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쟁 현장 시리즈(1) - SK/효성노조

전국 곳곳에서 자본에 맞서 정권에 맞서 길게는 1천일 이상씩 투쟁하는 노동자
들이 있다. 혼자서 외로이 천막농성에 나서기도 하고 1인 시위를 계속하기도
한다.
몇 달을 지나도 몇 년을 지나도 투쟁이 그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
다. 아무리 작은 투쟁일지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노-자 공히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계급투쟁의 핵심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최
근 들어 장기 투쟁은 자본과 권력에 의한 구조조정 추진이 핵심 원인인 경우
가 많다. 90년대 초반까지 노조를 회피하기 위한 위장폐업이 장기 투쟁의 주
된 요인이었던 것과는 양상이 다르다. 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노동자계급에
게 가해지기 시작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자본으로 하여금 굳이 위장폐업하
고 달아나면서 노조를 피할 필요성을 거두어 갔다. 이제는 '위장폐업'을 하면
서 자본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노동자를 정리해고 혹은 비정규직화시
키면서 유유히 국가권력의 비호를 받는다. 그리고 노동자의 과도한 노동과 각
종 직업성 질환들이 노동자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
우리는 장기 투쟁의 현장에서 노자간의 극한적으로 대립적인 계급 적대관계를
볼 수 있다. 동시에 장기 투쟁의 현장은 가장 선명하게 노-자 관계의 진실을
보여주며, 노동자계급의 현실을 가장 처절하게 보여준다. 장기투쟁의 현장이
바로 가까운 우리들의 곁에 있다. 이번 호부터 [노동자의 힘]이 장기 투쟁의
현장을 담아 나간다. - 편집자 주


SK(주)는 산재은폐행위를 중단하고 암사망자, 투병자 명단을 모두 공개하라!

지난 3월4일부터 SK(주) 정문 앞에는 천막이 하나 들어서 있다. 이 천막의 주
인은 SK(주)에서 8년 동안 근무하다 림프암(혈액암의 일종)으로 사망한 고
(故) 송은동씨의 유족들이다. 환갑을 바라보는 친정아버지, 3살 6살 두 아들
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나온 35살의 미망인, 고시공부를 하다 중단한 미망
인의 동생이 58일째 천막을 지키고 있다. 유난히도 변덕스런 올 봄 날씨에 천
막을 몇 번이나 손질했는지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 유족들은 4조 3교대
출퇴근 시간에 맞춰 피켓을 들고 무언의 호소를 하고 있다.
2000년 5월 림프암 진단을 받고 1년 10개월 동안 힘든 투병생활을 하다 2002
년 2월25일 사망한 고(故) 송은동씨는 94년 SK(주)에 입사한 이래 정유생산 2
팀에서 벤젠, 톨루엔, 크실렌 등 발암물질을 다루어 오다 암에 걸렸다. 가족들
이 항암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뒤늦게 산재요양신청을 했지만 장례를 치룬
다음날 '산재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유족들이 자료를 검토해 보니 담당의사
소견서(림프암과 유기용제와의 관련성이 있다는 내용)를 빼놓고 고인의 근무
당시가 아닌 투병 때의 작업환경측정 결과표와 개정된 공정도를 제출하고 근무
이력 역시 허위로 조작했음이 드러났다. 이에 항의하며 직업성 암사망 진상규
명을 요구하며 두달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이에 지난 3월18일 유가족과 울산 산추련, 울산노련 등이 직업병 판정을 위한
최소한의 절차를 밟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을 항의방문 했다. 사측이 관련자료
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해당자료제출을 요구했어야 함에도 보상담당자는 관대
(?)하게 넘어갔고, 유해물질에 노출 여부를 파악하는 것 역시 현장을 방문하
여 육안검사만으로 '아무 이상 없다'고 판정하고, 직업병 심의위원회나 역학조
사를 통한 정밀한 판단이 필요함에도 자문의 1인의 소견만으로 '업무와 관련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편 과정에서 SK 노동자를 대상으로 암사망자
와 투병자에 대한 제보를 받았는데 SK 울산 공장만 17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백혈병 림프암 후두암 폐암 설암 간암 등 유해물질과의 관련성이 일정정도 있
을 것으로 추정되는 암들이었다. SK(주)는 대규모 암발생 사업장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유족과 '노동자 건강권 사수를 위한 울산공대위'는 암사망자, 투
병자 명단 전면 공개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SK(주)는 산재서류
를 허위로 조작한 것도 모자라 CC카메라로 24시간 유족농성장을 감시하고, 천
막을 방문하는 현장동료들을 개별면담하고, 언론 취재를 경비를 동원해 방해하
고, 현장동료 진술내용을 부장이 임의로 수정하는 등 산재은폐행위를 여전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유족과 '공대위'는 시민선전전을 통해 유족투쟁의
정당성을 알리고 있다. 이를 통해 고(故) 송은동씨의 직업성 암사망의 진상규
명은 물론 지금까지 SK(주)에서 유해물질을 취급하다 암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진상이 모두 밝혀지고 이를 계기로 석유화학단지 노동자의 작업환경 개선과 직
업병 예방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미향 (울산 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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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재건·사수투쟁으로 다시 모이자!

13년 무쟁의 신화를 깨뜨리면서 2001년 전국투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던 효성노
조는 연대투쟁의 무산과 정권과 자본의 가공할 탄압 앞에서 항복을 선언하고
현장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사측의 대량징계와 현장통제, 탈법
적 어용집행부 선출과 용역 경비들의 폭력 등으로 숨쉬기조차 어려운 동토의
땅이 되어 버렸다.
이런 숨막히는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2월1일부터 해고자들이 천막농성에 돌
입, 3월6일 박현정 위원장이 출소하면서 서서히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활력
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4월21일 박현정 위원장의 현장출입을 물리력으
로 봉쇄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고, 이를 빌미로 사측은 3명의 동지들에
대해 징계를 내려 투쟁을 잠재우려 했으나 징계자3인의 무기한 단식노숙투쟁으
로 투쟁은 더더욱 강화되었다. 이에 당황한 사측은 투쟁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
해 4월19일 용역경비 50여명을 동원하여 단식농성장에 대한 폭력침탈을 자행
해 이 과정에서 많은 동지들이 부상당했다. 효성사측의 폭력테러에 항의하기
위해 당일 지역 동지들이 즉각적인 연대투쟁을 벌이면서 효성투쟁은 다시 지역
의 중요한 연대투쟁 현안으로 급속히 떠올랐다. 또한 해고자 및 징계자들의 끈
질길 현장 투쟁으로 현장에서도 서서히 조합원들의 동력이 살아나기 시작하였
다.
너무도 오랜 기간 동안 제대로 된 투쟁조차 벌이기 어려운 현장 조건과 지역연
대투쟁의 어려움 속에서 고립된 채 외로운 투쟁을 벌이며 사측의 집단폭행과
경찰·노동부·법원의 입체적 비호 아래 "얻어터진 놈들이 고소·고발당하고,
돈도 없어 병원에 가서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아픈 몸으로 퇴원해야 한
다"고 한숨을 뇌쉬던 효성 동지들이 다시 투쟁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가고 있
는 것이다.
이런 투쟁 동력은 4월26일 '2002년 임단투 출정식 및 효성 비대위 출범식'에
100여명의 동지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현장으로 복귀 한 이후 8개월만에 처음
열린 효성노조의 조합원 첫 집회이고, 사측의 집중적인 탄압이 자행되는 속에
서도 50여 명의 조합원들이 사측의 조기퇴근 지침에도 집회시간을 기다려 집회
에 참가하는 등 모처럼 현장의 동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용역경비들이
집회장 주변을 둘러싸고, 비디오 카메라를 들이밀면서 일거수 일투족을 찍어대
는 상황에서도 집회 참가자들은 힘있게 집회를 진행했다. 이어 4월30일 효성
정문 앞에서 열린 지역집회에는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200여명의 지역 동지들
이 연대하기도 했다. 이런 투쟁동력을 바탕으로 효성 해복투는 5월1일부터 동
조 단식에 함류하면서 투쟁의 파고를 더욱 높이는 한편, 효성 노조는 사측에
임단협 요구안을 발송하여 상견례를 요구하는 등 본격적인 임단투로 기운을 모
아나갈 예정이다. 또한 지역에서도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매주 수요일 효성 앞
에서 지역집회를 개최하고, '신자유주의 분쇄 울산지역 공동투쟁실천연대'(공
투련)에서도 매주 목요일 야간 지원투쟁을 결의하는 등 연대투쟁의 기운이 모
아지고 있다. 그동안 태광을 시작으로 하여 어용세력들의 득세와 민주노총 탈
퇴·민주노조 무력화·구조조정 단행 등으로 이어져왔던 울산지역의 노자관계
는 효성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다시 이러한 흐름을 바꿔내는 투쟁으로 발전해
야 한다. 효성 노동자들은 투쟁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지역의
동지들도 이 투쟁을 태광과 고합을 비롯한 지역의 투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김성민(노동자의 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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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투쟁 , 효성 ,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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