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도착한 도보순례단은 31일 행진을 이어갔다. 오전 11시 경 영등포를 출발한 도보순례단은 열린우리당, 여의도 국회의사당, 신촌을 지나 광화문까지 행진을 했다. 이날 서울 행진은 '성매매 없는 세상 이룸'(이룸), '향린교회', '대항지구화행동' 등 사회단체 회원 100여 명이 함께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전쟁 반대' 외쳐
참가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전쟁 반대와 평화의 메시지를 알리며 행진을 하였다. 차도르를 입은 참가자, 꽃을 단 총을 맨 참가자, 행진 내내 음악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3명의 민중가수들, 부산에서부터 휠체어를 타고 도보순례단에 참가한 중증 장애인. 모두가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전쟁 반대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차도르를 입고 행진하던 이룸 회원은 "차도르를 입긴 입었는데,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이라크 여성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알 것 같다"며 참가 소감을 밝혔다.
유모차를 밀며 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참가한 향린교회 부목사 임보라 씨는 "미래에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다"며 "삶 속에서 옳은 것을 옳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참가동기를 밝혔다.
부산에서부터 초등학생 딸과 함께 참가한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대구시민 모임' 회원 박정숙 씨는 "할머니들은 전쟁의 참상을 온 몸으로 체험한 분들"이라며 "할머니들 스스로 전쟁의 참상을 알려내고, 파병에 반대하는 이번 도보순례를 자청했다"고 전했다.
전쟁 반대의 이유를 묻지 마라
한국사회의 전쟁 피해자들. 원폭피해자들, 고엽제 피해자들, 정신대 할머니들... 이들이 이 무더운 날씨에 도보순례를 하며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가 없어. 난 전쟁이 무서워"
도보순례단은 이용수 할머니와 같은 전쟁 피해자들의 눈으로 전쟁과 이라크 파병 반대를 알려내고자 했다.
부산에서부터 도보순례를 함께해 온 '민주노동당 경남 남해하동' 위원장 강동호 씨는 "전쟁피해자들의 고통과 슬픔 자체가 전쟁 반대의 이유가 되어야한다"며 "전쟁과 파병 반대는 애국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평화적 관점에서 제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적포기 필요없는 나라만들기 모임' 회원 변상철 씨는 "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과거사의 진상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이라크 파병에 드는 비용을 전쟁 피해자들에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변상철 씨는 "일본의 한국 강점 논리가 한국의 이라크 파병 논리와 같다"며 "파병은 과거사 규명도 제대로 못한 채 전범국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불볕더위 속에 진행된 도보순례단의 이날 서울 행진은 '파병반대 국민행동' 주최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끝마쳤다. 한편, 도보순례단은 8월 3일 파병부대 수송기 이륙지에서 전국 도보 순례의 마지막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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