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시행 첫날, 철폐투쟁 선포하다

"8만 명 들어오면 7만 명 불법체류자 만드는 제도"
"고용허가제 3년 후, 누가 나가겠는가?"

17일부터 고용허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작년 7월 31일에 통과되어 시행되는 '외국인근로자고용등에 관한법률'은 산업연수생 제도와 병행으로 시행될 뿐만 아니라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으며, 노동3권도 보장되지 않는 등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에 많은 문제점과 부작용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이 제도는 또 3년을 시한으로 1년마다 계약 갱신을 해야 하므로 노동조건의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이주노동자 인력 제도 자체가 저임금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노동부는 임금에 대해 "대부분의 사업주들이 최저임금 수준, 또는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의 기본급을 제시하고 있어 초과근무수당, 퇴직금, 4대 보험 등의 비용을 포함할 경우에는 외국인근로자의 평균 급여 수준은 100만 원 내외일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고용허가제 실시 전에도 임금으로 인한 사업주들의 횡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성당 농성단 언론담당 서선영씨에 따르면 "고용허가제가 인력 풀을 5배수로 돌리면서 1년마다 계약을 하게 되므로 거의 법에 저촉되지 않는 최저임금 수준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작년에도 1년 짜리 E9비자를 받은 사람들(3년 이상 4년 미만)은 현장에서부터 임금이 깍였다"고 밝혀 사실상 대부분의 이주노동자가 최저임금 수준 정도의 임금을 받고 일할 가능성이 크다.

고용허가제는 더 많은 불법체류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비난도 거세다. 명동성당 이주농성단에서 농성 투쟁중인 이주노동자 마문씨는 "앞으로 고용허가제도로 오는 사람도 결국 투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들이 고용 허가제로 들어 온다 해도 3년 후면 또 불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고용허가제"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마문씨는 "한국에서 살면 한 달에 30만 원이 넘게 드는데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최저임금 정도 받고 3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로 언제 돈을 벌어 나가겠는가?"라고 반문하고 "8만 명이 들어오면 7만 명은 불법체류자가 될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외국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등 단체들은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는 17일 오전 '연수제도 철폐,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한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미등록이주노동자전면합법화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부터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양해우 소장은 "오늘이 첫 고용허가제에 의한 인력이 들어오는 날이지만 마음은 착찹하기만 하다"면서 "지금 실시되는 고용허가제는 93년에 실시된 산업연수생 제도와 너무 같다"고 규탄했다. 양소장은 또 "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어 인권에 가장 큰 문제가 되며 연수생 제도에 비추어 보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 날 지 뻔하다"고 지적하고 "올 말이면 16만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20만 명이 될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사면하고 합법화를 시킬 때만 이 제도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제도로 발생할 모든 문제를 정부는 전부 알고 있고 이미 노동부장관도 그 문제점을 인정했다"고 밝히고 "문제를 인정했지만 문제해결은 강제추방 하나로 보완하겠다는 정부의 행태가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신승철 부위원장은 또 "민주노총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사면과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요구안을 중심으로 하반기 집중투쟁을 계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77일째 농성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명동성당 이주농성단 안와르 직무대행은 "고용허가제는 이동의 자유도 합법화도 없는 노예 제도"라며 "이미 고용허가제를 앞두고 2년 비자를 받은 이주노동자들은 계속 사장에 탄압을 받고 인간 사냥 단속을 받고 있어 노동허가제가 실시 될 때까지 명동성당 농성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해 강한 투쟁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은 명동성당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고용허가제 철폐를 위해 더욱 강한 투쟁을 결의하는 날로 선포한다"면서 "고용허가제가 철폐되는 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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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수생 , 고용허가제 , 노동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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