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부푼 마음으로 출근한 개학날, ‘직위해제’

서울 염광중 오는 10일 일제고사 선택 보장 교사 징계위, 또 해직 예상

황철훈 교사는 지난 2일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출근했다. 올해는 담임을 맡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새로운 아이들과 다시 얼굴을 맞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부풀었다.

황 교사는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사립 염광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친다. 이날은 개학날이자 입학식날이었다.

학교 강당(보배관)에 염광여자메디텍고와 염광고 등 세 학교가 동시에 입학식을 치르다보니 오후 2시에 예정된 입학식을 앞둔 12시에 학생들은 등교했다.

지난 6일 열린 60여 단체가 꾸린 공동대책위위원회가 연 부당징계 철회 및 일제고사 반대 1차 결의대회에서 발언하는 황철훈 서울 염광중 교사.

황 교사는 1시간 동안 지난해 자신이 담임을 했던 2학년2반 아이들과 다시 만나 방학 동안 지냈던 일과 헤어지는 마지막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서 신입생 입학식에 들어가려는 데 학교장이 황 교사를 교장실로 불렀다.

학교장이 황 교사 손에 들려 준 것은 A4용지 2장짜리 ‘인사발령통지서’였다. 발령사항에서는 ‘직위해제를 명함’이라고 진하게 적혀있었다. 그 기간은 이날부터 징계의결종료시까지 였다. 징계의결이 요구 중인 자는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을 이용한 것이다.

황 교사는 지난 해 12월23일 중학교 1, 2학년 대상 전국 일제고사가 진행되기 전 35명의 2반 학생과 학부모에게 모두 담임편지를 보내 일제고사를 볼 지, 안 볼 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유로 징계가 진행 중이다. 서울 북부교육청이 지난 달 16일 중징계를 요구해서 시작됐다.

그날 이후 황 교사는 현재까지 출근만 할 뿐 교사로서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다. 징계 절차를 진행하면서 직위를 해제하는 일을 드문 일이다. 같은 이유로 ‘파면’된 서울 세화여중 김영승 교사도 ‘직위해제’는 없었다.

황 교사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 나간다는 느낌이 든다”며 “개학 날 부터 아이들과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그런 것 같다”고 씁쓸히 웃었다. 그리고 지난 4일 오는 10일 열릴 교원징계위원회에 참석하라는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황 교사를 지지하는 노원도봉 교육공동체 등 60여 지역단체가 ‘염광중 황철훈 교사 부당징계 철회 및 일제고사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활동에 나섰다.

일제고사 선택권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줬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추진하는 서울 염광중 정문. 현수막에 적힌 ‘하나님께 영광을’이라는 글귀가 눈에 뜬다.

공대위는 지난 6일 전교조 서울지부와 함께 염광중 정문에서 징계 반대 1차 결의대회를 열어 “황철훈 선생님은 모두가 불행한 승자독식과 우승열패의 사회에서 맞서 한결같이 온몸으로 학교 민주화와 학생 인권을 위해 일해 왔다”며 “학생들을 위하고 나라의 교육을 위한 용기 있는 실천은 상을 받을 일이지 벌을 받을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염광학원은 갖은 변명과 핑계거리를 만들어 가면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서울지역의 교사와 지역주민, 학부모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염광중 재단인 염광학원은 오는 10일 교원징계위를 강행할 예정이어서 31일 일제고사를 앞두고 또 한 명의 해직교사가 나올 때는 일제고사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일제고사와 관련해 학교에서 쫓겨난 교사는 서울에서 8명, 강원에서 4명 등 전국에서 모두 1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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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권 , 일제고사 , 염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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