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중앙위, 노동위원장 후보 인준 부결 파란

사회적 교섭폐기 결의안, 북핵관련 결의안도 아슬아슬하게 부결

16시간 마라톤 회의로 펼쳐진 민주노동당 중앙위

  지난 22일 열린 민주노총-민주노동당 정례협의회 모습
사진출처 :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2005년 민주노동당 1, 2차 중앙위원회가 지난 26, 27일 양일에 걸쳐 16시간의 마라톤 회의로 진행됐다. 이 날 열린 중앙위원회에서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양 조직의 지도부가 지명한 이양수 신임 노동위원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이 부결되는 파란이 일어났다.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26일 오후 2시에 시작된 이번 중앙위원회에는 240여명의 중앙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진행됐다. 회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족수 미달로 자동유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총 19개의 안건 가운데 14개가 처리될 때 까지 대부분의 중앙위원들은 자리를 지켰고 27일의 일정들을 이유로 아침이 되어서야 중앙위원회는 산회됐다.

첫 번째 안건인 ‘조승수 의원 지키기 특별 결의문 채택의 건’부터 다섯 번째 안건인 ‘반전평화’ 관련 결의문 채택의 건 까지는 별 논의 없이 대체로 지도부가 제출한 원안대로 처리가 됐다.

북핵관련 결의문 채택두고 파란의 조짐 보여

그러나 파란의 조짐은 여섯 번째 안건인 ‘북핵’ 관련 결의문 채택의 건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북핵관련 사태의 근본원인임을 지적하면서 북한의 핵보유 선언이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 위반임을 명기한 결의문 채택을 놓고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벌어졌다.

결국 이 결의안 채택의 건은 당시 재석 243명 가운데 114명의 찬성으로 부결됐다. 결과는 부결로 나타났지만 이 의미는 간단치 않았고 추후 벌어질 파란의 전조였다는 지적이다. 현재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인적 구성이 ‘민족민주’진영으로 확실하게 균형추가 기울어진 점이나, 그 동안 북한에 비판적인 성원들이 다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견들이 당의 공식입장으로 채택됐던 경우가 거의 없었던 점을 감안할 때 과반에서 불과 8표가 모자라는 숫자로 이 안건이 부결된 것은 상당한 함의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교섭 관련 결의문 채택 건 두고 논란 격화

여덟 번 째 안건인 ‘사회적 교섭’관련 결의문 채택의 건을 두고도 격론이 이어졌다. 이수호 위원장이 직권으로 노사정 합의기구 참석을 전격 선언하기 전인 지난 달 27일 정기당대회에 제출됐다가 이번 중앙위원회로 넘어온 이 결의문은 민주노총 내의 사회적 교섭 추진 움직임에 대해 분명히 비판하고 교섭건을 폐기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결의문 채택에 대한 찬성 토론에 나선 한 중앙위원 “현 상황에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왜 교섭에 목을 매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대화와 협상은 우리 운동이 세력관계의 확고한 우위에 있을 때 고려해 볼 수 있지 지금은 결코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무산의) 본질적 이유는 비정규관련 법안에 맞춰 투쟁할 건가, 협상할 건가의 갈등이 본질“이라 지적하며 ”폭력 비난이 아니라 양 주장의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노사정위 복귀 규탄하고 투쟁호소하고 정부와 기업주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단상 점거자들을 방어해야 한다“며 ”(4월)1일 파업을 예고하는데 지원과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고 덧붙여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민주노총 부위원장이기도 한 이혜선 중앙위원이 즉각 반대토론에 나서 맞섰다. 이혜선 중앙위원은 “대중적 진보정당으로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해야지, 각 부문운동에 가치판단을 하고 참관인 역할을 하는건 맞지 않다”며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은 사회적 투쟁을 만들기 위해 전술적으로 채택한 것이지, 노사정 참여에 대해 말한 적 없다”고 이어나갔다.

9표 차이로 결의안 채택 부결

그러나 이수호 위원장의 사회적 교섭 직권 추진 선언에 대해 사측이 적극 호응하고 나서 오는 29일 ‘노사정대표자회의’ 운영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혜선 중앙위원은 이어 “전체 전선에 있어 단결 저해시키는 행위는 공당이고 진보운동 진영의 책임을 맡아야 하는 희망으로 적절치 않다”고 사회적 교섭 폐기 촉구를 ‘단결 저해 행위’로 재차 규정했다. 찬반토론이 이어진 끝에 표결에 들어간 결과 이 결의안 채택의 건은 재석 243명 중 찬성 113명으로 과반에 9표가 미달, 부결됐다.

민주노총 할당 중앙위원이 전체 중앙위원의 28%에 달하고 현 민주노동당 최고지도부 다수의 성향이 민주노총 집행부와 일치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현 집행부의 의견에 정면으로 맞선 결의안이 비록 부결됐지만 중앙위원 47%의 찬성을 이끌어낸 것의 의미는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는 앞선 북핵관련 결의안 처리와도 맞닿는 지점이다.

중앙위원회의 하이라이트 ‘노동위원장 후보 인준 부결'

2005년 1, 2차 중앙위원회의 하이라이트는 13번 안건 노동위원장 인준의 건이었다. 경선등이 아니라 당직자에 대한 인준의 건이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된 것은 민주노동당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경기도지부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다가 이번 중앙위원회에 인준안이 올라온 이양수 당원 개인에 대한 반대라기 보다는 노동위원장을 추천한 이용식 노동부문 최고위원과 민주노총 현 지도부에 대한 직격탄으로 해석된다는 중론이다.

그간 이용식 최고위원이 집행해온 민주노동당의 노동, 비정규사업에 대한 당 내외의 불만이 축적되어 온 상황에서 최근 사회적 교섭을 둘러싼 논란에서 보인 태도들이 결국 노동위원장 인준부결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노동위원장 인준 안건이 올라온 후 ‘관행아닌 관행’에 따라 만장일치, 혹은 거수투표등을 통해 인준안을 통과시키자는 주장들이 있었으나 중앙위원들의 격렬한 반발에 맞서 결국 무기명 비밀 투표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강승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미 임명한 것인데 거수토표로 처리하자“고 나섰고 이용식 최고위원은 ”문제가 없는데 이런 처리는 없다“라며 투표에 반대하기도 했다.

이용식 최고위원, “인준부결은 나를 반대한 것”

결국 우여곡절 끝에 실시된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양수 노동위원장 인준건은 재석 235명 투표자 총수 234명 찬성 117로 과반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못해 부결됐다. 인준안 부결 직후 당사자 아닌 당사자 격인 이용식 최고위원은 “표결결과는 중앙위원들이 나를 반대한 것으로 본다”며 최고위원들과 민주노총등과 논의해 조만간 ‘입장정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위원장 인준 부결이라는 초유의 파란 이후 또 하나의 뇌관인 19번째 안건 정성희 기관지위원장 사퇴권고안 당원발의서 처리의 건이 기다리고 있었다. 많은 중앙위원들이 자리를 지킨 것은 이 마지막 안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올 정도로 이 안건에 대한 당 안팎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러나 14번 안건이 처리된 때가 이미 아침 일곱시에 가까웠고 이 날 오전 서울시 대의원대회등과 각종 일정들이 있다는 문제제기에 따라 15번 안건인 민생관련 당 중점사업 심의의 건부터 19번 안건인 기관지 위원장 사퇴건고안까지 다섯 개의 안건은 차기 중앙위원회에서 처리하기로 결정하고 2005년 1, 2차 중앙위원회는 마무리 됐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파란이 몰아친 이번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대해 일각에서는 북핵관련 결의안이나 사회적 교섭 폐기 촉구 결의안이 부결된 점을 들어 ‘좌도 싫고 우도 싫다’는 여론이 집결된 것이라는 해석이 제출되고 있으나 실제적 함의는 약간 다르다는 지적이다.

비록 북핵관련 결의안, 사회적 교섭 폐기 촉구 결의안이 다 부결되기는 했지만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거의 단일지도부를 이루고 있는 현실이나 민주노총 할당 대의원의 숫자가 30%에 가까운 현실, 과거의 전례들을 살펴볼때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세력들에 직격탄을 날리는 결과를 가져올 이런 결의안들이 45%가 넘는 찬성을 얻어 아슬아슬하게 부결된 것을 ‘좌도 싫고 우도 싫다’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표피적 분석이라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이용식 최고위원이 추천한 이양수 노동위원장 인준 부결 사실이 뒷받침 한다.

지난 해 말 하반기부터 기관지 위원회 파동, 폭력 당직자 제명 철회 논란, 이른바 국보법 올인 논란 까지 그리고 최근의 독도 문제 대응 논란까지 민주노동당 현지도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결국 이번 중앙위원회 사태로 터졌다. 현 지도부의 임기가 아직 1년이 넘게 남은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이번 파란을 어떻게 해석하고 당무에 반영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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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 중앙위 , 이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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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니

    무슨 권력기관처럼 움직이는 최고위원회나
    황당한 성명과 정치 방침을 내놓는 자주평화통일위원회나
    좀 반성하면 어떨가요...
    그라고 정성희 위원장은 이만하면 물러나도 되지 싶은데...

  • 참좌

    이용식 최저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