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PPE 2026 – 1부: 마테이, 중국 등

지난주 포르투갈(Portugal) 리스본(Lisbon)에서 제16회 정치경제학 연례학술대회(Annual Conference in Political Economy)가 열렸다. 국제정치경제학진흥이니셔티브(International Initiative for the Promotion of Political Economy, IIPPE)가 주최한 올해 학술대회의 주제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자본주의: 위기, 변화 그리고 그다음(Capitalism Moving Beyond Neoliberalism: Crises, Changes, and What Comes Next)’이었다.

IIPPE2006년 다음과 같은 목표로 설립됐다. “정치경제학 자체를 발전시키고 확산하는 동시에 주류 경제학, 비주류 대안, 학제 간 연구와 비판적이고 건설적으로 교류하며, 진보적 정책 수립에서 진보적 운동 지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의미의 실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이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고 참가자들이 이를 진지하게 논의하기를 기대하지만, IIPPE는 모든 진보적 정치경제학 사조를 환영하는 다원주의적 포럼이다.”

기조연설자는 두 명이었다. 클라라 마테이(Clara Mattei)는 오클라호마주 털사대학교(University of Tulsa) 교수이자 진정한 경제적 해방을 위한 포럼(FREE: Forum for Real Economic Emancipation)’의 창립 회장으로, 매주 FREE 팟캐스트를 진행한다. 또한 털사에 야심찬 새로운 비주류경제학센터(Center for Heterodox Economics, CHE)를 출범시켰다.

클라라 마테이, 진정한 경제적 해방을 위한 포럼. 출처: RSU Public TV

마테이는 자신의 저작에서 긴축(austerity)’을 단순한 정책적·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자본주의 질서를 보호하고 노동계급의 힘을 억누르기 위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구조적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2022년에 출간한 저서 『자본 질서: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긴축을 발명하고 파시즘의 길을 닦았는가』(The Capital Order: How Economists Invented Austerity and Paved the Way to Fascism)에서 자세히 설명했듯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과 이탈리아는 점점 급진화하는 노동계급의 힘을 무력화하기 위해 현대적인 긴축정책을 만들어냈다.


마테이는 긴축을 다수의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머물게 하고 생존을 위해 민간 노동시장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하향식 정치 개입이라고 주장한다. 빈곤과 불평등, 인플레이션, 실업은 자본주의가 우연히 만들어낸 실패가 아니다. 노동자들이 협상력을 갖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활용하는 근본적인 장치다. 주류 경제학은 스스로를 중립적이고 과학적인 진리로 제시하지만, 실제로 그 모델은 대중에게 자본주의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믿게 만들어 엘리트의 이해관계에 봉사한다.

마테이는 신간 『자본주의로부터의 탈출』(Escape from Capitalism)에서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은 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안정시키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이어간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자본주의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의 목적은 인간의 번영을 뒷받침하는 사용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지 않다.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의 노동을 통제해 교환가치를 끝없이 축적하는 데 있다. 자본에 필요했던 갈수록 가혹한 긴축정책은 수십 년 동안 생활수준을 떨어뜨리고 복지국가를 후퇴시켰으며, 그 과정에서 쌓인 분노는 극우 정치가 성장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논의에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나온다. 시장과 이윤을 위한 자본축적이 아니라면 사회의 경제를 어떤 방식으로 조직해야 하는가. 마테이는 이 문제를 제기하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스티븐 마허(Stephen Maher)와 스콧 아콰노(Scott Aquanno)가 마테이의 최신 저서에 대한 서평에서 지적했듯이, 자본주의에서 탈출해야 한다면 국가와 국제적 차원에서 시장을 계획으로 대체해야만 가능하다. 노동자 협동조합이나 지역사회가 운영하는 금융기관만으로는 이를 실현할 수 없다. ‘탈출하려면 민간기업 사이의 경쟁을 공공 소유 기업에 대한 거시적 차원의 조정으로 대체해야 한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인 알프레도 사드-필류(Alfredo Saad-Filho)의 연설을 다루기에 앞서 IIPPE 학술대회의 다른 세션 몇 가지를 살펴보겠다. 언제나 그렇듯 짧은 글 하나로 다루기에는 세션이 너무 많았다. 두 편으로 나누더라도 마찬가지다. 또한 나는 학술대회 현장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고, 온라인으로 진행한 하이브리드 세션에만 참여하고 참석했다. 하지만 몇몇 세션에서 발표한 논문과 자료를 확보했으므로 이를 살펴보겠다.

IIPPE의 중국 워킹그룹은 수많은 온라인 세션을 진행했으며, ‘중국은 자본주의가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중국 경제와 국가의 성격을 다루는 특별 패널을 첫 순서로 열었다. 이 세션에는 리스본 현장과 온라인 모두에서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발표자는 네 명이었다.

나는 중국은 자본주의인가, 사회주의인가?’라는 질문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내 견해로는 둘 다 아니다. 첫 번째 근거는 역사에 있다. 중국은 1949년 혁명을 통해 자본가와 지주의 군사력을 몰아낸 뒤 소련식 중앙계획 아래 토지와 산업, 금융을 국유화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내가 보기에는 1949년 이후 중국은 명백히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었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은 민간 부문과 시장을 확대하고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면서 도시 산업화를 시작했다. 소련식 중앙계획은 지침과 방향 설정을 통한 유도계획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5개년 계획은 계속 유지했고, 국가 부문은 주요 산업과 금융, 자본을 지배했으며,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 이동에 대한 통제도 유지했다.

따라서 내가 보기에는 중국이 1978년 이후 자본주의로 회귀한 것이 아니라 공산당이 국가기구를 계속 통제하는 혼합형경제를 발전시켰다. 자본주의 부문이 확대되고 억만장자가 등장했으며 주식시장도 생겨났다. 하지만 국가와 공공투자가 여전히 경제를 지배했다. 실제로 바로 그래서 중국은 불과 40년 만에 비교적 가난한 농업경제에서 제조업 강국이자 수출 대국으로 도약했으며, 세계은행의 빈곤 기준에 따르면 8억 명이 넘는 중국인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다. 중국이 인도나 브라질처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또 하나의 자본주의 경제에 불과했다면 이런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GDP 대비 공공자산 규모(%), 민간 부문과의 비교 및 GDP 대비 공공투자 비율(%).(출처: IMF 공공투자 데이터베이스)

그러나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며, 중국 지도부가 주장하기 좋아하는 것처럼 사회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마르크스주의적 의미에서 사회주의란 시장도, 사적 자본도, 화폐도 존재하지 않고 국가기구(무장한 사람들의 조직)를 세계적 차원에서 사물을 관리하는 민간 행정체계가 대체한 인간사회의 조직 형태다. 그렇다면 중국은 무엇인가? 중국은 가치법칙이 여전히 작동하고(임금, 화폐, 이윤이 존재하며), 소득과 부의 상당한 불평등도 존재하는 이행기 경제다. 더욱이 중국 주변에는 중국을 파괴하고 자본주의를 확립하려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존재한다. 사회주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생산력 발전을 자본가계급이 아니라 여전히 (관료적) 국가가 통제한다. 내 주장을 보다 종합적으로 설명한 내용은 관련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함께 발표한 사람들도 중국이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데 동의했지만, 중국이 사회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주장에는 나보다 더 긍정적인 듯했다. 토르킬 라우에센(Torkil Lauesen)은 중국이 자본주의 국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아직은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라고 주장했다.실제로 사회주의 국가는 현재 존재하지 않으며 과거에도 존재한 적이 없다. 대신 20세기의 반식민주의 투쟁은 자본주의를 폐지했지만 여전히 이행기에 머무는 특수한 국가 집단을 탄생시켰다. 이 국가들은 제국주의 열강에 맞서 생존을 모색하는 동시에 공공 소유와 계획에 기반해 생산력을 발전시키려 한다. 이러한 이행기 국가들은 경제성장과 사회적 필요 충족에서 서구 자본주의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리고 이제 중국은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기술 선도국으로 올라섰다. 나는 중국의 이행기 국가가 여전히 자본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라우에센은 좀 더 낙관적이며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중국이 사회주의적 생산양식을 향해 전진할 수 있다고 본다.

믹 던퍼드(Mick Dunford)는 서식스대학교(University of Sussex) 글로벌학부 교수이자 『불균등 발전 다시 보기』(Revisiting Uneven Development)의 저자로, 최근 내가 그를 인터뷰한 바 있다. 그는 우리가 비서구적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중국은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피했으며, 정책에 따라 경제를 운용하면서 인간의 필요를 충족하도록 설계했다. 이곳에서는 사회적 인정을 인간의 노동을 화폐로 표현되는 추상적 가치로 끝없이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물질적 삶이라는 공동의 과업에 무엇을 기여하는가를 통해 얻는다. 던퍼드는 중국이 사회주의로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 그는 중국이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을 세 단계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자본 부족과 미국의 금수조치 속에서 사회주의 건설을 추진했던 격동기(1949~1978). 두 번째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시대에 개혁·개방을 추진한 시기로, 그 기원은 1970년대 초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시작한 데서 찾을 수 있다(1978~2017). 그리고 세 번째는 2017년부터 시작한 신시대(New Era)’, 혁신과 녹색발전, 공동부유, 공정한 세계질서를 추구한다.

딕 로(Dic Lo)는 중산대학교 링난칼리지(Lingnan College, Sun Yat-sen University)와 런던대학교 동양·아프리카학대학(SOAS)의 정치경제학자다. 그는 사회주의가 노동을 소외로부터 해방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실현 가능한사회주의란 그 이상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물질적 조건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역사의 잔혹한 역설은 사회주의를 지향한 혁명이 경제적으로 낙후한 사회에서만 성공하고 선진사회에서는 실패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원시적 사회주의 축적은 이러한 혁명적 사회들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옛 소련권 국가들은 큰 성과를 거뒀지만 결국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로는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성공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본다. 이제 남은 질문은 중국이 또 하나의 선진 자본주의 경제가 될 것인지, 아니면 이를 넘어 사회주의로 나아갈 것인지다. 세계적 차원에서 자본주의가 불확실성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국 정치경제 내부의 국가, 자본, 노동 사이의 상호작용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그렇다.

따라서 모든 발표자는 마르크스주의적 의미에서 중국이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인지, 아니면 사회주의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청중석에서 발언한 사람들은 대부분(전부는 아니었지만) 중국이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패널의 견해에 반대했다. 브라질의 한 발표자는 중국의 브라질 투자가 중국인 노동력을 이용해 자원을 채굴하거나 착취적인 노동조건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서구와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제국주의적 착취 사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표자는 중국 노동자의 대다수가 자본주의 기업에 고용돼 있기 때문에 중국은 명백히 자본주의 국가이며 국가가 경제를 지배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중국이 실제로는 국가가 소수 엘리트를 위해 잉여를 통제하는 특수한 형태의 자본주의, 즉 국가자본주의가 아니냐는 질문을 제기했다.

내가 보기에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에 투자하는 목적은 자국의 산업 발전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를 확보하는 데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노동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이나 IMF처럼 서구가 주도하는 기관들은 대출을 제공하면서 엄격한 거버넌스 조건과 재정긴축, 장기간의 복잡한 행정 절차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국은 개발도상국이 다른 방법으로는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철도, 항만, 발전소 같은 핵심 인프라에 신속하게 금융을 제공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무역과 투자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 경제에서 중국으로 이전되는 잉여가치는 중국과 글로벌 사우스에서 서구로 빠져나가는 잉여가치에 비하면 미미하다. 이에 대해서는 내 논문과 이번 리스본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안드레아 리치(Andrea Ricci)의 연구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렇다. 중국 노동자의 대다수는 자본주의 부문에 고용돼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한 경제가 자본주의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미국 노동자의 대다수(73%)가 중소기업에 고용돼 있다는 이유로 미국 경제를 소규모 자본가들이 지배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생산수단을 누가 통제하느냐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공공 부문이 경제를 지배한다.중국 100대 기업 가운데 약 3분의 2를 국가가 소유하거나 통제한다. 국내 민간 자본과 외국 자본이 소유한 기업은 뚜렷한 소수에 불과하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와 같은 소유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다.

중국이 국가자본주의 경제인지에 대해서는 이 글 앞부분에서 인용한 내 논문을 참고하기 바란다. 중국 경제의 생산력은 1949년 혁명 이후 전례 없는 속도로 발전했다. 예를 들어 인도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뚜렷하다. 또한 세계 자본주의가 경기침체나 불황을 겪었던 시기에도 중국은 단 한 해도 경기침체나 불황을 겪지 않았다(아래 실질 GDP 변화 그래프 참조). 이것이 자본주의 또는 국가자본주의적 발전의 사례라면, 자본주의가 여전히 인류를 발전시킬 능력이 있다고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은 자본주의가 성공한 모델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수익성보다 공공 소유와 계획을 우위에 둔 모델이다.

IIPPE 2026을 다루는 두 번째 글에서는 인공지능(AI), 이윤율, 달러 부채, 자본주의에서 화폐가 시행하는 역할을 논의한 몇몇 세션과 논문을 살펴보겠다.

[출처] IIPPE 2026 – part one: Mattei, China etc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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