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노사정위 지킴이로 나서나

사회적 교섭 반대 세력 악의적 때리기, 노사정위 복귀 종용 노림수는 무엇

유독 눈에 띄는 한겨레 보도

지난 1일 열린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가 파행적으로 종결된 후, 예상과 다르지 않게 모든 언론은 입을 모아 크게는 노동운동 전체, 민주노총 혹은 이른바 ‘강경파’를 비난하고 나섰다. 노동관련 사안에 대한 기존 언론의 태도야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이번 임시대의원대회가 폭력으로 얼룩진 것 또한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맞을 매를 맞고 있을 뿐’이라는 침통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겨레 신문이 연달아 내놓고 있는 2일과 3일의 노동관련 기사들은 기사량과 내용면에서 유독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앞선 2일 ‘민주노총 노사정위 복귀, 또 무산’이라는 부제가 붙은 박스 기사를 통해 ‘사회적 교섭안에 대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결의가 반대파들의 실력저지로 또 다시 무산됨으로써 민주노총이 안팎으로 심각한 위기에 놓이게 됐다’며 물리적 충돌에 앞서 이수호 위원장이 대의원대회 당일 나타낸 강행처리 의지, 절차를 무시한 토론중단과 표결실시 선언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임시대의원대회의 파행상의 원인 설명에는 오히려 조선일보가 나름대로 객관적인 보도를 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임시대대회 유회 원인에 대해 “노동계에선 ‘이 위원장이 노사정 대화에 반대하는 현장의 민심을 소홀히 여긴 것 같다’고 분석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월3일 3면 통틀어 ‘안팎위기 민주노총’ 편성

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안에 대해 설명하던 이수호 위원장이 “사회적 교섭을 재개하는 것은 노사정위 복귀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같은 말을 몇 차례 하는지 모르겠다”며 짜증까지 냈는데도 불구하고 한겨레는 기사 중간제목, 분석 보도 등을 통해 사회적교섭=현행 노사정위 복귀 라는 등식을 굳히고 나서기도 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물리적 충돌이나 선정적인 부분에 민감한 언론의 특성이라 치부할 수 있다 치더라도 도를 지나친 보도들이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2월 3일자 3면 전체를 ‘안팎위기 민주노총’이라는 제목으로 편성했다. 3면은 네 개의 꼭지로 이루어졌는데 그 중 “ ‘자본에 포섭’ 현장파 반대논리” 라는 기사가 특히 물의를 빚고 있다.

대다수의 언론들이 사회적 교섭 반대세력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는데 반해,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사회적 교섭 거부세력’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섰다. 그리고 기사 본문에서 사회적 교섭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주장하는 내용이나 그 이유를 설명하기 보다 민주노총 내부 정파, 특히 현장파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계보를 덧불임으로 사회적 교섭 반대가 오직 정파적인 이유로 비롯된 것처럼 보도했다.

한겨레, ‘막강한 단위노조가 기득권 위해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 반대’

같은 기사에서 한겨레는 “민주노총 내의 많은 단위노조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노조들로서, 막강한 교섭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사실 노사정위 등 초기업적 교섭기구에 참여할 필요성이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 쪽과의 협상에서 얼마든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업 단위로 진행되는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하는 것은 자신들의 행보를 제약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며 “이들이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데는 현실적 이해관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애초 인터넷 판에서는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들이 지금 누리는 몫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표현했지만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하는 것은 자신들의 행보를 제약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수위를 낮추기도 했다.

도대체 지금 어떤 단위노조들이 ‘막강한 자체 교섭력을 활용해 회사 쪽을 상대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냈’는지도 알 수 없지만 사회적 교섭 반대를 대기업정규직 기득권과 연결시켜 분석한 매체는 한겨레가 유일하다. 게다가 같은 기사 앞부분에서 사회적 안건 처리 방해를 주도한 것은 공공연맹, 금속연맹, 사회보험 노조 등이라고 적시하고 뒷부분에서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노조의 이기주의를 언급함으로 공공, 금속, 사회보험 노조 등이 기득권 때문에 사회적 교섭에 반대하고 나선다는 식의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운 것은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보도라는 지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격렬한 반발 빼먹은 의도 있나

또한 3일자 한겨레가 3면을 통틀어 진행한 ‘안팎위기 민주노총’에서는 1일 임시대의원대회 상황에 대한 교묘한 왜곡도 확인됐다. 임시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많은 비정규직 조합원들과 비정규직 대의원들 대부분이 사회적 교섭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고 이수호 위원장의 토론종결 선언 직후 벌어진 단상점거 또한 대표적 비정규직 노조 중의 하나인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의 지회장과 조합원들이 격분해 나서 촉발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겨레는 공공연맹, 금속연맹,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사회보험노조 등이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 지회나 이날 참석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금속연맹 조합원들이기 때문에 이 보도 자체가 거짓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노동자의 힘, 메이데이 포럼, 전노투 등 노동운동 내 정치단체나 현장투쟁단체의 명칭까지 적시하며 시시콜콜 정파 구도를 설명한 한겨레가 임시대의원대회장에서 격렬하게 반발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존재를 몰랐을리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한겨레의 이러한 연쇄 보도에는 사회적 교섭에 반대하는 진영에 대한 공격을 통해 사회적 교섭 재개, 한겨레식 보도에 의하면 ‘노사정위 복귀’에 힘을 싣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는 2월 3일자 "내부 균열 장외투쟁 고립 우려“기사를 통해 사회적 교섭 무산에 대해 ”민주노총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상황은 불리“, ”스스로 대화를 거부“등의 표현으로 쌍심지를 켜고 나섰다. 또한 ‘내부개혁의 계기가 될 수도’라는 중간 제목 아래서 ”대의원대회 이후 일반 조합원과 대의원들한테서 이수호 위원장에 대한 지지 여론이 오히려 더 높아지는 추세“라며 현 집행부의 사회적 교섭 재추진에 대해 힘을 실었다.

20억 광고유치, 희망 2005 캠페인의 전제조건은 노사정위 재개?


한편 한겨레가 전방위적으로 사회적 교섭 반대 세력 때리기, 현 이수호 집행부 힘싣기에 나서고 있는 데는 다른 속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파문을 일으킬 전망이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서울신문 채수삼 사장과 함께 한겨레 고희범 사장은 지난 달 6일 발족한 ‘일자리 만들기와 새 공동체 건설을 위한 2005 희망제안’ 에 참여했다. 시민의 신문 이형모 사장,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 등이 앞장 선 뉴패러다임 포럼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는 '희망제안 2005'는 민주노총, 민주노동당등을 방문해 노동진영의 양보를 요구하기도 한 사회적 코포라티즘의 외곽기구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뿐 아니라 한겨레는 지난 달 31일 ‘희망 앞으로’ 라는 제목의 삼성그룹 광고를 전면에 실었다. 미디어오늘, 한겨레가 이 광고를 필두로 오는 6월까지 희망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국내 주요 대기업과 정부 부처 등의 협찬을 유치해 2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황충연 광고기획부장은 "희망은 일자리와 부의 나눔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번 기획광고를 시작했다"며 "편집국에서는 선진국의 일자리 나눔 사례 기사도 준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미디어오늘을 통해 전하기도 했다.

또한 기확광고와 함께 4월부터는 관련 특집기사까지 보도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광고유치와 그 광고를 뒷받침 하는 기사의 조합이라는 낡은 폐습이 한겨레에서 진행되는 셈이고 그 내용은 이른바 ‘희망 만들기’라는 것이다.

결국 ‘희망제안 2005’든 ‘희망 앞으로’든 간에 노동자의 양보를 전제하는 사회통합적 캠페인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노사정위의 재개가 최소한의 전제조건이고 한겨레의 일련의 보도는 이런 캠페인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한겨레가 변했다’는 지적과 ‘그래도 한겨레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한겨레의 보도와 캠페인이 자신들의 본질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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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민주노총대의원대회 , 사회적 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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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하두 볼 신문이 없어서 간간이 한겨레신문을 보기는 했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게 없다.
    어차피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 문제에 대해 자신의 문제가 아닌,
    또다른 계급의 문제로 인식하는 한겨레에 무얼 기대하겠는가?
    그들은 자신이 진보라고 착각하는 '소위' 지식인 그룹이 아닌가?
    그리고 또한,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역사속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이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