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는 지구(중앙)에서 수십억 광년 떨어진 천체들까지 지도를 작성하고 있다. 출처: Claire Lamman/DESI 협력단, CC BY.
관측 임무들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면서도 혼란스럽다. 게다가 여러 에피소드로 가득해 마치 점심 드라마처럼 느껴질 정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나타나 우리를 우주의 핵심적인 수수께끼에 계속 몰입하게 만든다. 우리는 과연 이 수수께끼들을 풀 수 있을까?
우주를 가장 잘 설명한다고 주장하는 여러 이론 모델들 사이에는 큰 불일치가 존재한다. 우주론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이런 불일치를 ‘텐션(tension)’이라고 부른다. 현재 이 논쟁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은하와 은하단을 구성하는 물질은 어떻게 뭉쳤을까? 우주는 어떤 속도로 팽창하고 있을까? 암흑에너지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그것과는 다른 존재일까?
통합된 해답을 찾기는커녕, 우주론에서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의 목록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물론 때때로 긍정적인 놀라움이 나타나면서, 일부 논쟁은 희미해지거나 해소되기도 한다.
최근 암흑에너지 분광기(DESI, 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가 발표한 우주의 팽창에 관한 관측 결과는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동적인 성질을 가졌다는 모델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암흑에너지가 일정한 상수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진화한다는 관점으로,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에 큰 전환점을 가져온다.
DESI 데이터 지도 – 24초 회전(근거리 시점)
DESI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중 가장 거대한 3차원 우주 지도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암흑에너지를 연구하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의 중심에는 지구가 있으며, 각 점은 하나의 은하를 나타낸다. 출처: DESI 협력단 & KPNO/NOIRLab/NSF/AURA/R. Proctor
우주는 어떤 속도로 팽창하고 있을까?
이 난제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문제는 ‘허블 텐션(Hubble tension)’이다. 이는 10년 넘게 제기되어 온 문제로, 현재 우주의 팽창 속도에 대한 측정값이 크게 엇갈린다는 사실에 그 핵심이 있다. 이 논쟁에는 두 관측 측정 방식이 맞서고 있다.
먼저, 빅뱅 직후 발생한 우주배경복사(CMB, Cosmic Microwave Background)의 정밀한 측정값이 첫 번째 경쟁자다. 반대편에는 국부 우주에서 관측한 여러 측정값이 있으며, 특히 특정 유형의 초신성 관측 자료가 이에 해당한다.
우주배경복사 자료는 우주의 극한 끝에서부터 도달한 전자기 복사를 활용하며, 이 복사는 거의 우주의 전체 역사와 구조 형성을 목격해 왔다.
반면, 초신성 관측 자료는 성숙한 우주의 물리적 특성에 대해 알려준다. 이는 가까운 별빛을 이용하며, 상대적으로 최근 시기의 정보를 담고 있다. 초신성을 기반으로 한 측정값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더 빠르다고 예측한다.
현재 이 둘 사이의 수치 차이는 매우 극단적이다. 이 차이가 단순한 우연으로 발생할 확률은 0.0000002%, 즉 5억 분의 1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과학자들은 뭔가 근본적인 요소를 간과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새로운 독립적 실험들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현재로서는 죽어가는 별의 밝기 측정에 기반한 신뢰할 만한 관측값이 초신성 측정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현재 우주의 팽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새로운 연구 흐름에 계속 주목해야 한다. 이 경향은 오히려 문제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제 그 간극이 너무 커져서, 어떤 이들은 이를 ‘허블 위기(Hubble crisis)’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우주의 다양한 장소에서 물질은 어떻게 뭉쳐졌을까?
우주론자들을 오래도록 붙잡아 둔 또 하나의 텐션은, 우주 내에서 물질이 밀집된 영역과 거의 비어 있는 영역 사이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 현상은 마치 유명한 초콜릿 음료에 생기는 덩어리처럼, 우주에 군데군데 덩어리가 생긴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역사적인 이유로, 우리는 공동 운동 기준계(comoving frame)에서 반지름 8메가파섹(Mpc, 약 2,600만 광년)인 구 안에 존재하는 물질의 양을 측정한다. 공동 운동 기준계란, 우주의 팽창에도 불구하고 천체들 간의 상대적인 거리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좌표계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마치 늘어나는 고무 시트 위에 있는 물체 각각에 핀을 꽂아두고, 그 초기 위치 간 거리를 고정된 값으로 삼는 것과 같다.
8 Mpc라는 값은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가장 거대한 은하단의 크기와 비슷한 규모이며, 우주 평균 밀도에 비해 물질 밀도의 요동(fluctuation)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스케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은하인 은하수 내부 영역에 위치한 구상성단 NGC 6355. 출처: ESA/Hubble 및 NASA, E. Noyola, R. Cohen, CC BY
이 스케일에서는 중력 수축을 통해 안정된 구조가 형성된 이후의 모습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반면, 1 Mpc(약 326만 광년)보다 작은 스케일에서는 중력의 비선형성 효과를 무시할 수 없으며, 구체적으로는 은하들이 중력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은하단의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반대로 100 Mpc(약 3억 2,600만 광년)보다 훨씬 큰 스케일에서는 밀도 요동이 관측되지 않고, 오히려 물질이 균일하게 분포한 것으로 나타난다.
흔적 추적자(tracer) 간의 불일치
지금까지 우주배경복사(CMB)라는 '피노키오의 양심' 같은 존재가 제공한 측정값은 하나의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그것은 다른 유형의 측정값들과 통계적으로 심각한 불일치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때 비교 대상이 되는 측정값은 '흔적 추적자(tracer)'를 통해 얻어진 것들이다. 흔적 추적자란,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분포를 보여주는 관측 가능한 천체나 현상을 일컫는다.
우주의 물질 대부분은 암흑물질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직접 관측할 수 없다. 하지만 은하, 은하단, 기타 천체들이 모여 있는 양상을 보면, 그 배후에 숨어 있는 암흑물질의 분포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유럽남방천문대(ESO)가 주도한 KIDS(Kilo-Degree Survey) 실험은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 텐션이 해소된 것이다. 실험 데이터를 통해, 은하와 은하단의 집합이 표준 우주론 모형(ΛCDM)이 제시하는 규칙을 따른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여러 측면에서 데이터를 정교하게 개선했다.
Kilo-Degree Survey의 관측 영역
이 영상은 하늘을 구면 위에 투영한 모습과 KIDS가 관측한 띠 모양의 영역을 보여준다. 은하계의 먼지는 검은색으로 나타난다. Kilo-Degree Survey의 관측 구역은 가능한 한 먼지가 적은 영역을 포함하도록 선택되었다.
우주에 대한 정밀도와 데이터 양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놀라움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는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암흑에너지 텐션
완전히 새로운 쟁점은 아니지만, 진화하는 암흑에너지와 변화하지 않는 암흑에너지 사이의 텐션은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
DESI(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 실험에서 나온 최신 데이터와 분석 결과는 갓 나온 뜨거운 자료다. 이 결과는 우리가 '중입자 음향 진동(BAO, Baryon Acoustic Oscillations)'이라고 부르는 현상에 대해 설명한다. BAO는 초기 우주에서 발생한 일종의 음파로, 우주의 팽창으로 인해 온도가 내려가면서 이 진동이 정지되었다. 이 냉각 과정은 빛과 물질이 서로 분리되게 만들었다.
오늘날 이 패턴은 은하의 분포 속에 각인되어 있으며, 우리는 이를 통해 우주의 팽창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 분석을 통해 암흑에너지가 중력 반발력을 발생시키는 힘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문제는 1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며,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다. 그런데 이 결과는 우주배경복사(CMB)에서 나온 다른 데이터와 충돌하고 있다. CMB는 전자기 복사이기 때문에, 우주를 이동하는 동안 변화하는 전기장을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주 곳곳에서 마주치는 물질 밀도 변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장 최근의 관측 데이터는 아타카마 우주론 탐사(Atacama Cosmology Survey)에서 제공되었다. 이 데이터는 우주 상수(Λ)를 기반으로 하는 암흑에너지 모형과 매우 잘 들어맞는다.
이처럼 여러 결과들을 보고 있자면, 질문은 많고 확실한 해답은 없다는 점에 다소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주론이 지금까지 발전해 온 이유는, 누군가 "위는 보지 마"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출처] Los enigmas del universo están que arden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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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라스코스(Ruth Lazkoz)는 바스크대학교(Universidad del País Vasco / Euskal Herriko Unibertsitatea)의 이론물리학 교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암흑에너지 모형과 수정중력이론을 포함한 우주 팽창에 대한 이론적 해석 및 관측적 분석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