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어거지 선전, 통계청 자료로 실태 폭로

'2004년 일자리만들기 노사정 사회협약'의 처참한 결과 여실히 드러나

노동부, '임금안정으로 고용안정 분위기 확산' 보도자료 배포

꿈과 미래를 함께하는 노동부?
사진출처 : 노동부 홈페이지

지난 16일 노동부는 ‘임금안정으로 고용안정 분위기 확산’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보도자료에서 노동부는 △2004년 평균 협약임금인상률은 5.2%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임금인상률 △사업장 4곳중 1곳이 임금 삭감 또는 동결 △고령근로자 중심의 임금조정으로 고용보장 및 일자리창출을 도모 하는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장 늘어 △연봉제·성과배분제 도입 사업장 증대 했다며 이를 근거로 ’근로조건 격차 완화와 임금안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이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둔 한 해‘라 주장했다.

노동부 주장, 하루만에 정부 통계자료로 뒤집혀

그러나 ‘임금안정으로 고용안정 분위기 확산’이라는 노동부의 주장과 정 반대되는 통계자료가 17일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1년 미만 전직 실업자(과거에 취업경험이 있고 일을 그만 둔지 1년미만인 실업자) 숫자가 2004년 월평균 63만1천명으로 2003년의 58만9천명보다 4만2천명, 7.1%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임금 동결 또는 삭감(노동부 표현으로는 임금안정)이 고용안정 분위기를 확산했다는 노동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노동부는 대기업조직사업장을 중심으로 전년대비 임금인상률 하락폭이 크고, 임금동결및 삭감비율이 늘어났고, 금융권·언론계 등을 중심으로 임금조정을 통해 중고령자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확산되는 등 사회 전체적으로 임금안정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를 경영난 극복에 동참과 임금안정을 통한 고용창출, 경영난 극복의 노력증대로 해석했다.

그러나 통계청은 휴폐업.명예퇴직.정리해고.경영악화로 인한 실직자가 전년대비 11.3% 증가한 22만7천명이며 이 중 명예퇴직, 정리해고, 조기퇴직에 해당하는 실직자는 전년대비 10.7% 증가한 3만1천명이라고 밝혔다.

임금증가율 둔화와 고용불안은 정비례

결국 임금 증가율의 둔화, 동결, 삭감등과 고용불안은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명예퇴직, 정리해고, 경영악화등의 명목으로 인한 고용불안 가중이 조직노동자들에게도 큰 압박으로 작용해 임금증가율을 둔화시켰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노동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노력이 공공, 금융, 언론계 등으로 지속적으로 확산되 고령 근로자 중심의 임금조정으로 고용보장 및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게됐다고 주장했으나 50대의 전직 실업자(과거에 취업경험이 있고 일을 그만둔지 1년미만인 실업자)는 2003년 5만6천명에 비해 12.5%, 7천명이 늘어난 6만3천명을 기록했고 60세 이상 전직실업자 수도 전년대비 25% 폭증한 통계가 밝혀졌다.

결국 임금인상 폭이 크게 떨어지고, 임금 동결 및 삭감 사업장도 늘어났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노동부의 설명이 하나도 맞아떨어지는 대목이 없는 셈이다.

지난 2004년 신규 일자리 질도 크게 악화


이 밖에 2004년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질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악화로 인해 중장년 여성과 노년층이 대거 노동시장에 진출했으나 이들이 차지한 일자리는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밝혀졌고 신규취업자 가운데 일시 휴직자와 주당 35시간 이하 노동에 종사하는 취업자가 18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증가수 41만8천명의 43%에 이르렀다.

2004년 여성취업자 수는 9백36만4천명으로 전년대비 25만6천명이 늘었고 전체취업자 증가분의 41만8천명의 61.2%를 차지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보여지는 대목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전혀 다르다.

먼저 전체 여성취업자 증가분 가운데 75%인 19만2천명이 30대에서 50대에 몰렸다. 일자리의 질로 따져보자면 음식, 숙박업종에서 7만6천명을 신규채용하며 그 중에 무려 95%가까이를 여성으로 채웠다. 또한 간병인, 이미용, 목욕탕 등 개인서비스업 신규 취업자 17만 4천 가운데서도 여성이 13만1천명에 달했다.

결국 여성의 일자리가 25만6천개 늘었으나 그 가운데 20만7천개 81%가 음식, 숙박, 개인서비스등 법의 보호조차 받기 힘든 저임금 일자리인 셈이다.

65세 이상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특기할 만하다. 2003년 65세 이상 취업자 수가 114만1천명이었는데 비해 2004년에는 124만3천명으로 8.9% 10만2천명이 증가했다. 우리 사회에서 65세 이상 신규취업자가 보통 어떤 일자리를 얻는지는 명약관화하다.

'고용없는 성장'이 아니라 '성장없는 고용'의 속내를 들여다보니

일자리의 질이 어떠하든 2004년 우리 사회의 전체 일자리 숫자는 2,255만7천개로 2003년 2,213만9천개에 비해 41만8천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정부가 목표한 40만개를 상회하는 숫자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직업으로 따질 때는 단순노무직의 숫자가 12만이 증가했고 연령으로 따질 때는 65세 이상의 숫자가 10만2천 증가했다. 또한 음식, 숙박업의 경우 매출이 급락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고용은 증가했다.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말이 유행하지만 음식, 숙박업종은 ‘성장없는 고용’ 이 발생한 셈이다. 이는 급증한 실업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식당등 영세자영업 창업으로 대거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노사정 협약의 결과물 적나라하게 드러나

노동부는 ‘임금안정으로 고용안정분위기 확산’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2004년 연초 체결한 노사정 ‘일자리만들기사회협약’으로 근로조건 격차완화와 임금안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가져와 어느정도 결실을 거두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경총, 노동부, 노사정위가 작년 2월 체결한 이 협약은, 기업은 투자확대를 통해 일자리 창출하고 인위적인 고용조정을 자제해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노조는 생산성 향상에 적극 협력하여 향후 2년간 임금안정에 협력하며,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를 정부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협약 체결이후 처음으로,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협약으로는 최초로 체결되었다고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떠들썩하게 선전됐던 이 협약이 체결된 지 일년이 다 됐다. 그리고 노동부는 지난 16일 이 협약으로 인해 ‘임금안정’이 됐고 고용안정에 기여했다는 보도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일자리 41만6천개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직자 숫자를 보여주는 전직실업자 숫자는 급증했고 늘어난 일자리는 영세자영업, 비정규직 등으로 채워졌다.

한편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중앙위원회를 열었다. 이 날 민주노총 중앙위원회는 중앙집행위원회가 지난 7일 확인한 "2월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재개- 3월까지 새로운 사회적 교섭틀 확정"이라는 ‘사회적교섭’ 재개 일정을 대의원대회 안건으로 상정시켰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20일부터 21일까지 속리산 유스타운에서 열릴 예정이다.
태그

노동부 , 고용불안 , 통계청 , 임금안정 , 사회적협약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태곤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