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28일, 지난 2022년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며 51일간 파업을 벌인 하청 노동자들에게 제기했던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조건 없이 취하하기로 했다. 파업 이후 지난 3년간 고공농성과 단식을 비롯해 생을 건 투쟁을 힘겹게 이어온 조선하청 노동자들의 노력과 노동계・시민사회의 연대가 만들어낸 결과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조선하청지회’)는 이날 성명을 발표해 “470억 손배는 하청노동자에게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삼권을 박탈하기 위한 한화오션과 윤석열 정부의 합작품이었다”고 지적하고 “한화오션은 정당한 단체교섭 요구를 불법으로 거부했고, 이에 대항한 하청노동자 파업을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불법으로 규정하고 경찰특공대를 동원해 강제진압하려 했다”고 환기했다.
또한 “470억 손배는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이 시대적 정의이자 과제임을 보여주는 명징한 증거”로 “조선하청지회는 470억 손배라는 짐을 기꺼이 지고 앞장서 싸웠고, 그 싸움은 노동조합법 개정의 밑불이 될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들은 “조선하청지회를 짓누르던 470억 손배는 취하될 것이지만, 자본은 손배소송이라는 노동조합 탄압의 효과적인 수단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우리는 노동조합법을 다시 제대로 개정해 파업에 대한 손배소송을 전면 금지하는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 싸움의 시작은 원청 한화오션과의 실질적인 단체교섭을 실현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덧붙여 “개정 노동조합법은 2026년 3월 시행되지만 이미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한화오션을 하청노동자의 사용자라 판정했기에,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10월 24일 원청 한화오션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히고, “한화오션은 더 이상 법 뒤에 숨지 말고, 지금 당장 조선하청지회와의 직접 단체교섭에 응하라”, “하청노동자 저임금 문제를 개선해 하청노동자의 임금, 복지, 노동조건을 정규직의 80%로 향상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라”라고 촉구했다.
한화오션-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손배소 취하 합의 기자회견 현장에서 발언 중인 김형수 지회장. 금속노조 제공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도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손해배상 청구 소송 취하 합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손해배상의 취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회장은 2022년 파업 당시 스스로 용접한 철창 감옥에 자신을 가두고 투쟁에 나섰던 “유최안 동지의 처절함은 비단 그 개인만이 아니라, 조선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하청 노동자들의 처절한 모습이라는 것을 우리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덧붙여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땅 노동자들의 진정한 노동3권을 위해서 투쟁하다가 돌아가신 이들, 자본의 탄압으로 고통받다 스스로 목숨을 버린 손배 피해자들, 그들의 영정 앞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어서 그는 “노조법 2・3조가 개정되었으나,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 기본권을 확보해 내지는 못했다”라며 “그러나 그 취지를 되살려서 올해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24일 원청 한화오션에 교섭 요구를 했다”고 알리고, “조선하청지회가 한화오션에 요구하는 단체교섭 요구안을 오늘 가지고 왔다”라며 “이 자리에 (한화오션의) 정인섭 사장님이 오셨으니, 이 요구안을 받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한편 “조선하청지회는 끝까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김 지회장은 올해 3월부터 97일간 "조선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과 노동자 손해배상 보복조치 철회, 노조법 2·3조 개정" 등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화빌딩 앞 CCTV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이어오다 지난 6월 중순에야 땅을 밟았다.
한화빌딩 앞 CCTV 철탑에 올랐던 김형수 지회장. 참세상
전국금속노동조합도 같은 날 발표된 성명에서 “파업 이후 1,195일, 이제야 470억 손배가 풀렸다”라며 “마땅히 존재하지 말아야 했을 돈”이고 “노동자는 그 고통을 짊어질 이유가 없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헌법이 준 노동자의 권리를 펼쳤다고 돈으로 한 인간의 삶을 철저히 깨부수는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며 “금속노조는 손배라는 탄압보다 헌법이 명시한 권리를 먼저 말하는 세상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전히 조선 하청 노동자는 최저 조건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며 “한화오션 원청은 이제 하청 노동자와의 교섭에 응해야 할 것”으로 “개정 노조법 시행을 떠나 법원은 지난 7월 원청의 하청 교섭 요구 불응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고 짚었다.
덧붙여 여전히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200억, 현대제철 비정규직 파업 200억, 한국옵티칼하이테크 4억 등에 억눌린 노동자가 있다”고 환기하고, “금속노조는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스스로 용접한 철창 감옥에 자신을 가두고 파업에 나섰던 유최안 당시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2022년 여름, 옛 대우조선해양 조선하청 노동자들은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호소하며 51일간 파업을 벌였다. 당시 유최안 부지회장은 스스로 용접한 철창 감옥에 자신을 가두고 투쟁에 나섰다. 하청 노동자들의 분투에 커다란 사회적 지지가 형성되었고, 이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운동의 불씨가 되었다. 그러나 파업 후 여러 해를 넘도록 회사가 약속한 것들은 지켜지지 않았고, 조선업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하청 노동자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원청은 하청 노조와 임금단체협약 체결 이후에도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470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노동계와 시민사회, 정치권의 손배소 취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오다 올해 6월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의 고공농성과정과 대선 국면에서 손배소 취하를 위한 협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편, 한화오션은 여전히 하청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