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고용직노조 간부 삭발식 발언 중
7일에 이른 농성, 2일에 이른 최혜순 위원장의 단식. 그리고 오늘 5명의 간부들의 삭발까지 12월 31일 대량 직권면직을 앞둔 경찰청 고용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가속화 되고 있다.
전국경찰청고용직노동조합은 21일 2시 국회 앞에서 ‘직권면직철폐 및 기능직 전환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경찰청 고용직노조 조합원 30여 명의 ‘바위처럼’ 율동으로 시작된 집회에서 경찰청 고용직 노동자들은 힘찬 연대발언에 때로는 함박웃음을, 그간의 투쟁보고와 결의발언에 눈물을 흘리며 그간 움츠렸던 자신들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5명의 조합 간부들의 삭발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북받친 통곡과 서러운 흐느낌에 집회장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한국 노동운동사에 기념비적 사건이 될 싸움
이호동 공공연맹 위원장은 “이 자리에 계신 동지들 한번쯤은 경찰서에 끌려가 불타는 적개심으로 공권력을 바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대회사를 시작했다. 이호동 위원장은 “바로 그 경찰서에서 그나마 우리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 건네던 동지들이, 10년 넘게 차를 나르고, 타자를 치고, 심지어 경찰들이 먹을 김장까지 해가며 저임금에 시달려온 경찰청 고용직 노동자들이 이제 당당하게 노동자로 일어섰다”고 말했다. 이호동 위원장은 “우리 노동운동사에 기념비적 사건이 될 경찰청 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자 선언에 공공연맹이 그리고 여러분이 끝까지 연대하고 승리를 쟁취하자”고 강조했다.
단식 2일차에 이른 최혜순 위원장은 지침없는 얼굴로 단상에 올랐다. 최혜순 위원장은 “경찰청이 우리를 너무 우습게 보았다”며 “그 경직된 경찰조직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잔심부름하며 10년을 버틴 우리다. 우리는 경찰청보다 더 독한 사람들이”이라고 강조했다. 최혜순 위원장은 “경찰청은 우리 잘 못 건드린 거다. 최기문 경찰청장이 여기와서 사과하고 우리의 고용을 보장할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는 결의를 밝혔다.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박인숙 민주노동당 여성담당 최고위원은 “한 사람의 여성노동자로서 이정부의 악랄한 행태를 고발한다”며 연대사를 시작했다. 박인숙 최고위원은 “이 땅에 살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것을 보아왔지만, 정부가 나서서 이 많은 여성노동자들을 차가운 거리로 내모는 이 모습은 노무현 정부하에서 노동자들의 현실을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라며 분노했다. 박인숙 최고위원은 이어 “민주노동당은 당의 모든 노력을 기울여 여러분의 투쟁에 성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근 철도청의 계약해지를 백지화 시킨 새마을호 여승무원들과의 연대투쟁의 기억이 떠올라서 인지 연대사에 나선 김정민 철도노조 서울본부 본부장은 발언을 불안정하게 이어갔다. 김정민 본부장은 “새마을호 여승무원들의 투쟁과 여러분의 투쟁이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새마을호 여승무원들도 처음에 가슴에 리본달기 조차 어려워했지만, 작은 실천들을 모아 계약해지 철회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김정민 본부장은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함께 하겠다는 말밖에 못 하겠다”고 발언을 이어가다 급기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김정민 본부장의 눈물에 이심전심의 박수를 보냈고, 김정민 본부장은 “열심히 투쟁 합시다”란 말로 연대사를 마쳤다.
경찰청이 키운 혹이 경찰청의 썩은 찌꺼기를 드러낼 것이다
눈물과 웃음 속에 한 시간여 집회를 마친 경찰청고용직 노동자들은 금강화섬 수요 집중 집회에 함께하고, 집회에 함께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농성 거점장소인 민주노동당사로 들어갔다. 집회 시작 전부터 주변에 포진한 각 지방 정보과 형사들의 연행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공공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경찰청으로 부터는 별다른 전향적 변화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농성 7일, 위원장 단식 2일에 이른 30여명의 경찰청고용직 노동자들은 희망의 끈을 놓고 있지 않다. 이들은 다음주 월요일부터 전 조합원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그간 미처 말하지 못했던 성희롱과 사직강요에 대한 사례들을 발표하며 다각도의 투쟁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노조 설립 초기 시설노조 사무실에서 대면했을 당시의 이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한 달이면 두 달이면 끝날 거라는 희망섞인 얘기들을 함께 나눌 때 이들의 얼굴에는 아직 분노와 결의보다는 우리도 뭉쳤다는 소박한 기쁨과 다시 안정된 일자리로 돌아가리라는 바램이 자리했었다. 오늘, 사람들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통곡을 토해내는 이들의 얼굴에는 지난 10년에 대한 회환과 다시 당당히 현장으로 돌아가고야 말리라는 결의와 절박함만이 겹쳐있다.
이제 이들에게 경찰청은 답해야 한다. “인간으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며 우리를 혹으로 키운 경찰청은 12월 31일 직권면직 강행 순간부터 그 혹의 터짐으로 경찰청 내부의 썩어 곪은 찌꺼기를 다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이들은 경고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