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실증적 증거가 급격히 증가했다. 여기서 경제적 불평등(소득과 부)을 사회적 불평등(기대 수명, 건강 및 교육 접근성, 오염 수준 등)과 구분하여 다루는 이유는 전자가 후자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불평등은 여러 방식으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벌어들인 소득(임금과 이익)의 불평등이 있다. 둘째, 순 개인 자산(부채를 제외한 소유 자산)의 불평등이 있다. 셋째, 자본 자산(기업 규모와 주식 소유)의 불평등이 있다. 또한 국가 간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글로벌 불평등과 국가 내 소득과 부의 불평등도 존재한다. 불평등은 절대적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 개념이다.
먼저 소득 불평등을 살펴보자. 소득 불평등의 기본 측정 도구는 소득 불평등의 지니 계수로, 이는 소득 분배의 전반적인 공정성을 나타낸다. 지니 계수가 1이면 한 해의 모든 소득이 단 한 사람에게 돌아갔다는 뜻이고, 계수가 0이면 모든 소득이 완전히 균등하게 분배되었음을 의미한다. 21세기의 모든 국가의 지니 계수는 이 두 극단 사이에 위치한다.
최근 몇몇 주류 경제학자들은 영국, 미국, 그리고 서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난 20년간 이 계수가 일정하거나 감소해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상위 10%와 하위 10% 소득의 비율도 안정화되었으며,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세계 불평등 보고서(World Inequality Report) 데이터에 따르면, 1980년 이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국가 소득의 비중은 증가해왔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소득 불평등은 평준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불평등이 증가하는 흐름이 반전된 것이 아니라, 2000년대 초반 이후 소득 최상위 계층과 중간 소득 계층 간 격차는 확대된 반면, 최하위 계층과 중간 계층 간 격차는 좁아졌기 때문이다. 초고소득자는 중간 계층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으며(6배에서 7배로 증가), 저소득층은 중간 계층과의 격차를 줄였다(5배에서 4배로 감소).
영국에서는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이 이러한 변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미국과 영국 모두에서 저숙련 노동자는 직업 분포의 중간층이 '공동화'되면서 혜택을 보았고, 중간 숙련 노동자는 피해를 입었다. 미국에서는 최고 소득 직업이 점점 소수의 초고위직 직군에 집중되고 있다. 기술직 노동자는 현재 상위 5% 급여 계층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1990년의 20분의 1에서 증가한 수치다. 과거에는 어떤 단일 집단도 이런 정도의 지배력을 갖지 못했다.
이러한 변화에도 1980년대 이후 거의 모든 국가에서 발생한 소득 불평등의 명확한 증가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가난한 50%의 소득 계층은 모든 지역에서 상위 10%의 소득 계층보다 지속적으로 뒤처지고 있다. 이 격차는 유럽에 비해 중동,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 더 두드러진다. 전 세계적으로 상위 10%의 소득 계층은 전체 소득의 50% 이상을 가져가고 있는 반면, 하위 50%는 단지 5%에 불과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불평등이 극단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가장 불평등한 국가 중 하나로, 상위 10%가 국가 소득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예멘 또한 심각한 불평등을 보이며, 상위 10%가 소득의 59.5%를 차지하고, 상위 1%만으로도 25%를 가져가고 있다.
OECD 국가들 중에서 미국은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상위 1%가 국가 소득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멕시코(21%)와 같고, 남아프리카공화국(19%)보다 약간 더 높은 수치다.
다음으로 글로벌 소득 불평등이 있다. 이는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의 성인 소득 격차, 그리고 각국 평균 소득 간 격차를 의미한다. 2023년 전 세계 1인당 평균 국가 소득(공공 서비스의 '현물' 가치를 포함)은 연간 약 12,800유로(PPP 기준), 월 1,065유로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수치는 지역 간의 엄청난 격차를 숨기고 있다. 예를 들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평균 소득은 월 240유로에 불과하지만, 북미와 오세아니아에서는 월 3,500유로를 초과해 지역 간 격차가 1대 15에 달한다.
아시아(특히 중국과 인도)의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났지만, 세계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성장의 대부분의 이익은 전 세계 최상위 0.1%와 1%가 가져갔다. 2020년, 상위 1%는 전 세계 소득의 20.6%를 차지했으며, 이는 1980년보다 2.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상위 0.1%는 2020년 전 세계 소득의 8.59%를 차지했으며, 이는 1980년보다 1.9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 초고소득 계층은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타격을 받았으나, 상위 0.1%는 2007년에 누리던 전 세계 소득 점유율을 거의 회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국제 분쟁의 증가는 지난 4년간 전 세계 '극심한 빈곤' 비율을 실제로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중간 소득 국가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덜 극심한 형태의 빈곤 감소는 지속되었으나, 2010년대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변화가 없을 경우, 세계은행은 전 세계 빈곤과의 '전쟁'에서 "잃어버린 10년"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연간 1인당 생산량은 7만 3천 달러로, 저소득 국가 평균의 약 26배에 달한다. 심지어 인도, 나이지리아, 필리핀과 같은 하위 중소득 국가들도 미국 경제 생산량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낮은 GDP는 식량, 의료, 기술 소비의 감소를 의미하며, 인프라, 교육, 주택에 대한 투자 부족과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전반적인 복지 감소로 이어진다.
국가 간 그리고 국가 내 소득 불평등은 부의 불평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신 UBS 글로벌 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개인 부의 상위 1.5%가 전체 개인 부의 약 48%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하위 40%는 부채를 제외하면 아무런 자산도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초고액 순자산 보유자(Ultra high net worth individuals)"라는 표현은 자산이 3천만 달러를 초과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자산 관리 업계의 용어로, 이들은 전 세계 부의 놀라울 정도로 불균형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 총 부의 6.5%를 소유하고 있지만, 세계 인구의 극히 일부분(0.003%)에 불과하다.
부의 집중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증가하고 있지만, 각국에서 상위 1%에 속하기 위해 요구되는 부의 기준은 상당히 다르다. 나이트 프랭크 웰스 리포트(Knight Frank Wealth Report)에 따르면, 미국에서 상위 1%에 들기 위해서는 최소 580만 달러의 자산이 필요하다. 이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 상위 1%에 들기 위한 최소 자산 기준의 5.4배에 해당하며, 3위 경제 대국인 독일의 기준보다 1.5배 많다.
최신 UBS 글로벌 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26명이 소유한 자산은 총 2조 8,720억 달러에 달했다. 이들의 총 자산은 세계은행의 GDP 데이터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가 연간 생산하는 총 상품 및 서비스 가치를 초과하는 규모다.
UBS 억만장자 야망 보고서(UBS Billionaire Ambitions Report)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억만장자 계층의 가장 큰 확장을 기록했다. 스위스 기반 투자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억만장자 수는 2023년 751명에서 2024년 835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중국은 부동산 위기와 금융시장 혼란으로 인해 새로운 억만장자들이 10억 달러 자산 기준 아래로 밀려나면서 9자리 수 자산 보유자 클럽이 520명에서 427명으로 줄어들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상위 1%는 국가 부의 40.5%를 소유하고 있어 다른 OECD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어떤 산업 국가에서도 최상위 1%가 자국 부의 27%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는 없다.
중국은 최상위 부유층에서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인구가 미국의 4배 이상인 중국에서도 고액 순자산 보유자의 수는 여전히 미국보다 4.8배 적다.
미국의 부의 불평등 규모를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은퇴를 위해 저축한 10만 달러는 100달러 지폐로 약 4.3인치(약 11cm)의 두께이고, 100만 달러는 43인치(약 109cm), 10억 달러는 3,600피트(약 1,097m), 즉 12개의 축구 경기장 길이에 해당한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는 2,722피트(약 830m)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의 자산은 4,860억 달러로, 이는 높이 330마일(약 531km) 또는 에베레스트산 60개를 쌓아 올린 것에 해당한다!
소득과 부의 분포에 대해 각국의 지니 지수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놀라울 정도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소득 분포 지니 지수는 37.8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부 분포 지니 지수는 무려 85.9에 달한다! 또는 평등주의로 알려진 스칸디나비아를 살펴보자. 노르웨이의 소득 지니 지수는 단 24.9에 불과하지만, 부 지니 지수는 80.5에 이른다. 다른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난다. 북유럽 국가들은 평균보다 낮은 소득 불평등을 보이지만, 부의 불평등은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개인 부의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국가는 어디일까? 아래는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10대 사회다.
이 목록에 포함된 국가들 중 일부는 매우 가난하거나 독재 또는 군사 정권 아래에 있는 나라들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상위 10위 목록에는 미국과 스웨덴도 포함되어 있다. 즉, '신자유주의적' 선진 경제와 '사회민주주의적' 경제 모두가 이 목록에 들어가 있다. 이는 자본주의가 부의 불평등에 있어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미국은 G7 선진 경제국들 중에서 부와 소득 불평등의 측면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부의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알아볼 수 있을까? 세계경제포럼(WEF) 지수를 사용한 분석에서, 약 0.38의 양의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 이는 한 경제에서 개인 부의 불평등이 높을수록 소득 불평등 또한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부와 소득의 불평등 중 무엇이 무엇을 주도하는지는 쉽게 답할 수 있다. 부는 더 많은 부를 낳고, 더 많은 부는 더 많은 소득을 가져온다. 극소수의 엘리트가 생산수단과 금융을 소유하고, 이를 통해 부와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부의 불평등에서 중요한 또 다른 측면은 세대를 거쳐 상속으로 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그의 아버지가 이미 억만장자에 가까웠기 때문에 억만장자가 되었고, 일론 머스크는 아버지의 수백만 달러 지원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열심히 일하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가난에서 부유해지는 ‘미국의 꿈’은 그저 꿈일 뿐, 현실이 아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 소속 두 경제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피렌체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들은 거의 600년 전 피렌체에서 가장 부유했던 가문들의 후손이었다. 이는 이탈리아 도시국가에서 상인 자본주의가 발흥했던 시기부터 산업 자본주의의 확장, 그리고 오늘날 금융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가문들이 부의 정점에 여전히 위치해 있음을 보여준다.
‘평등주의’로 알려진 스웨덴의 충격적인 부의 불평등에 대해, 새로운 연구는 성공을 만드는 것은 좋은 유전자가 아니라 가족의 재산, 혹은 그것과의 결혼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람들은 더 똑똑하거나 더 잘 교육받았기 때문에 부유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부유한 이유는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았거나,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부는 부모와 자녀 간에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밝혔으며, “입양 부모와 생물학적 부모, 그리고 입양된 아이의 순자산을 비교했을 때, 유산 이전에도 환경의 역할이 크며 출생 전 요인의 역할은 훨씬 작다”고 결론지었다. 연구자들은 “심지어 비교적 평등한 스웨덴에서도 부는 부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논의했듯이, 부의 집중은 생산 자본, 즉 생산수단과 금융의 소유에 관한 것이다. 대규모 자본(금융과 사업)은 세계의 투자, 고용, 금융 결정을 통제한다. 스위스 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서로 연결된 지분을 통해 147개의 핵심 기업이 전 세계 부의 40%를 통제하고 있으며, 총 737개의 기업이 80%를 통제한다. 이는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데 핵심이 되는 불평등, 즉 자본의 집중된 권력을 보여준다. 부의 불평등이 생산수단과 금융의 소수가 소유하는 구조에서 비롯되고, 이러한 소유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부에 대한 세금을 늘려도 현대 사회에서 부와 소득의 분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데는 항상 한계가 있을 것이다.
자본의 권력은 국가 간에서도 발휘된다. 인구 1천만 명 이하의 국가는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개 국가는 모두 자본에서 순외국소득을 받고 있다. 반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10개 국가는 대부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위치한 과거 식민지로, 부유한 국가들과는 정반대의 경향을 보인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외국 투자를 통해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순외국소득을 다른 나라에 지불한다. 이러한 자본 유출은 인프라, 의료, 교육과 같은 빈곤 탈출의 핵심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한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글로벌 북반구(Global North)’와의 격차를 좁힐 수 없는 것이다.
소득과 부의 이 극단적인 집중이 초래하는 또 다른 부산물은 세계 인구 하위 50%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2%만을 책임지고 있지만, 기후 변화가 없는 세계와 비교했을 때 이들의 소득 손실의 75%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반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상위 10%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상대적 소득 손실은 단지 3%에 불과하다고 세계 불평등 연구소(World Inequality Lab)의 분석은 밝히고 있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이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을 낳으며, 인류와 자연의 대다수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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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