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령 이후, 투쟁하는 노동자에게로 왔다
12월 22일 남태령에서 경찰차벽을 허물기 위해 시민들이 몰려들던 새벽, 거제조선하청지회 통장에 낯선 이름들이 찍혔다. ‘조선업 종사자의 딸’로 시작되는 후원금은 24일이 되자 2,037건으로 늘어났다. 트위터에 올린 연대 요청 글 조회 수는 불과 며칠 만에 5만을 넘어섰다. ‘남태령에서 온 소녀’, ‘남태령을 못간 소녀’, ‘하루 시급’ 등 남태령에서 온 연대다.
닛코덴토 투기자본에 맞서 1년 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옵티컬 농성장에는 ‘생명수’가 도착했다. 24일 단 하루만에 1천 병이 넘는 생수가 전달된 것이다. SNS에서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 중에 도움이 필요한 사업장 명단이 돌았다. 쿠팡물류지회도 그 중 하나다. 생경한 이름의 후원에 노동자들은 그저 고맙고 신기하다.
거제조선하청노동자들은 새해맞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온라인에 ‘남태령에서 온 소녀들을 만나고 싶다’는 초대장을 보냈다. 혹시나 했는데 2024년 마지막 날, 남태령의 연대자들은 조선하청노동자들을 만나러 왔다. 온라인에서의 만남이 실제 만남으로 이어진 것이다. 퀴어로, 여성으로, 직업으로 자신을 밝히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연대자들이 노동자들은 새롭고, 신기하고, 따뜻하고, 뭉클했다고 말한다.
12.3비상계엄 이후 광장은 민주주의 얘기로 뜨겁다. 하지만 그 열기가 노동 현장으로까지 닿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태령 연대자들이 민주주의를, 서로의 삶을 잇는 연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노동자들이 공장 담벼락을 넘어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바라는 이들과 만나 새로운 세상을 열어봐야 하지 않을까!
남태령에서 거제 조선소로...'연대'는 해를 넘겨도 계속된다 - 경남도민일보
농민·장애인과 함께 싸우는 민주동덕
동덕여대 학생 사회가 두 달 간의 투쟁을 이어오며, 연결을 두려워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학측이 모든 형태의 학생시위를 고소·고발로 막아서고 대자보를 훼손하는 동안, 우리는 온라인 테러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움츠러 들었다. 그럼에도 동료시민들은 우리에게 연대의 손길을 뻗어주었다.
동덕여대 투쟁을 폄훼한 전농 소속 회원의 댓글로 인한 문제가 되자, 전농은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여 신속히 연대의 입장을 밝히고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또, 월간 『전농』에 “악폐습에 맞서 더욱 치열하게 싸우지 못한 지난날의 결과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생각과 언행을 돌아보고 다잡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며 함께하는 미래를 그려주셨다.
후배들은 명동성당 앞에서 전장연과 함께 “메리탈시설마스!”를 외쳤고, 전장연은 1월 2일 출근길 지하철 다이인(Die-in) 행동에 이어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까지 행진하고 캠페인 활동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전해주었다.
이제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사람들에게 밤새 남태령을 달궜던 연대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한다. 민주동덕도 윤석열 즉각 퇴진을 위해 나서주신 동료시민들과 함께 나아갈 것이다.
김강리 | 동덕여대 졸업생 연대
팔레스타인 해방은 우리의 민주주의와 연결돼 있다!
12월 28일 오후 2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서른한 번째 집회가 열렸다. 남태령 투쟁의 영향 때문인지 평소 100~300명이 모이는 이 집회에 갑작스레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날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20대 여성은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 이후 우리의 삶에 많은 국면이 달라졌다”면서, “일상이 무너진다는 말을 실감하는 날들이었다”고 회고했다. 계엄령 선포 당시 그는 국회 앞으로 달려갔는데, “머리 위로 굉음을 내는 헬기가 지나갈 때, 1980년 5월 광주의 거리에서 죽어간 시민들, 76년째 이스라엘에 의해 죽어가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또, ‘망각이 다음 학살을 준비한다’는 말을 상기하면서 “유대인 학살을 잊은 네타냐후의 손아귀에서 팔레스타인 학살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 역사 속 대학살을 잊은 대통령의 한마디로 총칼의 위협은 되살아나는 것”이라고 외쳤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더 이상 팔레스타인을 몰랐던 때, 계엄령 이전 우리 사회가 평온하고 민주적이라고 착각했던 때로 “돌아갈 수 없”다. “과거와 오늘의 민주주의가 연결돼 있듯, 먼나라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우리의 것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발언자는 소설가 한강이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던 것을 환기하며, “산 사람도 산 사람들을 구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참가자 1천 명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함께 외치며, 윤석열 퇴진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으로 함께 행진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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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