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파면은 안전한 미래 출발점"...4월의 약속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꿀 것"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 안전한 세상을 물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11년 전 시작된 우리의 변화와 광장에서의 외침은 더 나은 내일을 향한 변화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4월 16일의 약속은 세월호 참사에 국한된 다짐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이전의 피해자들과 세월호 참사 이후의 피해자들,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 참사와 시민 재해, 산업재해에 이르는 모든 피해자들의 손을 잡아주고 연대로 함께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잔인한 4월'을 기억과 약속의 4월, 진실과 변화의 4월로 만들어가고 있는 이들이 함께 모였다. 16일 오후 4시 16분, 세월호 기억공간이 자리한 서울시의회 앞마당을 수많은 시민들이 가득 메웠다. '세월호 참사 11주기 시민기억식' 현장이었다. 

4.16연대가 주최한 이날 기억식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을 생각하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다짐하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11주기 시민 기억식 현장. 참세상

곽재인 세월호 기억공간 활동가는 여는 발언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는 반복되는 비극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그럴 때마다 이 사회가 정말 바뀌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구조적으로 묻고 바꾸지 않으면 또 누군가가 같은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고 말했다. 

곽 활동가는 "저는 그 두려움에 마주 서는 방법 중 하나가 기억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억은 단지 지난 일을 잊지 않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우리가 바꾸고 책임져야 할 것들을 붙잡는 힘"이라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그래서 이 공간이, 그리고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가 단지 추모에 그치지 않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서로의 약속이 되었으면 한다. 그 마음으로 저는 이곳을 지켜왔다. 앞으로도 기억이 멈추지 않기를, 더 많은 사람이 이 기억과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곽재인 활동가가 지키고 있는 세월호 기억 공간은, 지난 2021년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를 이유로 기억 공간 철거 방침을 세우면서, 서울시의회로 축소 이전되어 임시로 운영되고 있다. 자리를 옮긴 서울시의회 공간에서도 오후 9시 이후에는 단전을 하고, 철거와 변상금 납부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시민 기억식에서 연주하는 고양자유학교 학생들. 참세상

대안학교 고양자유학교 학생들은 리코더 연주와 발언으로 마음을 전했다. 연주에 앞서 발언에 나선 학생은 "아무것도 모르던 7살의 아이들이 나비가 된 희생자분들과 같은 나이가 되었다"면서 "우리는 그 봄날을 차가운 바닷속에 멈춰버린 이들의 시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살았던 시간 이후의 삶을 우리가 기억하며 이어가야 한다. 따뜻한 봄날에 나비가 되어 날고 있는 소중한 이름들이 부디 좋은 곳에서 따뜻하게 지내고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윤석열 파면 광장'에서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연대해왔던 청년 김예원 씨는 이어진 발언에서 "가방에 노란 리본은 항상 달고 다녔는데 세월호 참사를 깊이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아마 괴로움 때문인 것 같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생각할 땐 항상 슬펐다"면서 "그런데 제가 괴롭다고 이 참사를 지나쳐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예원 씨는 "세월호 참사를 마음 깊이 추모하기 시작하고, 여러 활동에도 참여를 했는데 슬프기만 하진 않았다"면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부모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항상 즐거웠고, 함께 걷고 주먹밥을 만들고 눈물을 흘리고 웃는 일은 생각보다도 힘이 강했다"면서 "저를 항상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는 확신을 안고 살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영화 '너랑 나'의 사운드트랙을 소개하면서 "노래에 '나는 네가 되기도 해'라는 가사가 있는데,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러 온 여러분들도 제가 되고 저도 여러분이 되는 것 같다. 절 지켜주는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안전 사회가 되도록 저도 열심히 지키겠다"고 힘 주어 말했다. 

기억공간에 헌화하는 김수연 씨. 참세상

이날 대학생 김수연 씨(23세)는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인동'에서 함께 활동하는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세월호 시민기억식을 찾았다. 

수연 씨는 참세상에 "(참사 당시에는) 초등학생이어서 참사에 대해 잘 몰랐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얼마나 무섭고 중요한 사건이었는지 뒤늦게 실감하고 있다"면서 "뒤늦게나마 함께 추모하고 싶어서" 기억식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끝이 난 것 같다"며 "당시 정부 요직에 있었던 사람들이 제대로 사과하고 모두 물러났으면 좋겠다"고도 이야기했다. 또한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일에 돈이 더 들더라도 사람을, 안전을 최우선하도록 해야"하고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끝까지 함께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누군가 놓쳤던 삶을 제가 대신 사는 건 아니지만 부끄럽지 않게, 제 남은 인생을 사랑하고 함께 기억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시민 기억식 현장 영상. 참세상

참여자들은 '시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하고 기억공간에 헌화를 하며 이날 기억식을 마무리했다. 

강가라연 4.16연대 활동가와 안서연·전율 고양자유학교 학생, 허정우 기억공간 지킴이 활동가가 낭독한 글에서는 "윤석열 탄핵 광장에서는 그의 파면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세월호 세대의 목소리가 함께 했다"면서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 다시 광장에 나선 이유는 윤석열의 파면과 내란 공범자들의 처벌이 단순히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였기 때문"으로 "윤석열의 파면은 세월호 참사 기억을 되새기며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참사의 진실을 우리의 힘으로 밝혀내고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해달라. 아직 밝혀야 할 진실과 묻지 못한 책임이 많다"면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잊지 않고 그날의 아픔을 마음속에 새기며 피해자와 별이 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함께해달라,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를 지키고 모든 재난 참사 피해자들과 함께 연대해달라"고 호소하고 "기억과 진실을 지우려는 권력에 맞서 우리는 기억을 지키며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으며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행동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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