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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지키는 환삼덩굴

[강우근의 들꽃이야기](2) 환삼덩굴

몇 년 전부터 시골로 내려가서 텃밭을 일구며 그림을 그리는 선배가 물었다.
"환삼덩굴의 의미는 뭐냐?"

이 엉뚱한 물음은 환삼덩굴을 아는 사람에겐 전혀 뜬금없는 게 아니다. 환삼덩굴은 '성가신' 풀이다. 아무 데서나 마구 자라나는 데다, 줄기며 잎자루에 아래를 향해 무성하게 돋아난 잔가시 때문에 성가시다. 숲 가장자리, 빈터, 개천 둔치 같은 곳은 순식간에 환삼덩굴 밭으로 변하고 만다. 이런 곳에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는 가시에 긁혀 다리며 팔뚝이 남아나질 않는다.

이렇게 성가시고 나물로도 못 해 먹을 것 같고 꽃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특별한 쓰임새도 없어 보이니, 환삼덩굴의 의미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삶에 지치고 가난한 내 삶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가끔 나에게도 이런 질문도 던져 본다. "가시덤불 같은 내 삶은 의미는 도대체 뭘까?"

환삼덩굴은 네발나비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풀이다. 네발나비가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나비인 것은 환삼덩굴 덕분이다. 날개 뒷면 가운데 알파벳 무늬가 있어서 '남방씨-알붐나비'라고도 불리는 네발나비는 환삼덩굴이나 삼 같은 삼과식물에다 알을 낳고 애벌레가 그 잎을 먹는다. 네발나비뿐이겠는가. 환삼덩굴은 알면 알수록 아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어떤 작가는 환삼덩굴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죽게 하기 때문에 줄기를 쳐주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환삼덩굴이 숲을 지키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칡 같은 덩굴식물이 그렇듯이 환삼덩굴도 숲 안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는 양지식물이다.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나 가시를 세우고 숲을 지키는 문지기이며, 숲의 영역을 넓혀 가는 첨병이다.

환삼덩굴은 나물이나 약초로도 쓰인다. 봄에 자라 올라온 연한 잎을 살짝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혈압을 낮추고 오줌이 잘 나오게 하며 피부질환에 효과가 있다. 환삼덩굴은 또 지친 땅에 새 힘을 주는 퇴비로도 쓰인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들꽃이야기(1)-달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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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경

    저는 김하경입니다. 천일야화를 연재하는...사람입니다.
    게을러서 잡초를 못 뽑다보니 마당전체가 환삼덩굴로 덮였어요
    왜 저런 풀이 생겼을까 정말로 싫다 싫어 그랬는데
    ....참 오늘 새로운 걸 알았습니다.
    알아야 면장이라고....자연을 도통 모른채 자연속에 들어와사니까
    그냥 모르는 건 다 무섭기만 했어요.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읽겠습니다.

  • 김하경

    저는 김하경입니다. 천일야화를 연재하는...사람입니다.
    게을러서 잡초를 못 뽑다보니 마당전체가 환삼덩굴로 덮였어요
    왜 저런 풀이 생겼을까 정말로 싫다 싫어 그랬는데
    ....참 오늘 새로운 걸 알았습니다.
    알아야 면장이라고....자연을 도통 모른채 자연속에 들어와사니까
    그냥 모르는 건 다 무섭기만 했어요.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읽겠습니다.

  • 히망

    컴터가 어디가 많이 아픈 거 같아 프로그램을 새로 깔았어.
    기억력이 별로여서 '즐겨찾'던 곳 주소를 알아야지.
    그러다 이리저리 즐겨찾기를 '회복'하다가,
    오늘은 또 어디서 '박기범 단식일지'가 링크되어 있길래
    여기로 쑤욱 들어왔겠지.

    그러다 이 곳에 들어와,
    '와우~ 우근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었네?'하며 가심이 두근두근! ^^

    두달이나 다른나라에 나가있는 바람에 텃밭이 그야말로 풀밭이 되어 오늘은 낫을 들고 이리저리 미루던 밭일을 마침내 시작했는데...
    환삼덩굴이니 습해진 밭에서 무성해진 풀들을
    베고 뽑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거 참 공교롭기도 하지, 하필 이런 마구잡이 살생을 한 날
    환삼덩굴 이야기를 보다니...
    그러나 어쩌랴!
    나도 김장밭을 갈아야 겨울을 날 게 아녀?

    근디 내가 누군 중 알것어?
    잉. 나야. '환삼덩굴의 의미' 물어본 늠. ^--^
    <고래가 그랬어>에 나오는 생태놀이는 재밌게 보고 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 히망

    컴터가 어디가 많이 아픈 거 같아 프로그램을 새로 깔았어.
    기억력이 별로여서 '즐겨찾'던 곳 주소를 알아야지.
    그러다 이리저리 즐겨찾기를 '회복'하다가,
    오늘은 또 어디서 '박기범 단식일지'가 링크되어 있길래
    여기로 쑤욱 들어왔겠지.

    그러다 이 곳에 들어와,
    '와우~ 우근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었네?'하며 가심이 두근두근! ^^

    두달이나 다른나라에 나가있는 바람에 텃밭이 그야말로 풀밭이 되어 오늘은 낫을 들고 이리저리 미루던 밭일을 마침내 시작했는데...
    환삼덩굴이니 습해진 밭에서 무성해진 풀들을
    베고 뽑느라 죽는 줄 알았는데...

    거 참 공교롭기도 하지, 하필 이런 마구잡이 살생을 한 날
    환삼덩굴 이야기를 보다니...
    그러나 어쩌랴!
    나도 김장밭을 갈아야 겨울을 날 게 아녀?

    근디 내가 누군 중 알것어?
    잉. 나야. '환삼덩굴의 의미' 물어본 늠. ^--^
    <고래가 그랬어>에 나오는 생태놀이는 재밌게 보고 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 매암매암

    환삼덩굴을 먹기도 하는군요, 봄에 먹어 봐야겠군요......

  • 매암매암

    환삼덩굴을 먹기도 하는군요, 봄에 먹어 봐야겠군요......

  • 채수완

    환삼덩굴이 우리의 희망일수도 있다고합니다.
    저도 환삼덩굴이 참싫었는데, 환삼덩굴의 장점이 가시가있어 초식동물이 먹지않고, 뿌리가 깊어 모래가 많은곳에서도 살수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막화되어가는곳에 먼저 환삼덩굴을 심으면 그곳에서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지않아 자라고 땅이 습기를 지닐수있어 나무를 심어도 나무가 자랄수있다고 합니다. 사막화가 진행되는데 나무부터 심으면 실패할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을 막을수있는것이 환삼덩굴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