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참새가입
|
로그인
|
비밀번호찾기
뉴스
전체기사
노동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국제
오피니언
논설
칼럼/연재
기고/주장
카툰/판화
사진
영상
기획
광장
Home
뉴스
전체기사
edit
이름
비밀번호
대통령께 묻습니다. 저희가 적폐입니까? 안녕하십니까? 학교 비정규직 영어회화전문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한 국민입니다. 네. 김상조 공정거래 위원장 청문회 당시 부인이 취업특혜를 받았다고 야당이 터무니없는 트집을 잡았던 그 영어회화전문강사 맞습니다. 대통령께서 임기 내내 바라보고 가시겠다던 그 국민, 촛불 시민 중 한사람 맞습니다. 영어회화전문강사의 대표도 아니고 노조 지도부도 아니고 투철한 투쟁 정신 뭐 이런 걸 가진 사람도 아닙니다. 전국에 영어회화전문강사가 몇 명이나 되는지 따위의 수치나 통계는 당연히 잘 모릅니다. 그냥 제 일자리를 지키고 싶은 한 사람이고 이 정부가 비정규직을 없애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니 제 일자리도 이 형편없는 처우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진 정말 작은 시민, 소시민입니다. 한 시민으로서 대통령께서 바라보시겠다던 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고 듣고 싶은 답이 있어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 국민들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영어를 술술 할 수 있게 하겠다며 내놓은 제도의 하나가 영어회화전문강사를 각 학교에 배치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배치될 때 각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까다로운 자격시험을 통과했고 일선 학교에 배치된 후엔 정교사와 똑같은 수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으니 그냥 제가 근무하는 중학교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 교실에 모인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알파벳도 모르는 학생부터 지금 당장 미국 학교에 앉혀놓아도 수업을 따라가는 데 지장이 없는 아이까지. 한 수준으로 통일된 학교 영어수업이 필요한 아이들은 한 반에 반 정도는 될까요? 아마 안 될 겁니다. 소외된 아이들이 알파벳부터 차근차근 영어를 배울 기회는 정규 수업시간엔 없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한글을 가르치지 않듯 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도 알파벳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한번 기회를 놓친 아이들은 중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알파벳을 모르기도 합니다. 반면 학교 수업이 너무 시시해서, 학교 교과서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어서 수업시간에 할 게 없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영어 수업을 들을 수 있게 기획된 것이 영어 수준별 수업이고 한 반을 여러 수준으로 나누어 수업을 할 때 부족한 교원을 충원하는 방편으로 영어회화전문강사가 중고등학교에 배치되었습니다. 이런 학생 맞춤형 수업제도가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흐지부지되고 이 사업을 포기하는 학교가 늘었습니다. 일이 많고 시간표 관리가 까다롭고 무엇보다 이전 정부의 사업이라는 이유로. 교육을 학생들 편에 서서 학생의 필요에 촛점을 맞추지 않기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각 정부가 자신들의 정책만 옳다며 그 전 정부의 정책은 모두 일몰사업이라고 지금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하기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런 게 대한민국의 교육입니까? 학생들의 필요와 요구에 맞추어 하는 수업이, 그 수업을 위해 일하던 저희가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교육정책이 낳은 적폐입니까? 그래서 당장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될 전 정권이 만든 쓰레기입니까?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이제 학생들이 정말 한 수준으로 통일된 영어수업을 들어야 합니까?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이 4년 후엔 적폐가 되길 바라십니까? 더 이상 지속되어선 안 되는 일몰 사업이 되길 바라십니까? 저는 정말 대통령께 답을 듣고 싶습니다. 우리가 적폐입니까? 매주 촛불을 들러 가족과 함께 광화문으로 가던 저에겐 희망이 있었습니다. 평생 자유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1번만 찍어오시던 양가의 부모님들께 이번엔 꼭 민주당 후보를 찍으셔야 한다고 거듭거듭 설득과 부탁을 넘어 강요를 하던 저에겐 희망이 있었습니다. 내가 두터운 기득권이 쳐놓은 장벽을 어쩌면 넘을 수도 있겠구나. 더 절실하게는 마지막일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사랑하는 내 일터를 끝까지 지킬 수 있겠구나. 하지만 대통령 한사람 바뀌었다고 해서 불합리, 불평등이 사라질 리 없다는 사실을 문정부 출범 3개월만에 뼈저리게 확인했습니다. 학교의 거의 모든 비정규 직종이 정규직으로 전환 될 때 강사는 전환 불가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기득권의 벽은 높았습니다. 기득권 교사들이 함께 일하던 우리 면전에서 전환반대 서명지를 돌렸습니다. 교대 사범대 학생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는다고 일어섰습니다. 전환심사위원회는 어떤 기준으로 구성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아마 그들의 반발을, 표를 의식했을 겁니다. 네. 기득권의 벽은 높고도 높았습니다. 대통령님. 집무실 일자리 상황판엔 분명 저희 영전강의 숫자도 고용률 통계에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비정규직 통계에도 포함되어 있겠지요.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곳이 학교라고 들었습니다. 당선 직후 대통령께선 인천공항이 아니라 어느 학교로 가셨어야 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교육현장에서 얼마나 불합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우리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들으셔야 했습니다. 물론 우리보다 더 음지에 있는 분들이 있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곳은 학교입니다. 교육현장입니다. 전환 심사니 뭐니 해서 잠시 들뜨기도 했지만 애초에 저희는 정교사가 되길 바라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정교사의 신분이 되길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이 자리를 영전강이라는 신분을 유지할 수 있길 바라는 겁니다. 퇴직 때 까지 영전강으로서 아이들에게 자기 수준에 맞는 수업에 참여할 권리를 주고 싶은 겁니다. 비굴하지 않게 눈치 보지 않고,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며 일하고 싶은 겁니다. 학교에서 명절 상여금을 못 받는 직종은 강사직군 밖에 없습니다. 정교사는 물론 급식 조리사에게도 행정 실무사에게도 주어지는 명절 상여금 우리는 왜 받을 자격이 없습니까? 그들보다 하는 일이 덜 힘들기 때문입니까? 기술이 덜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까? 전문성이 떨어지나요? 정교사와 똑같이 수업하고 교원평가도 받고 각자에게 주어진 업무도 다하는데, 우린 적폐 주제에 자리를 보전했으니 감사하고 주는 급여나 잘 받으면 된다는 겁니까? 돈 몇 푼을 더 받고 덜 받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존심이 상합니다. 내가 이럴려고 그렇게 열심히 일했나 자괴감이 느껴집니다. 곧 재계약의 계절이 다가오네요. 겨울바람보다 차갑고 무섭고 두려운 계절입니다. 그 때마다 저희에게 자격이 있는지 증명해 보이랍니다. 어제까지 제게 이 수업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이런 학생은 어떻게 지도해야 하느냐고 묻던 어린 교사가 저희의 수업을 심사합니다. 일단 재계약을 하고나면 자기들이 하기 싫은 방과 후 수업, 부진아 지도 다 떠맡길 거면서 저희에게 심각한 결격사유라도 있는 듯 뭘 자꾸 증명하랍니다.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입니다. 저희는 무엇을 더 증명해 보여야 저희 일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까? 영전강으로 정년을 맞고 싶은 소망은 정말 허황된 꿈입니까? 대통령께서 바라보시겠다던 한 국민이 억울하고 답답해서 묻습니다. 대통령은 대답해 주십시오. 저는, 우리 영전강은 정말 청산해야 할 적폐입니까? 인권위에서도 노동위에서도 법원에서도 영전강은 무기계약직 되는게 맞다는데 왜저희는 아직도 재계약 시즌이 되면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건가요? 정말 저희가 적폐이기 때문입니까?
최신기사
5월1일, '참세상'이 다시 열립니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및 전환의 필요성..
[안내]
월간지..
노동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싸웁니다
우리가 투쟁해야 시장을 변하게 만들죠..
60년 전통의 서면시장에도 노동조합이 ..
기획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그렇다면, ..
돌봄 노동자-이용자가 희생되는 ‘공멸..
“공적 체계 안에서 요양보호사 보호하..
초고령화사회, 돌봄을 요구하다
라이프 온 마스, 화성 사회주의
논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문제는 탐욕이..
전세사기, 대중의 금융화가 불러온 사..
'오세훈표 범죄와의 전쟁', 그리고 ..
첨단산업 육성전략은 재벌 특혜 전략
“연준아~ 브라보! 멋지다 연준아!”..
사진
재난 연극
신디케이트
영상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
참세상
쇠사슬 몸에 묶고 저항했지만, 끝내 비정규직..
오체투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의 희망 몸짓
영화 <카트>가 다 담지 못한 이랜드-뉴코아 ..
카툰
로또보다 못한 민간의료보험
진보넷&참세상
건강보험료, 버는만큼만 내면 무상의료 실현된..
위암에 걸린 K씨네 집은 왜 거덜났는가
팔레스타인인 버스 탑승 금지
판화
들위에 둘
이윤엽(판화가)
비정규직 그만
개자유
다시 안고 싶다
참세상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