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이 인정안해도 우리는 경찰청고용직노조다”

경찰청고용직공무원 노조설립신고서 반려

전국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 창립대회

98년 이후 지속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해온 경찰청은 작년 12월말 경찰청 고용직 1,169명중 496명을 직권면직 했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 경찰서에서 일하는 고용직 공무원 673명 전원을 직권면직 할 방침이다. 이에 맞서 경찰청 고용직 공무원들은 지난 5월 2일 직권면직 저지를 위한 비대위를 구성하고, 지난 7월 24일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회의실에서 7개 지방경찰청 소속 40여명의 고용직공무원 노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노조 설립총회를 가졌다.

노조는 상급단체를 민주노총 공공연맹으로 하고 위원장에는 충남청 서산경찰서 소속 최혜순(28)씨, 부위원장 문정영씨(33, 서울청 양천경찰서), 김미숙씨(30, 전남청 고흥경찰서), 사무국장에 장희정씨(26, 서울청 구로경찰서) 등을 각각 선출했다.

노조는 경찰청과 행정자치부의 부당한 직권면직에 맞서 기능직 공무원으로의 직제 전환을 통해 고용안정을 쟁취한다는 것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결정하고, 지난 26일 서울지방노동청에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경찰청장을 사용자로 하는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노동청은 30일 경찰청고용직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노동청은 "경찰청 고용직공무원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노동운동을 할 수 있는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도 아니어서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오후 8시 중앙집행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노조는 설립신고서 반려와 무관하게 8월부터 전국순회간담회를 열고 오는 4일 경찰청에 상견례를 요구하는 등 향후 조직정비와 투쟁 준비를 가속화한다는 입장이다.

직권면직 빈자리 일용직이 채우는 상황

정부는 IMF 이후 진행된 공무원 구조조정의 초점을 기능직과 고용직에 맞추어 집중적으로 단행하였다. 이러한 인사정책은 참여정부에 들어서도 계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경찰청은 고용직공무원에 대한 직권면직을 강제로 자행하고 거기에 따른 인센티브 성격이 강한 경찰인력 증원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경찰청의 2005년도 경찰인력 증원계획에 따르면 3개 지방경찰청 신설과 24,000여 명의 경찰인력 증원계획의 승인을 정부(행정자치부)에 요청하고 있다.

또한 노조는 경찰청 고용직공무원 직제가 폐지되고 그 기능이 사실상 상실되어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는 경찰청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고용직공무원의 직권면직에 의한 빈자리를 1000여명의 일용직으로 채우고 있는 현실이 그 반증”이라는 것이다.

“경찰청 고용직만 기능직전환 배제, 성차별 심화시키는 것”

경찰청 고용직공무원들의 99%는 업무보조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이다.

이미 운전원, 역무원, 건널목 안내원, 방호원, 경비원 등 다른 국가직 고용직공무원들은 1989년 5월 한시적 경과조치에(89. 5. 1.0 대통령령 12704호. 부칙12706호)의해 고용직 복무 3년 이상인 자는 모두 기능직으로 전환되어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독 경찰청은 동일 직종 내 동일 근속년수를 훨씬 넘겨 복무중인 경찰청 고용직공무원에게 직권면직을 강요하고 있다. 노조는 이러한 차별이 “노동자 내부의 부당한 차별일 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성차별을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몇 년을 동일한 업종에서 일해왔고 여전히 동일한 일자리가 형성되고 있는 자신들의 직장에서 고용의 안정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직권면직의 두려움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경찰청 고용직공무원들을 다른 국가직 고용직공무원들과 형평성(헌법 제10조, 제11조)에 맞도록 기능직으로 특별임용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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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군

    기사중 "경찰청은 30일 경찰청고용직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 노조설립신고서를 왜 경찰청이 반려 하나요?? 노동청을 잘못 쓰신게 아닌지.. 그리고 반려이유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왜 노동자로 볼 수 없다고 하는지,, "노동운동을 할 수 있는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도 아니어서..."라는 문장도 언뜻 이해하기 어렵네요..

  • 참세상

    지적 감사합니다.

    노조설립신고서 반려이유에 대한 말씀을 드리기 전에...
    음 노조를 '합법적'으로 인정받느냐의 여부보다 부당하고 일방적인 직권면직을 막아내고 기능직화를 쟁취하겠다는 것이 이 분들 요구의 핵심일테지요. 참고로 자치노조(전국지방차치단체노동조합)의 경우 근거 조례가 없다는 이유로 노조설립이 반려되었으나 정부와 실체 교섭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반려사유를 보면...

    경찰청고용직노동자들은 정규직 공무원입니다. 따라서 일반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노동청은.

    또한 헌법 33조에서는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제33조 제2항)고 규정하고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공무원과 교원에 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제5조 단서)고 규정하여 다시금 법률유보를 하고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과 지방공무원법 제58조 제1항은 “공무원은 노동운동 기타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공무원복무규정 28조에서는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라 함은 정보통신부 및 철도청 소속의 현업기관과 국립의료원의 작업현장에서 노무에 종사하는 기능직공무원 및 고용직공무원으로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에 한한다.
    1. 서무·인사 및 기밀업무에 종사하는 자
    2. 경리 및 물품출납사무에 종사하는 자
    3. 노무자의 감독사무에 종사하는 자
    4. 보안업무규정에 의한 보안목표시설의 경비업무에 종사하는 자
    5. 승용자동차 및 구급차의 운전에 종사하는 자 [전문개정 72·5·4]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의 조문들을 문리상으로 해석하면 주로 경찰청 행정 보조를 담당하는 경찰청고용직노동자들의 경우는 서무, 경리, 물품출납사무 등에 해당하여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사실상 노무종사자에서 제외된다는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방공무원법 2조 3항 4호에서는 고용직공무원을 단순한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라고 개념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위법인 복무규정에서 서무 등의 업무를 종사하는 자를 집단행동을 할 수 없는 자로 분류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위의 논리과정은 헌법 33조의 내용을 위 조항들의 단서에 의해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노동3권만이 인정되는 것으로 보았던 종전의 해석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헌재 1993. 3. 11.)는 국가․지방자치단체 종사자의 단체행동을 금지하고 있던 (구)노동쟁의조정법 제12조 제2항에 대한 심판에서 “현행 헌법 제33조 제2항은 구 헌법과는 공무원의 경우에 전면적으로 단체행동권(團體行動權)을 제한하거나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라는 의견을 밝힌바 있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모든 공무원에게 단체행동권, 즉 쟁의권을 근본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해당 법은 현행 헌법 33조 2항과 충될되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법률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헌법의 정신이 대전제로서 공무원에 대한 노동 3권을 인정하고 있음에도(당연한 노동자의 권리 언급을 떠나서라도) 하위법령 해석에 있어 헌법합치적인 해석을 하지 못하고 문언에 따라 형식적인 해석만을 하는 노동부의 태도는 법률 태두리 내에서도 독단적인 해석이 아닌가 하는 것이 기자의 생각입니다.


  • 도전

    주로 어떤일을 하나요~ 경찰이 노조를 만든다니 좀 신기하구도 하구요~~특히 영국에서 경찰공무원들이 인력충원문제를 제기했을때 좌파가 억압기구중의 하나인 경찰의 확대를 지지해야 할까하는 고민도 들고~~

  • 민주노동당 당원

    도전/ 경찰청 고용직 공무원은 님이 생각하시는 경찰공무원, 즉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경찰관이 아닙니다. 환경미화원과 같이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경찰청 직원들입니다.

    좌파적 입장에서 경찰과 같은 국가기구 노동자들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지는 무척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님이 지적하신대로 억압적 국가기구의 확대를 억압적 국가기구의 노동조합에서 주장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가는 곰곰히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권력을 노동자 계급이 완전히 인수한다면, 노동자 주체의 민주적 정부에서 억압적 국가기구를 폐지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요. 국가권력을 노동자 계급이 아닌 좌파적 정당에서 부분적으로 인수한다면 이런 문제가 꼭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이를 테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원내다수당이면서 동시에 행정부를 장악했다 하더라도 국가공무원체제가 정권교체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고시 중심의 관료제로 지속된다면, 좌파정당이 장악한 국가권력이 양날의 칼이 되어서 좌파정당의 우경화와 노동조합운동의 쇠퇴를 불러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문제는 노동조합과 계급연합정당과의 관계 설정 문제에 통찰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세상/ 님이 말씀하신 88헌마5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모든 공무원에 대해 쟁의권을 부인하는 것은 헌법불합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만, 이번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판례인지는 의문입니다. 동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고용이나 인사정책 같은 "근로조건 외적 사항"에 대해서는 모든 공무원이 단체행동을 할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 -- 결정문 5쪽 첫번째 문단 --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좁은 의미의 경제투쟁만 가능하다는 얘기죠. 따라서 이전 기사에 나온 것처럼 경찰청 고용직 노동조합이 투쟁의 방향을 직권면직 반대나 기능직화로 잡았다면, 동 결정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란 문언 해석이 쟁점이 된다면, 헌법재판소 결정은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법원이 법률해석의 최종판단을 독점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 담긴 법률해석 --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란 문언 자체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보긴 힘들죠 -- 의 기속력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혹시 이번 사건에 대한 헌법소송이 제기되어서 위헌이나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란 문언 자체가 위헌적이지 않는 이상 그 범위에 대한 판단은 대법원이 내리게 됩니다. 따라서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에 대한 문언 해석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시는 것이 님의 의도에 부합된다고 봅니다.

    물론 중앙정부부처 중 하나인 "노동부"는 항상 사용자 편향적 입장을 보이고 있죠. 지방노동청과 노동위원회는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군요.

  • 참세상

    정밀한 의견제시 감사드립니다.

    님의 지적의 사실적 부분에 대부분 동의합니다.

    "헌법소송이 제기되어서 위헌이나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란 문언 자체가 위헌적이지 않는 이상 그 범위에 대한 판단은 대법원이 내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을 내리지 않는 법원과 "중앙정부부처 중 하나인 '노동부'"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고요.

    허나 '근로외적' 상황이라는 범주에 가장 기본적인 고용의-직권면직과 기능직화 쟁취-문제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에는 -님이 그것이 온당하다 보시지는 않으리라 판단됩니다-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설사 님의 '해석'이 바른-해석기관의 관례상- 것이라 해도
    그것은 노조가 생긴 이후의 노조 투쟁의 합법성(?) 여부인 것이지 노조에 대해 설립을 반려할 이유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 덧붙이자면 지금의 협소한 공무원 집단행동 인정 범주에서 허용되는 '사실상 노무 종사자'에 해당하여 노조 설립이 인정된다해도, 사실 '직제개편 문제'에 따른 직권면직은 공무원 신분보장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명문이 있습니다.

    이 경우 결국 노조의 힘과 사측의 힘 대결로 갈려질 문제일 터이고
    노조에서 지적하는 부분은 '사실상 직제개편의 필요성 없이 정리해고만을 위한 직제개편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일용직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메꾸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부에서 생색내기로 말한 그나마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결'이나 '청년실업 문제 해결'이라는 방안과도 달리 가는 모순이라는 것이지요.

  • 민주노동당 당원

    참세상/ 법원과 노동부의 태도는 노동자 억압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동의하고요.

    "근로외적 상황"에 대한 해석은 제 입장이 아니고 대법원 재판례의 일관된 태도 -- "판례"라고 합니다 -- 입니다. 대법원 판례는 법적 견해의 변경이 있을 경우에만 전원합의체를 열어 대법원의 입장을 변경하는데요, 대법원 자체가 보수적이어서 종전 견해와 같이 직권면직과 기능직화 문제를 인사권과 정부 정책의 문제, 곧 "근로외적 상황"이라고 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대법원 판례는 노동조합 활동을 좁은 의미의 경제투쟁 외에는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입니다.

    반려사유를 읽어봐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판례가 그렇다고 해도 신고서를 반려한 것은 부당하다는데 동의합니다. 이번 사건 쟁점이 지적하신 바와 같이 투쟁 방향과 상관없이 노동조합은 설립되어야 한다는 점, 동의합니다.

    다만 인용하신 판례가 이번 사건에 적용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그 판례의 취지는 (1) 모든 공무원에 대해 일률적으로 모든 노동3권을 부정하는 것은 부당하며 (2) "근로외적 상황"에 대해서는 노동3권이 인정되더라도 공무원들은 투쟁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1)의 경우에도 "합리적으로" -- 물론 저들의 기준에서 합리적인 것이죠 -- 제한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아서, 현재 교원들은 실질적인 노동3권을 누리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과 부합하는 판례 -- 하급심 재판례를 포함해서 -- 는 (1)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범위에 대한 판단 (2) 공무원 직역에 따른 단결권 보장의 여부에 대한 판단 (3) 투쟁 방향과 노동조합 설립 허가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판단 중 적어도 하나를 밝히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