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벽, 파업을 이끌고 있는 김정곤 노조위원장을 경희대학교에서 만났다. 직권중재와 공권력 투입 그리고 검찰의 지도부에 대한 영장 청구 등 어려운 상황에서 산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김정곤 위원장은 무척 피곤해 보였다. "힘들지 않냐"라고 묻자, "조합원들이 굳건히 함께 하고 있어 괜찮다"라고 한다. "인터뷰라 생각지 말고, 솔직히 대답해 달라"고 하자 "아이들은 조금 보고 싶다"했다.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여수 사업장이 100만 평 규모의 화학정유 공장이라서 조합원들이 상시적으로 유해물질과 폭발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게다가 회사의 공장 가동 중지로 더욱 불안정한 상태에서 공장 내에서 공권력과 충돌이 발생할 시 조합원들의 안전을 전혀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회사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직권중재와 공권력에만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밖에서 투쟁할 수밖에 없다. 또한 보수언론의 공세 속에 서울에서 우리들의 요구를 직접 알려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
정유사업장 최초의 전면 파업을 전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던 노동자들의 투쟁 역량이 회사의 비상식적 노무관리로 인해 더욱 상승한 측면이 있다. 그간 우리는 노조의 사회적 역할과 노동자의 자주성과 연대성을 계속 강조해왔다.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 등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을 스스로 인식해 왔고, 회사가 노동자들의 권리와 자존심을 결코 침해할 수 없다는 자기인식을 조합원들이 공유하고 있다. 또한 이점은 조합원 가족들도 동의하고, 그들이 우리를 엄호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당당히 이 투쟁을 전개해갈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산개 투쟁 방침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하루하루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산개 투쟁을 유지할 방침이다. 현재 공장에는 파업대오가 돌아갈 것을 대비해 경찰이 상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와의 교섭을 재개할 수는 없다. 현지에서 조합원 가족들과 지역 내 3천여 동지들이 공권력 투입을 항의하는 투쟁을 진행 중이다. 사용자 대표가 사태해결을 위해 성실한 태도로 임하지 않는다면 장기파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
언론의 공세에 대해서
예상은 했지만 자본은 생각했던 것 보다 더욱 악랄하고 교활한 것 같다. 자본은 언론을 동원하여 노조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투쟁은 단순히 임금 몇 푼 더 받는 게 아니라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노동자성을 확보하고,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이다. 오히려 조합원들 스스로도 이 투쟁을 통해서 세상의 모순에 대해 스스로 깨쳐가고, 노조의 사회 공헌과 활동의 범위를 키워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산개 투쟁 중에 서울에서 조합원들을 만난 소감은?
조별로 흩어져 여수를 출발해 이 시간(21일 0시)에도 도착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보면, "이것이 우리 조합원이구나, 우리 동지구나"하는 절실함과 벅찬 감동이 느껴진다. 이런 점이 투쟁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벅찬 감동이자 승리를 향한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제기하고, 투쟁 안에서 우리는 노동자임을 그리고 서로의 동지임을 확인하는 것 같다.
투쟁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공장은 자본이 주인이 아닌, 조합원들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말로 각오를 대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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