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사태, 정준영의 ‘성범죄’는 곁가지인가

[워커스 미디어택] 남성연대에 일조하는 미디어스타들과 방송형님들

처음에는 폭력사태였다. 그런데, 일이 점점 커졌다. 마약유통에 강간, 디지털성범죄, 탈세, 경찰과의 유착 의혹까지. 한국사회를 들썩이는 버닝썬 얘기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루된 연예인들의 수도 늘어났다. 승리(빅뱅)와 정준영, 용준형(하이라이트), 최종훈(FT아일랜드), 이종현(씨앤블루) 등이 포함된 카톡방에서 오간 역겨운 대화들이 공개됐다. 그런데, 버닝썬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 어떤 인물들이 튀어나올지 이제는 두렵기까지 하다.

강력 ‘성범죄’도 곁가지로 보는 시각, 그 뒤에 누가 있나

이번에도 음모론이 고개를 들었다. 누구는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감추려는 의도로 터뜨려진 것이라고 해석했고, 또 다른 누구는 고위층 자녀들의 KT 특혜 채용을 덮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버닝썬 사태에 대한 음모론도 나왔다. 더 거대한 범죄를 숨기기 위해 깃털 정준영만 잡고 있다는 거다. KBS <1박2일>에 출연 중인 차태현-김준호 내기골프 보도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그들의 회당 출연료 등을 생각하면 200여만 원의 내기골프는 ‘도박이 아닌 오락’인데,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술책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문제는 성범죄를 ‘곁가지’로 보는 시각이다. 정준영이 성관계 장면을 불법촬영하고 유포한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자는 최소한 10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엄청난 범죄를 무언가 덮으려는 하찮은 사건 정도로 여기는 시각이 고개를 든다. 그리고 그 시각은 ‘성범죄’의 대다수 피해자는 여성이며 그렇기에 사회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받아들이는 한국사회와 끔찍하게 닮아있다. 차태현-김준호 내기골프 역시 사회적 관계, 그 맥락에서 바라본다면 정준영 사건과의 고리를 찾을 수 있다. ‘남성연대’ 속에 위치한 그들의 관계 말이다.

KBS <1박2일>은 정준영과 차태현-김준호를 잇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2016년 정준영이 불법 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았을 때 KBS 그리고 함께 나온 출연자들의 움직임은 매우 중요하다. ‘국민의 방송’ KBS는 정준영 분량을 편집하지도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 정준영의 방송하차 후, 김준호는 “(간식을) 6등분 했는데 준영이가 없네”라며 “싸서 나중에 가져다 줄 거야. 너의 손길이 그립다”고 발언한다. 그렇게 정준영은 프로그램 내에서 ‘그 동생’으로 불렸다. 앞서 MBC <무한도전>에서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노홍철은 “그 녀석”으로 통했다. 이렇듯 범죄를 저지른 ‘남성’들은 동료애 혹은 의리라는 강한 연대로 재빠르게 방송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남성연대’의 틀에서 보면,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태의 본질은 같다. 고 장자연 씨가 어머니 기일에도 유력 인사들이 참여하는 술자리에서 접대를 강요받아야 했던 구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이 수사 초반 그의 혐의를 부인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 정준영에 불법 동영상을 찍힌 피해자임에도 유포가 두려워 ‘지워 달라’고 사정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 그 모두가 강한 남성연대가 구축해왔던 한국사회의 구조였다. 그 같은 ‘남성연대’ 중심으로 커왔고 그 구조를 유지하는 데 일조하는 것 역시 언론이다.

  승리와 정준영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73855154(왼)/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50405058(오)]

남성연대 구조에 일조하는 언론, 그 피해자는 누구인가 승리의 성접대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거론된 예능이 있었다. tvN <짠내투어> ‘샤먼’ 편(2018년 8월). 해당 방송에 출연한 승리는 한 여성 게스트에게 “호감인 분에게 술을 따르라”고 주문한다. 만일, 그 여성 게스트가 ‘술 따르라’는 요구에 정색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면, 거절이 가능하기나 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알뜰살뜰하게 사치하는 청춘들을 위한 가성비甲 럭셔리 여행 프로그램’에 가이드로 나온 출연자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연애의 대상’으로 지목되며 남성 출연자들에게 술을 따르도록 하는 게 정상적인 사고인가. 그런데, 방송은 편집 없이 나갔고 불쾌함은 시청자들의 몫이 됐다.

MBC <라디오스타> 또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빅뱅 출연 편(2016년 12월)에서는 승리가 주최했다는 ‘판타스틱 페스티벌’ 이야기가 나왔다. 지드래곤은 “12시가 되니까 계단 위에서 산타복을 입은 각국 여성분들이 나와서 춤도 춰주시고 하더라”고 사진을 공개했다. 승리 뒤에 노출의상을 입은 여성들은 마치 진열장에 놓인 트로피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문제의 이 사진을 본 <라디오스타> 패널들은 “승리야, 네가 진정한 셀럽이다”라고 추켜세웠다. 그날 승리는 심취해있다던 개츠비 이야기를 꺼냈다. 그것이 ‘승츠비’의 시작이었다. 정준영 ‘황금폰’ 이야기가 등장한 프로그램 역시 <라디오스타>였다. JTBC <아는형님>도 다르지 않다. 승리와 아이콘(YG 소속)이 출연(2018년 2월)했을 때, ‘승리 이름이 적힌 외장하드에 야동이 가득했다’며 야동을 개그 소재로 활용했다.

반면, 남성연대를 중심으로 한 방송문화 속 여성은 어땠나. MBC <라디오스타> 카라 출연 편(2013년 9월)은 오랫동안 논란이 됐다. <라디오스타> 남성 패널들은 강제로 연애 사실이 공개된 구하라를 타깃으로 “연애돌” “제가 입을 열면 구하라 끝난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등 코멘트를 연이어 던졌다. 한승연이 “진짜 너무 한다”고 불편함을 드러냈을 정도로 심각했다. 당시 구하라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연애 사실이 공개된 대부분의 걸그룹 멤버를 향해 따라다니는 온갖 추문에 시달리던 때였기 때문이다. 결국, 참고 참았던 구하라가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싸늘한 분위기 속에 남성 패널들은 갑자기 강지영에 ‘애교’를 주문한다. “애교가 없다”는 답변에 남성 패널들은 큰 소리를 냈고 결국 강지영도 눈물을 쏟았다. 걸그룹이 출연하면 당연하게 준비해서 나와야 하는 ‘애교’, 하지만 언론은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저 ‘카라 태도가 문제였다’라고만 말한다. 카라는 방송이 나가고 논란이 커지자, 결국 사과했다.

MBC <라디오스타> ‘카라 출연 편’은 남성연대를 통한 뿌리 깊은 방송문화를 그대로 보여줬다. <라디오스타> 패널인 윤종신은 SNS에 “우린 항상 그랬듯이 짓궂었다”, “라스의 화법이 원래 그렇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한 “신나게 놀려고 왔지만 맘먹은 대로 잘 안 되면 눈물도 나고 그러는 것”이라며 논란의 책임을 카라에게 돌리기도 했다. 비뚤어진 남성문화를 ‘짓궂다’는 말로 정당화하며 말이다. 그 글을 누가 사과문으로 읽을까.

보이그룹이 나오면 ‘야동’을 개그소재로 삼았던 JTBC <아는형님>은 걸그룹이 나오면 외모 품평을 당연하듯 떠들어 댄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소녀시대에게 “늙었다”고 쏘아붙이는 예능. 사실, 방송 초반부터 남성들에 의한 비뚤어진 클럽 문화를 방송에 가져왔다는 비판이 컸던 프로그램이 바로 <아는형님>이었다.

승리-정준영을 둘러싼 불법 동영상 그리고 각종 비리의 가해자는 남성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피해는 또 여성들에게 향하고 있다. 채널A는 ‘단독’을 붙여 정준영 불법 동영상 일부 피해자의 직업과 활동 시기를 구체적으로 보도해 물의를 빚었다. 그 후, 몇몇 걸그룹 멤버들이 해명에 나서야 했다. 배우 박한별은 남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사과하고 드라마 하차를 묻는 기자들에 시달리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정준영 동영상 좌표’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들로 들끓고 있다. 동영상 유포는 곧바로 불법촬영 피해 여성들에 대한 또 다른 범죄라는 사실을 알기는 아는걸까. 분명한 건 하나다. 그런 문화 속에서 승리와 정준영 같은 놈들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앞날이 캄캄한 이유다. [워커스 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