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농성단은 조직된 투쟁의 거름으로 변해야 할 시기다”

[인터뷰]김혁 이주농성장 상황실장
고용허가제 시행, 이주노동자운동의 전망을 들어보다

8월 17일자로 고용허가제가 시행된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앞두고 올해 말까지 17만여 명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10만으로 줄인다는 호언 이후 집중 합동단속을 벌여왔다. 노동부와 법무부는 지난 7월 15일 공동 담화문 발표 이후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위주에서 고용주 중심으로 단속 방향을 바꾸는 한편 마구잡이식 검거와 추방을 강행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8월에만 신규 이주노동자 인력 7만9천 명을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정부는 있는 인력을 강제추방의 이름으로 불법화시키고, 더구나 이들이 자진출국 할 상황이 아니며 그럴 의사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 그들을 불법상태로 방치하여 저임금과 노동착취로 내모는 한편 단기 로테이션(3년) 신규인력을 대규모로 받아들이려 하는 것이다. 신규인력은 한국물정을 모르고 노동자로서의 권리 주장이 부족해서 마음대로 부리며 사업장 이전의 부자유를 족쇄로 묶어두고, 3년이 지나 경험이 축적되고 자기 권리 주장도 강해진 사람들은 불법의 형태로 저임금에 묶어두는 것이다.

당장 오늘부터 시행되는 고용허가제 이후 벌어질 이주노동자들의 상황과 270여 일을 넘긴 명동성당 이주농성장의 전망에 대해 이주농성장 상황실장인 김혁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실 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용주 처벌 강화로 대량해고가 벌어지고 있다. 작년처럼 이주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건 아닌지 우려들이 많다.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벌어질 상황은 어떻게 보는가

7월 1차 순회투쟁을 수도권 중심으로 진행했고, 2차 수도권 투쟁을 지난 13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8월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현장의 이주노동자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7월 노동부 법무부 담화 이후 대량해고가 벌어지고 있다. 이전에 불법체류자 중심의 단속에서 사업자 처벌 강화 때문이다. 수원에서 만난 한 해고 노동자는 7년을 한 사업장에서 일했는데 예전에는 아무리 단속이 심해도 사업주가 계속 고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해고를 하더라고 했다. 또한 사업장 자유가 없는 고용허가제를 이유로 재계약 시기 때 해고를 볼모로 엄청난 저임금이나 체불을 강요하고 있다. 현장 자체가 산업자본주의 초기 모습 같다. 공장에서 나가면 잡혀간다고 노동자들을 벌방에 거주하게 하고 낮에는 합법노동자를 돌리고 야간에는 불법체류자들을 돌린다. 햇빛도 안 드는 벌방에 머물며 일하고 잠자는 것이 전부다. 이런 상황이 고용허가제 이후에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본다.

작년 11월 15일 집중단속 시작 이후 자진 출국한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번 단속에서는 자진 출국자가 거의 없다. 이주노동자들은 “나갈 사람은 다 나갔다”고 말한다. 잡히기 전에는 아무리 단속의 서슬이 퍼래도 스스로는 안 나갈 사람들만 남았다는 거다. 오히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샤말 타파씨 강제 출국 직전에 정부와 실무 협상을 진행했었다. “기존 인력에 대한 대책 없이 추방만하고 8월중에 또 신규 7만9천 명을 받겠다는 것은 뭐냐?”는 질타에 “스스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법이 만들어 진 거니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정부는 올 말까지 8만9천 명을 추방한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출국자는 정부 발표로도 1만명 선이다. 한편으로는 8월초부터 이미 신규인력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벌써 5만이 들어왔다는 말도 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의 저임금 풀로 활용하기 위해 불법을 양산하고 있다. 정말로 고용허가제를 제대로 실시하려한다면 신규인력 도입 없이 기존 인력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단속의 양태는 어떠하리라 보는가?

단속에 대한 정부 의지는 아직도 강경하다. 단속에 동원되는 출입국 직원이 부족해서 용역을 고용할 정도다.

고용허가제를 앞두고 화성 보호소에서는 출국 대기기간이 빨라지고 이주노동자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안산은 하루에 세 차례 단속이 되기도 한다. 인천에서는 단속을 피하던 이주노동자가 3층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당하기도 했다. 우스운 건 중상을 당하면 한동안 단속을 안 한다는 사실이다.

고용허가제 이후에도 농성장은 유지되나?

당초 8월 17일 고용허가제 시행을 기점으로 농성단을 해소하고 지역까지 포괄하는 전국이주노동자투쟁단(투쟁단)을 꾸리기로 했었다. 이틀로 노동허가제 쟁취 투쟁을 가져가는 한편 하반기 집중투쟁과 노조운동에 대한 고민을 녹여내고자 했다. 이와 관련해 7월 중순 1차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간담회 과정에 별다른 탄력이 붙지 못하면서 투쟁단으로의 전화가 더디 가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에 농성단에 함께했던 외노협, 이주인권연대 등 인권단체의 경우 노조운동은 자신들이 개입할 영역이 아닌 보조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특히 외노협의 경우는 자신들의 영역에 대해 민노총이 침범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의식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함께 하자는 정도의 논의 진전이 있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농성장 내부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투쟁단이 꾸려질 때 까지 농성을 계속하자는 입장, 9월 정도 일정한 틀이라도 투쟁단이 갖춰지면 지역으로 가야한다는 입장, 투쟁단과 무관하게 상징으로서 농성장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 등이 난상 토론 중이다. 이러한 차이는 외노협이 소극적인 상황에서 눈치 보지 말고 우리라도 가자는 견해와 힘들더라도 설득해서 함께 가야 한다는 견해의 차이 때문이다.

농성단 해체 얘기가 나오기까지는 상황 변화도 있지만, 농성투쟁의 일정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는데, 농성투쟁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농성단은 무엇보다 이주노동자 문제를 사회화했다. 농성으로 문제가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주요하게 해결해야 할 쟁점으로 던진 것이다. 민주노총에서도 주요 쟁점이 되었다. 이제 조직된 투쟁의 거름으로 갈 시기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사업틀을 준비해야 한다. 농성으로만 투쟁의 전망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이제는 지역으로 내려가 조직 사업을 해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농성투쟁으로 지역에서 노동자들이 고무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조직화의 가능성은 크다. 농성장에만 머물러 있으면 농성장 내부에서만 지치고 지역일상사업도 꾸려나갈 수가 없다. 농성투쟁이 이주노동자투쟁의 승부수는 아니다.

농성장 내부 분위기는 어떠한가?

많이 힘들다. 요구안 중 어느 것 하나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서 패배의식이 많다. 그래서 농성을 접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인 활동가들과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성과적 측면을 강조하며 얘기해 가고 있다.

이전에 민주노총의 연대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주노동자문제가 민주노총의 주요쟁점이 되었다는 것은 어떤 가시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인가?

이전에는 계획 없이 요구하면 집회에 결합하는 정도였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주노동자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요한 쟁점이라는 인식이 있고 향후 민주노총의 교육, 조직사업과 하반기 투쟁계획에서 이주노동자문제를 반드시 언급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민주노총 내에 이주노동자 관련 대책회의가 18일 1차로 꾸려진다. 이 사안만으로 계획을 내고 집행해 갈 수 있는 회의가 꾸려진 것이 현재로서는 발전의 모습이라고 본다.

이주노동자 전담자 없이 파견형식으로 상황실장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민주노총이 이주노동자 문제를 받아 안고 가려고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민주노총에서 개입하는 수위에 대해 현장과 민주노총 상층과의 시각의 차이가 있다. 상층은 현장에서 요구하는 개입의 수위가 과도하다는 견해들이 있다. 또한 외노협, 이주인권연대와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상호 긴밀하게 농성장의 상황들이 풀려 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농성장은 이미 자기 색깔이 있다. 노동허가제를 쟁취하고 노조를 통해 노동운동을 이뤄내려는 농성장과 고용허가제를 용인한 외노협을 조율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다른 것을 하나로 묶어내려 할 게 아니라 다른 틀 속에서 어떻게 공통의 활동을 찾아낼 지에서 논의가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차이들이 있어서 좀 힘들었다.

이주농성장에 단련된 활동가가 더 있어야 하는데 한국 활동가들의 경우 이주노동자 문제를 노동운동으로 경험한 사람이 얼마 안 되고 이주노동자도 투쟁 경험 자체가 많지 않았다. 농성장 내부에서 규율을 만들어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과정의 어려움이 있었다. 작은 문제 하나에도 흔들릴 정도로 안정감이 없었다. 때로는 작은 현안에 대해서도 동이 훤하게 터올 때까지 회의를 해도 의견이 모아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많이 나아지고 발전해가는 상태다.

민주노총 상층의 그러한 의식의 차이는 이주노동자 문제를 노동자의 문제로 받지 못하는 한국 노동운동의 한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 어떤 노조에서는 “우리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빼앗고 있는데 민주노총은 이주노동자 연대를 한다고 하다니 뭐하는 거냐, 정신 좀 차려라”는 항의 전화가 오기도 한다. 그 사람들은 생존의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설득이 쉽지 않다. 정규직-비정규직 문제처럼 길게 보고 계속 설득해 나갈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 운동이 어떤 전망을 가져야 한다고 보는가?

나 역시 어렵고 정리되지 못한 상들이 머리 속에 얽혀있는 상태다. 당장은 노동허가제 쟁취를 말하지만 그것이 궁극적 대안은 아니다. 노동허가제 역시 특별규제법이다. 이를테면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유사노동자로 규정하겠다는 법처럼 말이다. 결국 “근기법을 적용하라, 노동자성을 인정하라” 한마디로 정리 되어야 할 얘기다. 하지만 영주권, 시민권,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로서의 노동력 자유 도입에 대한 전체적 그림이 정밀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아직은 노조운동과 노동운동의 전망 속에서 풀어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 정도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간 지역과의 연계는 어떠했나?

농성 출발부터 “농성장만으로는 안 된다”, “지역과의 네트워킹을 해야한다”고 공유했었다. 그러나 초반에는 농성장 유지와 연대투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2월 성공회가 떨어져 나가면서 농성장 유지와 지역조직화에 방점을 찍고 왔다.

지역조직화의 어려움은 없는가?

여기 사람들이 내려가서 선도적으로 앞서서 지역을 조직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가가 가장 관건이다. 지역에서 생각 있는 사람들은 명동을 바라보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명동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농성장 내에서도 결의나 활동력의 편차는 존재한다. 또한 지역에도 유능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과 같이 노조를 만들어 크게 그리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의 역동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현재는 워낙 합동단속이 심해서 지역이 많이 위축된 상황이고 고용허가제에 일정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빨리 지역 대중들이 위축된 부분들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들로 지역조직화가 당장의 성과로서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4월 강제출국 당한 샤말타파 전 농성단 대표의 근황은 어떠한가?

지폴트(네팔노총)에서 이주노동자 담당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ILO 총회에서 이주노동자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다뤘다. 그 때 지폴트 부위원장이 편지를 보내왔는데 샤말,깨비, 버질라씨가 지폴트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근황을 전해왔다.
태그

이주노동자 , 이주 , 고용허가제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최하은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네임

    힘내시라는 글밖에 ... 그들도 사람이고 살기위해 머나먼 우리나라로 온것인데.. 강제 추방으로 하여금 그사람과 그들의 가족들이 보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어떻게 보여지겠는가.. 그들의 노동력이 절실히 필요한 우리나라 소규모 사업장은 하나둘 쓰러져가고있다.

  • 김삿갓

    한국에 새로이 진입해 오려는 외국인들과 현재의 거주자들 간에 형평성을 어느 정도에서 정할 것인지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내의 빈곤-저학력-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겐 건강한 외국노동자들이 생계의 위협이 될 테니까. 다만 규칙을 만들면 일단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fair play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