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힘으로 윤 체포하고, 가자! 평등으로"

한화오션 조선 하청노동자 농성장 앞,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열려

"우리는 세상이 바뀌기를 원하는 모두입니다. 함께 평등한 세상, 우리 모두 손에 손잡고 웃으면서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청계천로 빌딩 숲 사이 칼바람이 불었다. 천막도 없이 한밤을 지새운 조선 하청노동자들의 곁에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시민, 또 다른 노동자, 누군가들이 자리했다. "우리는 이미 우리가 되었다"면서 "연대의 힘으로 윤석열을 퇴진시키자", "윤석열을 체포하고, 평등으로 가자"고 함께 외쳤다. 

'내 삶을 바꾸는 광장, 평등을 여는 2025년'. 참세상

8일 저녁 7시, 서울 한화 본사 앞 조선 하청노동자들의 농성장 곁에서 '내 삶을 바꾸는 광장, 평등을 여는 2025년'을 주제로 두 번째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가 열렸다. 평일 저녁, 영하의 날씨에도 다양한 시민들이 모여 색색의 깃발과 응원봉을 들고, 은박담요와 핫팩으로 온기를 나누며 '윤석열 퇴진'과 '모두의 존엄'을 함께 촉구했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세상으로"

이날 집회는 투쟁하는 여러 현장의 목소리로 문을 열었다. 

먼저 한화 본사 앞과 함께, 거제에서도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이야기를 전했다. 

문정호 조합원은 "조선하청지회의 투쟁에 관심과 연대로 함께해 주신 우리 동지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심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요구가 그렇게 큰 잘못인가.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요구가 그렇게 잘못인지 따져 묻고 싶다"면서 "우리의 승리로 (투쟁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다짐했다.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은 계엄 당일 국회 앞, 남태령, 거제, 한화 본사 앞 농성장 등으로 이어지는 시민들의 연대를 경험하면서 "위대한 시민의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들은 정말 위대하다. 아무리 자본이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결코 시민의 단결된 힘을 이길 수는 없다는 희망을 다시 품게 되었다. 모두 여러분들 덕"이라 마음을 전했다. 

그는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오랜 꿈이 있다. 바로 우리가 뭉치면 세상이 바뀐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세상이 바뀌기를 원하는 모두이다. 함께 평등한 세상, 우리 모두 손에 손잡고 웃으면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박정혜, 소현숙 노동자 화상 연결. 참세상 

불탄 공장 옥상에서 일 년이 넘게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박정혜, 소현숙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도 화상 연결로 마음을 전했다. 

박정혜, 소현숙 씨는 "한남동에서 폭설과 칼바람을 맞으며 윤석열 체포투쟁을 벌이는 시민들을 보고,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다"면서, "고공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외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두 노동자는 "인간이, 노동자가 안전하게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도 영상을 통해 "우리는 지금 헌법 파괴자, 민주주의 파괴자, 그리고 내란수괴범 윤석열 탄핵을 위해서 함께 투쟁하고 있다. 우리의 투쟁은 탄핵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민주주의를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경석 대표는 "저희는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 투쟁하고 있다. 우리 모두 탄핵을 통해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면서 "함께 투쟁해서 반드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향해서 힘차게 가겠다"고 연대를 다짐했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살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인우종합건설 산재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문유식 건설노동자의 딸, 문혜연 씨도 이날 현장에 있었다. 문혜연 씨는 발언에 나서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로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매일 일터 현장에서 죽음의 행렬이 지속하고 있다. 윤석열을 퇴진시키고 새로운 사회대개혁 시대에는 생명과 안전이 모든 사람의 기본권으로 지켜지는 나라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살고 일할 수 있는 세상, 시민들이 직접 만들자"고 말했다. 

문혜연 씨는 오는 23일 예정된 인우종합건설의 산업안전관리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회사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모으고 있다.

연대를 이어가는 남태령 시민들. 참세상 

"우리는 이미 우리가 되었다"

여러 시민들의 자유 발언도 이어졌다. 

김민재 씨는 자신을 "경기도 의왕에 살고, 마트에서 물건 진열하는 일을 하는, 30대 남성이자, 앨라이"라 소개했다. 그는 "우울증을 앓고 있고, 이 우울증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기후재앙과 이 문명에 대한 애도가 그 한가운데 있다"면서 "윤석열을 처벌하고, 그 이후 새로운 정치를 상상하면서, 우리가 나아갈 유일한 길은 민주주의와 평등, 그리고 생태 사이의 좁은 회랑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해외 록밴드 내한 추진위원이라 자신을 소개한 한 시민은 자신이 '에이로맨틱, 오토코리섹슈얼의 퀴어'라고 밝혔다. 그는 "소수자성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다른 소수자들과 함께 연대하는 여러분과 동지라는 게 자랑스럽다"면서 "우리의 힘으로 윤석열을 몰아내고, 진정한 새해와 평등을 맞이하자. 함께 힘을 모아 싸우자"고 말했다. 

슈하 씨는 "평등이란, 헌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성별, 종교, 신분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않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오늘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한파 주의보가 발령된 오늘 다시 거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런데 "거리에서 동고동락을 함께한 우리를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평소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라는 이유로, 성별이 나이가 다르다는 이유로 갈라놓으려 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탄핵만큼 고공 농성중인 노동자가, 차별받는 성소수자가,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여성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를 갈라놓지 말라. 우리를 구분하지 말라. 우리는 이미 우리가 되었다"고 소리 높였다. 

"우리는 연결된 힘으로 윤석열을 앞세운 극우정치를 파면하고 이전보다 나은 세상, 더 평등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 참여 단체들도 고민을 나누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지금 우리 모두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윤석열 즉각 체포와 구속, 그리고 빠른 파면"이라면서, "저는 무너져 내린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하루빨리 바로 세우고 싶다. 그래서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단체들은 비상행동 주관으로 진행되는 퇴진 집회에도 모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편 일주일에 하루는 이 무너진 정치를 탄핵시키고 우리가 다시 지어나갈 그 '평범한' '일상'을 그려보는 시간도 이렇게 마련하여 평등의 광장을 열어보게 되었다"고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의 취지를 소개했다. 

장예정 위원장은 "(2022년)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의 파업 때도 인권활동가들이 긴급행동으로 결합하였고, 성소수자 활동가들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거통고 지회 사무실에 걸린 무지개깃발도 널리 알려져 있고, 지난(12월 31일 거제에서 진행한) 1박 2일 투쟁 당시 성중립 숙소 운영에 대해서도 잘 알려진 상황이다. 좁게는 저희 네트워크에 함께 하는 단위들, 조금 더 넓게는 이 자리에 오신 다양한 배경의 연대자들, 더 넓게는 이 사회의 시민들이 이미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대는 이미 전제된 우리의 투쟁 방식이다.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하는 우리가 늘 함께하고 있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면서, "거통고지회 동지들의 승리가 우리의 승리이고, 하청노동자의 투쟁의 승리가 불평등을 타파하고 평등으로 나아가는 시작이다. 우리는 연결된 힘으로 윤석열을 앞세운 극우정치를 파면하고 이전보다 나은 세상, 더 평등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것이 연대의 힘이다. 함께 승리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현장 발언과 구호 영상. 참세상 

김유리 서울녹색당 운영위원장은 "우리는 서로 다른 현장과 운동을 이해하며 ‘연대’의 광장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탄핵’을 함께 외치면서도, 차별을 용인하지 않는 ‘평등’의 광장을 만들고 있다"면서 "투쟁으로 윤석열을 탄핵하자! 평등으로 윤석열을 탄핵하자"고 이야기했다.  

장태린 정의당 마포구위원회 당원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고령이라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지역 출신,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더 이상 없는 세상을 바란다. 그리고 산재 피해자를, 그 유족을 외롭게 두지 않는 정치를 원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차별과 배제가 일상화된 우리의 ‘옹졸한 민주주의’가 바로 윤석열 정권을 만들었다"며 "박근혜 이후의 윤석열, 윤석열 이후 찾아올 수 있는 더 큰 민주주의의 후퇴를 이제 반복하지 말자, 삶과 존재 자체가 투쟁인 사람들과 함께, 우리의 탄핵을 다 같이 완성하자. 탄핵의 완성은 누가 뭐라 해도 차별없는 세상, 평등한 세상이지 않겠는가" 말했다.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는 매주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를 열고, '윤석열 퇴진'과 '평등'을 고민하는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광장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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