직금 1,000만원, 임금 1,000만원, 부동산 1,000만원을 가압류했다. 최근에는 메리츠화재가 파업당시 발생한 건물 화재에 대해 회사에 보험금을 지급하고 파업 참가자 141명을 대상으로 1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시사IN 2011.1.15.)
[한국인권뉴스 2011. 6. 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