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서비스 산업은 탁구공?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서울시, 건교부, 노동부

현재 퀵서비스 산업과 그 종사자들은 법과 행정으로부터 완벽하게 방치되어 있다. 김성중 노무법인 길벗 대표는 "안타깝지만 현행 법 제도 하에서 라이더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긴 힘들 것 같다" 며 사무실로 출퇴근 하는 것도 업무 지시가 아니라 거래 전달을 받는 형태기 때문에 "법적으론 업주와 라이더들이 대등한 관계" 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업자 등록증 발급이나 납세에 관련된 업주들의 불법적 사항들은 지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현실 파악은 하고 있으나 모르쇠

취재과정에서 접촉한 서울시, 건교부와 노동부는 모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서울시 운송과 물류팀 관계자는 자신들도 이러한 실태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음을 시인했으나 건교부로 책임을 떠넘겼다."우리가 조례를 제정하려고 해도 조례란 것이 법률에 근거해야 하는데 퀵서비스에 관해선 아예 법이 없는 상황이다"라며 자신들도 답답하다고 했다. 건교부에서 퀵서비스에 관한 법안을 제도화시키지 않을 경우엔 손댈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한 "아마 현 정권하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 것"이라며 "어차피 규제완화와 규제강화 가운데서 규제완화가 기조가 아니냐"고 반문하기 까지 했다.

건교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건교부 물류산업과의 한성수 사무관은 기자에게 "우리도 잘 알고 있다. 다음까페에 라이더연대가 결성되어 있는것도 알고 있다"며 "현재 아무런 규제나 관련 법규가 없는 상황이고 법의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사각지대 치고는 너무 크지 않냐는 질문에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사실 법이 없기 때문에 "이 문제가 건교부 영역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화물연대처럼 조직화해서 파업을 하든 교통방해를 해가지고 사회적 문제로 확장되어야 논의가 시작이라도 될 것 같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서는 "본인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계속 관심을 갖겠다"며 대화를 마쳤다.

화물연대 투쟁 이후에도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근로자성을 인정 받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파업을 통해 산재보험에 개인 명의로 임의 가입해 똑같은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화물연대의 전례가 있듯 라이더들도 산재보험에 임의가입 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노동부 산재보험과의 주평식 사무관은 "통과된 법안은 화물지입차주에 한하기 때문에 퀵서비스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무성의한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화물지입차주에 대한 산재보험 시행 경과를 2,3년 지켜봐야 다른 업종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라이더들은 앞으로 이삼 년 동안은 민간보험도 가입하지 못하고, 산재보험도 가입 못하므로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느냐 라는 질문에 "바쁜 일이 있다"며 성급히 대화를 마쳤다.

결국 해결책은 조직화

서울시, 건교부, 노동부 전부 다 현 상황에 대해 파악은 하고 있지만 대처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이야기다. 현재 라이더들이 업주의 부당행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려면 경찰서나 공정거래위를 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모든 정부기관들은 서로서로에게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 결국 이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뻔하다. 힘없는 사람은 뭉치는 수 밖에 없다는 간단한 진리를 떠올리게 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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