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실명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실명’이 초점이어서인지 학교 이름과 교장 선생님 이름도 실명으로 공개됐다. 전국 최초라는 말도 들린다. 일부 언론의 찬사가 이어졌다. 화려하다.
담임실명제란 학급 이름에 담임교사의 실명을 적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1학년 2반, 3학년 5반하는 식이 아니라 ‘이 아무개 선생님반’, ‘나 아무개 선생님반’처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학교 인터넷 누리집엘 가 봤더니 그렇게 돼 있었다. 이 학교 교장 선생님의 아이디어란다.
담임실명제의 이유를 살펴봤더니 “담임교사의 책임의식을 제고함으로써 공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높이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학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가르친 담임교사의 이름조차 기억 못 하는 안타까운 현실도 배경으로 작용했다”고도 한다.
이 보도를 접하면서 이젠 꼼짝없이 “공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높이”는 일의 모든 책임을 교사가 제대로 덮어쓰게 생겼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막가파식 교육 정책이나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학교 현장의 모든 책임을 교사가 오롯이 껴안게 된 것이다.
실제 교육과 관련한 모든 제도적 권한과 힘을 가진 교육 당국은 뒷짐 지고 채찍만 더욱 세게 휘두르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교사들이여, 공교육을 살려라! 공교육 부실의 모든 책임은 네 탓이다’를 부르짖으며!
과연 교육이라는 거대한 괴물(The Leviathan)에 비하면 지극히 작은 개인에 불과한 교사가 어떻게 모든 공교육의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그것도 너무 철없고 엉성한 ‘담임실명제’라는 허섭한 말장난을 가지고?
교육과학기술부라는 명칭 대신 장관 이름을 붙여 ‘○○○부’라고 하면 공교육이 정상화돼서 모든 학생 ․ 교사 ․ 학부모들이 지상 낙원의 학교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학급은 교사의 이름을 빛내는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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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실명제란 학급 이름에 담임교사의 실명을 적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1학년 2반, 3학년 5반하는 식이 아니라 ‘이 아무개 선생님반’, ‘나 아무개 선생님반’처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학교 인터넷 누리집엘 가 봤더니 그렇게 돼 있었다. |
그러나 대한민국의 교사는 언제나 실명이었고 누구나 실체였다. 학교 현장에서 두 눈 부릅뜨고 아이들과 부대끼며 소통하려 애쓰는 교사들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들을 유령처럼 만든 건 다름 아닌 교육당국이었다. 언제나 교사는 교육 당국의 허수아비일 뿐, 주체적인 권한을 가진 적이 언제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온갖 법으로 그물짜듯 촘촘히 옭아놓고 학급 간판에 이름을 걸어줄 테니 책임감을 가지고 공교육을 부활시켜라? 담임실명제가 공교육 부실의 책임을 교사들에게 덮어씌우려는 한 없이 얄팍한 꼼수로 읽혀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학급은 교사의 이름을 빛내는 자리가 아니다. 교장의 이름이 내걸리는 곳이 학교가 아니듯 말이다. 물론 그래서도 안 된다. 일부 사학들이 학교라는 맑은 이름 대신 설립자라는 욕망의 이름으로 학교를 ‘경영’하여 온갖 비리 부패로 얼룩진 사례들이 얼마나 많은가.
학급(학교)은 교사와 아이들 모두가 더불어 함께하여 윤기가 흐르고 빛이 나는 공간이어야 한다. 교장이나 교사의 이름이 저급한 욕망의 간판처럼 달라붙어서는 안 된다.
학급에 담임교사의 이름을 붙여서라도 학부모들에게 담임교사의 이름을 알게 하고야 말겠다는 발상도 천박하긴 마찬가지다. 마치 학부모가 자신의 이름을 알아주기를 바라며 교단에 서 있는 사람이 교사인 것처럼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그저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함께 한 기쁨으로 교단을 지키는 이름 없는 교사들에겐 견디기 어려운 치욕일 수도 있다. 학부모가 자신의 이름을 알아주고 기억해 주면 고마운 것이고, 설령 모른다 해도 그것 때문에 상처를 받아 교권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어디 있을까.
제발 부탁한다.
교육 당국이나 학교 관리자들은 이처럼 얕은 깜짝쇼로 학교(학생․교사․학부모)를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게 그나마 학교를 숨 쉬게 한다는 걸 부디 기억해 주었으면 싶다. 당신들이 탁상행정으로 벌이는 돌팔매질에 학교와 공교육은 조각조각 부서지고 있다는 걸 잊지 마시라!



담임실명제란 학급 이름에 담임교사의 실명을 적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1학년 2반, 3학년 5반하는 식이 아니라 ‘이 아무개 선생님반’, ‘나 아무개 선생님반’처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학교 인터넷 누리집엘 가 봤더니 그렇게 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