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노동운동 안에서도 소외된 이주노동자들

출입국관리사무소, 이주노동자 깔람 씨 표적 연행

25일 출근하는 길에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강제추방저지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위한 농성투쟁단’(농성투쟁단) 단원 깔람 씨가 24일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에게 강제 연행되어 서울출입국관리소 앞에서 규탄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소식을 접하고 목동에 있는 서울출입국관리소로 향했다. 집회예정 시각인 2시가 조금 안되어 도착해보니 이주노동자투쟁 지원단체에서 나온 한 회원만이 출입국관리소 앞에서 홀로 피켓시위를 하고 있었다. “집회 시간을 잘못 알고 왔나”라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니, 2시가 맞다고 한다. “참가 대오가 늦어지나 보다”라고 생각을 하고, 땡볕을 피해 그늘진 곳에 앉아 참가 대오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30분 가량을 그렇게 앉아 기다렸는데, 여전히 참가 대오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눈에 들어온 사람들은 급하게 소식을 접하고 달려 온 이주노동자 관련 영상을 제작하는 영상활동가들과 전경들 뿐이었다.

대오를 기다리던 중 최저임금 관련 집회를 끝낸 민주노총 산하 700여명의 대오가 이 곳으로 결합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고, 사람들 사이에는 기대감이 전해졌다.

2년 전부터 꾸준히 이주노동자 문제를 영상으로 제작해 온 ‘다큐인’의 문성준 감독에게 여러 가지 얘기를 듣는 동안 시간은 3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참가대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영상활동가들과 각 단체에서 개별적으로 나온 20여명의 사람들이 참가대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초 예정되었던 집회시간 보다 1시간가량 늦은 오후 3시경 민주노총 방송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방송차량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서 너 명의 관계자들이 내렸고, 더 이상의 사람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렇게 대략 20여명의 인원이 참가한 가운데 3시 30분경부터 집회가 시작되었다. 경찰은 집회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회 시작 전부터 제재를 가했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집회 시작 후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제대로 보위하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오늘은 아주적은 인원으로 규탄을 시작하지만, 반성하고 힘을 모아 민주노총 70만 조합원들과 함께 이주노동자의 권리쟁취와 강제추방을 막아내겠다”고 결의하였다.

신 부위원장의 발언이 끝나고, 경찰은 또다시 집회허가를 문제삼으며 집회를 속히 중단할 것을 종용하였다. 이 때문에 집회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힘든 상황이었고, 임미령 평등노조 위원장이 마지막 발언을 하였다.

임 위원장은 규탄사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연이은 표적 연행을 규탄하고, 이주노동자들이 물러설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호소하였다.

이후 참가자들은 출입국관리소장 면담과 연행된 깔람 씨의 면회를 요청하며 진입투쟁을 전개하였고, 이 과정에서 집회참가자들과 경찰들 간에 몸싸움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결국 면담과 면회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날 집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이주노동자들을 미등록, 불법체류로 몰아세우고 마구잡이로 사냥을 하고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 그들은 얼굴을 드러내고 나설 수가 없었을 것이다.

평등노조의 한 조합원은 “만약 대공장에서 천막치고, 농성에 들어갔다고 하면 어떠했겠느냐?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주노동자문제에 대한 확고한 방향 없이 표류하고 있다”며 노동운동진영 안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를 토로했다. 어쩌면 이주노동자들에게 붙어 다니는 미등록, 불법체류의 딱지를 노동운동 진영도 발급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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