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시설 민주화는 생존의 문제

정년 지난 관장, 규정 바꿔 연임 결정
문제제기 하는 노조 탄압, 중증 장애인에 폭력 행사

이동권 투쟁의 진원지 정립회관은 농성중
한국 최초의 장애인 이용 시설인 정립회관(이사장 송영욱)이 현 이완수 관장의 장기 집권문제로 인해 노조와 장애, 인권단체등으로 구성된 공동대책위가 정립회관 사무실 점거에 돌입해 한 달이 넘게 농성중에 있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정립회관 운영규정에는 관장의 정년을 만 65세로 정하고 있지만 정립회관을 위탁 운영하는 한국소아마비 협회가 지난 6월17일 이사회를 열어 올해 정년이 넘은 현 이완수 관장의 2년 연임을 결정했다. 이완수 관장은 93년에 취임해 11년간 관장을 역임하고 정년을 맞이했으나 이사회는 이 관장을 촉탁직으로 2년 연임을 결정했다.

이 관장의 연임이 결정되자 정립회관을 이용하는 장애인 이용자 및 장애인단체들은 '장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를 구성했다. 공대위는 △현 정립회관 관장에 대한 정년제 규정 폐지 철회 △정립회관 이용자 대표의 대표성 보장 △정립회관 발전 특별위원회 구성 등 민주적인 시설 운영을 요구했으나 소아마비협회가 입장을 내지 않자 지난 6월22일 오후 5시경 정립회관 관장실과 사무실을 점거한 것이다.

서울경인 사회복지노조 정립회관 지부 탄압, 폭력사태도
이동권 투쟁과 정립회관 민주화
정립회관은 이동권 투쟁의 시작이나 다름없는 장애인 시설이다. 2001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시작할 때 정립회관은 자립생활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장애인들에게 전동 휠체어를 보급하고 '장애인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직접 나서 불법투쟁도 해야 한다' 것을 강조한 곳이다.


지난 2003년 2호선 시청역을 홀로 점거했던 중증 장애인 이광섭씨도 이곳 정립회관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하고 전동휠체어를 받아 선로 점거 투쟁까지 나서게 되었다.


이광섭씨는 전동휠체어를 턱으로 운전할 정도로 중증 장애인이다. 그는 처음 정립회관에 왔을때 전동휠체어를 보고 신청해 이동권 투쟁에 꼭 나가 싶다고 했다 한다. 그러나 이광섭씨는 특성상 바로 전동 휠체어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집단상담과 이동하기 위한 교육등을 통해 자립생활을 해 나갔고 장애인 투쟁의 주체로 서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전동휠체어를 보급하는 것은 이동권 투쟁에 있어서 중요한 사업이었으며 거기에는 정립회관이 중심에 있었다. 따라서 장애인 이동권이 생존권인 장애인들에게 정립회관 민주화는 무엇보다 중요한 생존의 문제이다.
공공연맹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정립회관지부는 현관장의 정년 퇴직이후의 대안 마련을 위하여 올 2월부터 이사회에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러나 한국소아마비 협회 이사회는 운영규정상의 '관장정년제'를 폐지하고 '연임'으로 전환하면서 현 관장의 장기 집권을 보장했다. 그리고 여기에 문제 제기하는 조합원 11명에게 정직과 견책이라는 부당징계를 내린바 있다.

또한 22일에는 조합원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공대위 소속 장애인들이 징계위원회 개최를 막기 위해 연좌 농성을 진행하자 정립회관측이 폭력 사태를 일으켜 다시 한번 물의를 빚고 있다. 공대위에 따르면 "관장은 팀장 및 비조합원들, 회관 이용자에게 '내가 책임지겠다'며 폭력을 지시했고, 급기야 이용자 한 명은 골프채로 자동차의 유리를 부수고, 점거중인 사무실의 유리를 깨는 난동을 하였다"면서 "이 과정에서 당뇨가 있는 이용자 한 명은 활동보조인과 함께 화장실을 이용하다가 휘둘러지는 골프채에 화장실 유리가 깨져 온몸에 유리파편을 덮어쓰기도 했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심지어 중증장애인에게는 몸이며 다리인 전동휠체어를 강압적으로 마구 흔들어 대고, 짐처럼 들어내도록 지시하는가 하면, 전원을 끄거나 방향을 함부로 바꿔 중증인 장애인들에게 마저 폭력을 서슴지 않고 행하여 기본적인 인권마저 무시했다"고 전했다.

공대위는 이날 폭력 사태에 대하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립생활을 실행하는 기관의 ‘장’이 오히려 장애인의 인권을 유린하고 폭력과 폭언을 서슴지 않으며, 자신의 욕심 때문에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발목 잡는 현 관장을 규탄한다"고 밝히고 "우리는 자신의 변칙적인 임기연장의 걸림돌이 되는 조합원을 모두 징계하고, 폭력사태의 유발과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현 관장은 더 이상 물의를 빚지 말고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고, 즉각 퇴진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기자회견이 끝나자 결의 대회를 열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박경석 공대위 공동 대표는 "관장은 우리가 시설 민주화를 이야기하면 자신이 언제 인권비리를 저질렀느냐고 이야기한다"면서 "자신들에게 동의하면 떡고물을 주고 반대하면 탄압하고 해고를 저지르는 것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또 "저들은 이것이 노조의 문제인데 애 장애인들이 노조를 봐주느냐 따로 하자고 한다"면서 "2인의 노조집행부를 어제 해고했는데 이건은 노조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대표는 이어 " 민주적인 질서를 안 지키는 이들을 거부하고 같이 싸운 동지인데 장애를 이유로 같은 장애인이니 노조를 버리고 가라고 한다"고 비난하고 "그것은 가진자들이 언제나 쓰는 수법이다. 이제 우리는 장애인의 눈물과 투쟁으로 장애인들이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장애인들이 되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서울경인사회복지노조 소아마비협회 정립회관노조 지부장은 "우리는 파업중에 진행되는 부당한 징계위원회를 놔둘 수 없었다. 연좌농성을 하고 우리가 왜 출입구를 저지하는지 말했다. 그런데 관장은 비조합원을 총동원시켜 중증장애인이 탄 전동 휠체어를 들어내고 전원 조작을 해서 장애인을 놀라게 하고 심지어 현관 앞 차량을 골프채로 부쉈다. 관장은 내가 책임진다 며 폭력을 강요했다"면서 22일 관장에 의해 지시된 폭력 사태에 대해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이것이 과연 자립생활을 해온 관장이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면서 " 지금까지 관장의 거짓과 허울을 다 깨부수고 장애인당사자의 권익과 정립회관의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연맹 정상철 사무처장은 "관장이 폭력을 사주해 그의 똘마니가 골프채를 휘두르고 위원장에 폭력을 행사했으며 65세가 정년인데 2년을 더 하기 위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깡패 짓"이라며 "이완수 관장을 깡패로 규정하고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사무처장은 또 "1년에 일하다 장애인이 되는 숫자가 10만 명이며 우리도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시설 복지를 이용해야한다"면서 "예비이용자나 다름없는 노동자민중이 더 올바른 사회복지를 받기 위해서도 시설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대위 소속 장애인들은 정립회관 주변을 중심으로 정립회관 민주화를 요구하는 선전전을 벌였다.

26일로 농성 35일째인 공대위는 △임기연장 결정 즉각 철회 △정립회관 사측과 노동조합, 공대위가 참여하는 '정립회관발전을위한 특별위원회'구성 △사회복지시설의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중지, 노조활동 보장 △사회복지시설의 민주적 운영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대위는 관장실과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중이다

정립회관 지부 김재원 지부장 인터뷰
- 고소고발 당했다고 들었다.
업무방해, 주거침입, 재물손괴 명목이다. 여기 농성들어 오고 이틀 후에 고소고발 되어서 오늘아침에 4명을 체포하러 온다고 연락이 왔다.

- 노동조합 현황은 어떻게 되는가?
근무자 54명중 조합원은 12명이다. 모든 작업장까지 포함하면 60명중 14명이 조합원이다.

-조합원들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직접 서비스, 총무기획, 자립생활, 생활지도등이다.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체육교사. 기사님등 10명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


-최초의 정립회관에 대해 설명해 달라. 최초 장애인시설이라 들었다.
장애인이용시설로 치료와 학습등 재활 프로그램과 사회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정립회관 은 소외되고 열악한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제공이 중심적인 사업이다. 정립회관 이용자는 장애인이고 이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을 위한 곳이다. 특히 자립생활 패러다임을 최초로 들여온 곳이다. 자립생활이란 장애인들이 사회의 주체로 나갈 수 있도록 해왔다. 이동권 투쟁에 결합한 많은 분들이 적립회관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가는 자립생활을 익혔다. 노조도 장애인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함께 하고 있다.


- 관장이 연임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잘 모르겠다. 공공기관이고 정부에서 운영비용을 대고 있지만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다. 지금 정년 퇴직을 하셔야 하는데 이사회에서 변칙적으로 통과시켰다.


- 정년 연장과 민주화의 연관관계는 무엇인가?
우리는 그 동안 복지시설의 공공성을 이야기하면서 공개채용을 이야기 해왔다. 자립생활 운동을 하시던 분이 공대위에 결합하는 장애인을 보고 마치 자기가 전동 휠체어를 준 것처럼 전동휠체어를 압수한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공대위에 결합하는 장애인에게 활동 보조인을 끊어 버리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에게 생명 같은 보조인과 휠체어를 빼앗겠다는 것은 죽으라는 것이다. 작은 부분이지만 생각 없는 말이 실제 자립생황에 맞는 의식이 아닌 관장님의 모습이다. 또한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지점이다.


-평소 관장은 모습은 어떤가?
상명하복식 운영을 해봤다. 전문성이 결여되었고 2003년 노무관리 진단을 했을 때 80%이상이 비민주적이라고 답했다. 이 말은 노조가 일방적으로 몰아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다 느낀다는 것이다. 관장님과 대화하다 조금이라도 반대하면 그날부터 찍혀서 승진에 바로 불이익이 온다.


-지금의 비민주적인 운영의 예가 있다면
여기는 직원과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는 구조가 아무 것도 없다. 의견함 달랑 하나다. 예를 들면 적립회관에서는 장애인들이 불법을 하라고 전동 휠체어를 나눠주었다. 많은 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로 회관 뒷길을 사용하는데 경사가 심하다. 여길 고쳐 달라고 끊임없이 건의하고 얘기해도 예산이 없어 못한다는 것이다. 항상 예산이 없다. 그런데 1년에 관장 판공비가 1200만원인데 정말 자립생활을 얘기한다면 판공비라도 예산 책정해서 고쳐 줄 수 있는 문제다.


- 앞에서 자립생활 패러다임을 최초로 들여 왔다고 했는데
자립생활은 인권에 대한 문제다. 장애인 당사자가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가 아니고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닌 소비자로써의 권리를 얘기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환경의 문제다. 당사자가 직접 싸워야 한다는 것이고 '당신들이 나가서 투쟁해야 장애인의 권리가 향상된다'고 하는 것이 정립회관 자립생활의 모습이다.


-자립생활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어떻게 되나?
중증장애인들은 세수와 식사도 어려운 분들이다. 이들은 항상 가족들에게 억눌려 있다. 가족 안에서 선택권이 없었었다. 항상 집안에만 갖혀 지내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에게 가족관계가 가장 어려웠다. 그런 관성을 버리기 위해 동료 장애인들이 상담을 집단 상담 형태도 진행했다. 이런 것을 시작으로 집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고 자립생활의 이념과 억압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사회개혁 투쟁으로 나설 수 있게 했다. 또한 활동 보조인을 파견하는 사업과 전동 휠체어를 보급했다. 혼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택을 개조하기도 했다.


-관장 연입에 대한 보건 복지부 입장은?
연임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지침만 지켜라는 거다. 행정 구속력이 없다. 사회복지법을 강화해야 한다. 2002년부터 정식으로 정년제를 명시하고 올해는 사업안에 정년제가 명시되어 있다. 그렇게 한 것은 시설 세습자와 비민주이고 폐쇄적인 이유로 비리가 생기므로 그걸 막고자 정년 상한제 명시한 것이다.


-전동차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보급사업을 하게 된 것은 무슨 이유인가?
정립회관은 2001년부터 시작된 이동권 투쟁의 선두로 보면 된다. 초기에는 전동차를 일본에서 중고로 들여왔다. 개인적으로 돈이 있거나 부모님이 무리 할 때 만 전동 휠체어 구입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6대, 10대 들여오다 공동모금을 통해 한꺼번에 120대 130대씩 들여 왔다. 이렇게 보급대수를 확대해 왔다.


전동휠체어는 장애인 투쟁의 필수조건으로 인식이 바꼈다. 회관은 전동휠체어를 나눠주고 '나가서 장애인이 사회 변혁의 주체로 서라'고 했다. 전동 휠체어와 활동보조인이 있었기 때문에 자립생활이 가능했다. 그런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을 끊겠다는 것이다. 불법으로 점거하기 때문이라는데 회관은 불법을 저지르라고 전동 휠체어를 주고 사회변혁 위해 보조인을 연결한 기관이 시설 민주화를 위해 들어온 장애인에게 불법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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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립회관 , 장애인이동권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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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취재와 기사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타가 있네요. 정립지부 지부장님은 김재원지부장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되고 있는 관장은 이완수관장이구요.
    정립회관의 문제는 단순히 하나의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사회복지시설의 민주적 운영과 사유화를 반대하는 투쟁의 일환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지 바랍니다.

  • 신희철

    사무실에 출근하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장애인 동지들, 사회복지 노동자 동지들 모두 항상 웃음 잃지 마시고 힘내세요~

  • 갈매기

    인터뷰 내용이 일방적이고 편협적이네요.
    일방적인 이야기만 가지고 그것이 전부인양 기사를 작성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립회관에 와서 다른이용자들이나 직원들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노조와 공대위 주장만 올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기러기

    갈매기님~~~ 일방적이 아니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도하고 있는것같은데여.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제대로 상황을 알고 하시는 말씀인지 궁금합니다. 혹시 직원들중 한분은 아니신지.. 혹시라도 그렇다면 문제해결을 위해 비노조원들도 진작에 움직이셔야했던건 아닌가요.방관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누구였던건지 잘한번 생각해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