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실업과 저임금 그리고 돌봄의 사회화

[99%의 경제]


미국 노동부는 4월 신규 고용(농업 제외)이 26.6만 명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100만 명을 예상한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었다. 실업률도 6.1%를 기록해 전월(6.0%)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 구인·이직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채용공고는 812만 건이었지만, 실제 채용은 600만 건으로, 212만 건의 일자리가 남아돌았다. 미국 경제가 코로나 백신의 확대로 소비가 늘면서 다시 회복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 이 지표는 명백하게 고용이 악화했다고 나타낸다. 그러면, 어떤 일자리가 남아돌고, 누가 왜 여기에 취업하지 않은 것일까?

우선, 일자리가 가장 많이 남아도는 업종은 레저와 접객 관련 업종이다. 4월 레저 및 접객업 부문(숙박·음식업과 예술·엔터테인먼트·레크리에이션)의 일자리 격차 증가율이 나머지 일자리 격차의 점유율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대부분의 구인난, 남아도는 일자리가 레저와 접객업(leisure and hospitality)에서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서비스 부문에서 고용과 임금은 뚜렷이 악화했다. 특히 레저와 접객업의 코로나19 이전 고용인원은 모두 1440만 명이었지만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두 달 동안 절반 정도의 인원이 해고됐고, 임금도 지난 1년 동안 정체하거나 삭감된 상태가 유지됐다. 최근 수요가 다시 회복하면서 일자리와 채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구인난에 따라 임금도 일정하게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레저와 접객업종은 여성고용이 많고 대표적인 저임금 사업장이다. 이런 저임금 부문은 상당한 비율로 가장 빠른 일자리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애초 코로나19 이전에 이 업종에 취업했던 여성들이 다시 돌아와 취업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노동시장 참여율은 4월에도 증가했지만, 노동력 증가의 100% 이상을 남성이 차지했다. 취업자가 된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은 여성이 실업자가 됐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에 20세 이상 여성 16.5만 명이 노동시장에서 철수했다.

왜 여성 실업이 이렇게 증가하는가? 바로 아이 돌봄 때문이다. 돌봄의 책임은 미국에서도 여성의 부담으로 남아 있다. 아직도 미국 전체 학교의 4분의 1 이상이 정상화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많은 학부모가 정상적인 노동 환경으로 복귀하는 데 큰 장벽을 가지고 있다. 이는 노동 공급의 주요 병목 현상인 돌봄의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 훨씬 더 많이 지워지는 점과 일치한다. 또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에 특히 대면 접촉이 많은 서비스 업종에서 취업이 지체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약 420만 명의 미국인들이 건강상의 문제로 구직활동을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실업 수당은 아이 돌봄 수당

그래서 미국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현재 과도하게 높은 실업수당 때문에 취업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4월 레스토랑, 바, 호텔, 놀이 공원 및 기타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하는 업종의 평균 주급은 477.40달러에 불과했다. 레저와 접객업 중에 생산직과 비감독직 노동자 주급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719달러(200만 원)에 불과하고 다른 업종에 비해서도 가장 낮은 임금수준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각 주가 제공하는 실업수당(50개 주 평균 주급 387달러)에 연방 실업수당 300달러를 더 얹어 매주 평균 687달러(77만 원)를 9월까지 지급하기로 연장했다. 이 실업수당은 한 달이면 2,748달러(309만 원) 정도다. 미국의 공화당과 보수진영은 높은 실업수당이 구인난의 최대 원인이라며 실업수당 삭감에 나서고 있다. 공화당 주지사인 중부지역 13개 주는 9월까지 지급할 예정인 추가 연방 실업수당(주당 300달러) 지급을 6월 중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업수당은 연방 실업수당(300달러)까지 포함하면 평균 687달러로 접객업의 평균 주급인 477달러보다 210달러가 많다. 당연히 연방정부가 추가 실업수당을 보장한 9월까지는 실업수당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는 저임금 일자리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사실이다. 그런데, 만약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주와 같이 연방 실업수당을 조기에 삭감하거나 9월 이후 종료돼 연방 수당이 삭감되면, 취업률은 오르겠지만 적정 임금을 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노동자의 권리는 오히려 무시당하게 된다. 여성 노동자 특히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여성의 실질 소득은 줄어들어 취업을 해도 빈곤은 더 심화하게 된다. 학교가 정상화되면 아이 돌봄에 대한 여성의 직접적인 부담은 다소 줄어들지만 그렇다고 돌봄에 대한 책임이 완화되지 않는다. 저임금은 물론 돌봄과 가사노동에 대한 이중부담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현재의 실업수당 특히 연방 실업수당은 다른 무엇보다 여성에 대한 아이 돌봄 수당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 단순히 임금 소득에 대한 보전뿐만 아니라 아이 돌봄까지 떠맡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연방 차원의 보조금이라고 봐야 한다. 연방 실업수당 때문에 여성들은 학교가 정상화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돌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재건 계획(Build back better plan)에서 지난 3월 31일 2.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중심의 ‘미국 일자리 계획(American jobs plan)’에 이어서 4월 28일 보육과 교육지원 중심의 1.8조 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계획(American family plan)’을 발표한 것도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현재 미국의 구인난, 노동력 부족 사태에는 코로나로 인한 안전 문제와 함께 여성 중심의 돌봄과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 사회적 지급 문제가 관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 실업수당과 미국 가족계획(American family plan)을 통해 일시적이고 부분적이지만 연방 정부 차원의 계획과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9월에 학교가 정상화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하면 연방 실업수당도 종료되고 여성의 돌봄과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지급도 완전히 종료된다. 그리고 노동자들, 여성 노동자들은 이 일자리에 복귀할 것이다. 물론 저임금 일자리다.

한국, 여성 실업과 돌봄 책임

한국이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위기로 여성들이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여성 고용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 등이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고 특히 학교와 어린이집 폐쇄로 돌봄 부담 증가가 기혼 여성의 고용을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보고서(5월 6일)에 “코로나 이후 여성 고용 악화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여성 취업자 수는 최대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가 2.4% 감소한 남성에 비해 감소 폭이 두 배 이상 컸다. 또한 여성 고용률은 남성 고용률보다 0.9%P 더 하락했고, 여성 실업률은 남성 실업률보다 1.7%P 더 상승했다.

2020년 여성 취업자 수는 30~50대 여성 취업자 수가 많이 감소하고 고용률 감소도 전체 여성 평균 감소 폭보다 높아 여성 고용 위기가 더욱 크게 체감되고 있다. 특히, 2020년 여성 일시 휴직자 수는 49.9만 명으로 2019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렇다고 20대 청년 여성의 취업률이 증가한 것도 아니다. 이들의 실업률은 매우 높게 유지되고 있고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상실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대 여성 취업자 수의 경우 코로나19 1차 대유행 시기에 10만 명 이상 급감했다. 그리고 조금씩 회복하다가 3차 대유행 시점에서 다소 감소, 올해 3월부터는 회복하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기보다는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로의 이직이 반복되고 있다. 그에 비해 30~50세 취업자 수는 지속해서 감소하는 경향이 보이는데 그 이유는 코로나19로 돌봄 노동의 가정 내 책임 증대, 기존 직장에서 출산 및 육아휴직자에 대한 고용 조정 정책, 파트타임 등 비정형 노동에 집중해 있는 경력단절 경험 여성들에 대한 고용조정 등 때문이다.1)






특히 학교와 어린이집이 폐쇄되면서 돌봄 부담이 큰 기혼여성의 실업이 더 확대됐다. 팬데믹 이후 1년간 여성 취업자 수(30~45세 기준) 감소 중 기혼여성의 기여율이 95.4%지만, 미혼여성의 기여율은 4.6%에 불과했다. 미혼 여성 취업자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6% 내외 감소한 이후 6개월 만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육아 부담이 있는 기혼여성 취업자는 초기에 약 10% 줄어든 뒤 1년 동안 회복이 부진했다. 또 자녀 수가 많거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돌봄과 가사노동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분담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돌봄 부담 대부분도 여성에게 전가됐다.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확대하면서 학교와 유치원의 휴교·휴원 등으로 인한 ‘자녀 돌봄 공백’은, 일하는 여성에게 가중됐다. 새일센터 설문조사(1100명 대상, 2021.2.1~2.9)의 결과, 코로나19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자녀 돌봄 공백 발생(33%), 코로나19로 타격이 큰 일자리 종사(30%), 열악한 근로 여건(20%) 등을 꼽았다. 실제로 2019년 대비 2020년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22.2만 명)이 증가했는데, 이 중 72.1%(16만 명)가 가사·육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저임금 일자리

아직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여성 고용 중심의 다수 대면 일자리는 비대면 수요 등의 변화로 상실될 우려도 있다.

여성 다수가 대면서비스 일자리에 종사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대면산업의 고용 타격이 여성 고용 위기로 직결됐다. 2019년 대비 2020년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에서 감소한 일자리 전체 규모 중 여성 비율은 62%(-25.1만 명)이다. 고용 안정성이 낮은 서비스업에서 고용 충격은 여성 임시직의 대거 일자리 상실로 연결되고 있다.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여성 상용직은 17.5만 명 증가했지만, 임시직(–17.1만 명), 일용직(-6.1만 명)은 감소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여성 일자리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 등 성별 격차와 돌봄에 대한 이중착취의 현실을 재확인해줬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에서 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나 지급 체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실업급여나 여타 공적 지원이 돌봄의 시간을 채워주지 못했고 대부분 개인의 책임과 부담으로 여성에게 그대로 전가됐다.

여성 실업의 증가라는 현상은 미국과 같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실업수당으로 돌봄 시간 동안 임금 손실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었던 반면, 한국의 여성들에겐 돌봄의 대가로 실업 그 자체, 임금 삭감 또는 비용 증대가 이어졌다. 그 결과 자녀가 있는 여성들은 실업 상태를 유지하거나 취업 복귀가 늦춰졌다.

코로나19 이후 모든 것이 그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가 않다. 정부는 아이 돌봄 비용과 시간을 소폭 상향 지원하는 데 그쳤고 돌봄을 사회화하거나 가치화하기보다는 돌봄 관련 보육과 가사서비스 시장을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돌봄과 가사노동의 책임은 여전히 여성 개인에게 지워져 있고 그 시간은 무급, 실업, 비임금, 비용 지급의 시간과 동일하다. 심지어 회복되는 일자리는 과거와도 같지 않아 더욱 단시간의 저임금 일자리가 양산되고 있다.

돌봄과 가사노동의 사회화

2000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사회서비스는 민간 공급자를 중심으로 확대하고 시장경쟁이 촉진됐다. 이로 인해 질 낮은 서비스 공급과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계속해서 사회문제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사회서비스 공급을 더욱 공공적으로 하기 위해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민간업계에서 정부가 민간영역을 구축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애초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계획을 무산시키고 대신 지자체에서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이 사회서비스원은 재원도 국가가 지원하지 않고 국공립, 지자체가 공급하는 사회서비스만 위탁 운영한다. 여기에 민간이 (수익성이 없어) 사업을 기피하는 긴급돌봄 서비스 등만 추가됐다. 그나마 사회서비스원 법조차 민간업계의 이해에 떠밀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입법하지도 못했다. 결국 돌봄 등 사회서비스 공급은 여전히 민간업체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돌봄 지원은 코로나19 위기의 확산에도 이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5월 발표한 ‘여성 다수 일자리의 근로 여건 개선’ 방안에서 돌봄과 관련해서는 11개소에 있는 지방 사회서비스원을 14개소로 확대하는 것과 돌봄서비스 근로자 직접 고용 추진, 돌봄 전문인력 양성 등 최소한도의 사업에 머물러 있다.

가사(노동) 부문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으로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하여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서비스 수준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가사서비스 노동의 일부분만을 합법화·평균화하는 동시에 가사서비스 제공 플랫폼 업체의 시장 활성화 방안과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 그 때문에 업체에서 이 법률 통과를 촉구하고 나설 정도다.

이처럼 정부 대책은 돌봄 및 가사 서비스의 공공성 확대나 사회화가 아니라 명백하게 시장화를 추구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법이나 가사서비스근로자보호법 등이 통과되더라도 이는 그동안의 비정형·비공식 노동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돌봄과 가사서비스 노동을 공식 시장으로 통합하여 합리화하는 과정이다. 그 결과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이 확장하기보다는 시장 영역이 더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이 법 통과를 앞두고 돌봄과 가사서비스 관련 플랫폼 업체들이 더 난립하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결국 여성 빈곤과 저임금의 현실은 바뀌지 않고 오히려 돌봄과 가사영역의 시장화로 자가·무급 노동의 대체 비용만 더 키우거나 여성 돌봄의 (무급) 시간만 더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노동의 저임금, 돌봄과 가사노동에서 이중으로 착취 받는 현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전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기혼여성 취업자수/미혼여성 취업자수 30~45세 기준
충격시점은 외환위기 97.10월, 금융위기 08.7월, 코로나19 20.2월
충격시점 = 100, s.a.

  기혼여성 30~45세 기준


<각주>

1) “코로나 19로 변화된 여성노동의 현황과 과제”, 선지현, 20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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