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이기식 전시행정으로 대권 꿈꾸나?

정명훈,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올덴버그 그리고 전태일

흐뭇한 표정으로 정명훈에게 지휘봉 선사한 이명박 시장

  흐뭇한 표정으로 지휘봉을 선사하는 이명박 시장
사진출처 : 하이서울 홈페이지

최근 서울시향 오디션 파문 뒤에는 이명박 시장의 밀어붙이기식 행정, 그리고 대권에 대한 야심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시청 3층 태평관에서 새로운 서울시향을 맡게될 지회자 정명훈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에서 기존 서울시향 관계자나 서울시 문화예술을 담당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관계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기자회견의 사회는 이례적으로 서울시 문화과장이 맡았다.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지휘자 정명훈과 이명박 시장이 나란히 자리를 차지 하고 앉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기존 서울시향과 무관하게 새로운 시향의 단원 117명을 모두 오디션을 통해 뽑겠다고 일성을 고하는 정명훈 음악감독을 이명박 시장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날 기자회견의 압권은 ‘지휘봉 전달식’이었다. 음악적 포부과 계획에 대한 정명훈 신임 음악감독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이명박 시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이끌어 달라며 정명훈 감독에게 지휘봉을 선물했다. 마치 신임 육군참모총장에게 삼정도를 하사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2,000억 예상되는 노들섬 프로젝트

이보다 앞선 지난 1월 이명박 시장은 “국제 공모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겨 2007년까지 완공하겠다”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장을 서울에 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2007년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이기도 하다.

‘불도저 시장’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이명박 시장의 포부는 착착 실행되기 시작했다. 노들섬(옛이름은 중지도)가 서울시 오페라하우스 예정지로 지목됐고 서울시는 예산을 긴급 편성 지난 8일 노들섬 땅의 소유주인 (주)건영 에 274억을 주고 노들섬을 사들였고 국제 건축현상공모까지 일사천리로 추진중이다.

한편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축계획이 화려하게 언론을 장식하는 동안 “제 아무리 불도저 시장이라 해도 2007년까지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완공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기초타당성조사, 국제공모, 공연장 공간배치에만 2년 정도 걸리고 순수 공사기간 역시 최소 2년은 걸린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한강 위에 놓인 노들섬의 특성상 물막이 공사까지 더해져야 하는 상황인데 설계에서 완공까지 3년안에 해치울 경우 부실공사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결국 서울시는 노들섬을 사들인 직후 “2009년까지 1만3천여평의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청소년들을 위한 야외무대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을 조성, 뉴욕 카네기홀이나 시드니 오페라하 우스처럼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건축물로 만든다는 구상”이라며 2007년 완공계획을 슬그머니 접었다.

그렇다면 과연 ‘노들섬 프로젝트’에 과연 돈은 얼마나 들까? 서울시에서 구체적 계획은 제출하고 있지 않아 짐작이 힘들지만 오는12월 개관하는 고양시 일산아람누리(문화센터)센터와 비교해보면 어림짐작이 가능하다. 일산아람누리센터의 총공사비는 대략 1250억으로 추산된다.

아람누리센터에는 2000석의오페라 극장, 1500석의 콘서트홀, 300석의 실험극장, 야외공연장, 도서관, 전시시설들이 들어선다. 아람누리센터의 연면적은 1만6천300여평으로 노들섬 부지와 거의 비슷한 규모다.

아람누리센터의 예산을 살펴볼때 노들섬 부지비용 270억을 포함해 총공사비용은 최소 1,500억에서 2,000억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짐작이 가능하다.

단원처우 개선과 계약직 채용은 무슨 관계?

이러한 서울시의 노들섬 프로젝트는 정명훈 영입과 맞닿는다. 서울시는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 뿐 아니라 전용 콘서트 홀을 건립하고 홍보, 마케팅, 공연기획, 단원처우 개선 등 파격적 뒷받침을 통해 ‘정명훈 표 서울시향’을 세계적 수준의 교향악단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명훈 영입과정에 기존 시향 관계자나 세종문화회관 측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20억이 들었다 30억이 들었다’는 카더라 통신만 무성한 채, 영입의 전과정은 이명박 시장과 서울시 문화과를 중심으로 이뤄진 상황에서 ‘단원처우 개선’의 핵심은 새로운 교향악단 단원들을 모두 1~3년의 계약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명훈씨는 올 해는 서울시향의 음악고문(수퍼바이저)로 설립에 주력하게 되고 내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상임지휘자직을 맡게 된다.

‘노들섬 프로젝트’ 혹은 ‘정명훈 프로젝트’ 때에 따라서는 ‘문화 시장’프로젝트를 넘어 대권프로젝트의 일환으로도 평가되는 일련의 사업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점이 또 하나 있다. 노르웨이 출신의 아릴 레머라이트와 함께 부지휘자로 영입된 태국 출신의 번디트 웅그랑시는 각종 행사에 심심찮게 얼굴을 내밀고 최근에는 증권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을뿐더러 심지어 최초의 외국인 경제부총리로 거명되기까지한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대표의 사위로 알려졌다.

한건주의, 전시위주, 밀어붙이기식 문화행정은 사실 청계천 복원사업에서부터 싹을 틔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청계천 복원사업은 전형적인 ‘이명박식 밀어붙이기’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잡음이 커지지 않은 면이 있다고도 평가된다.

청계천의 랜드마크가 될 ‘산업자본주의 찬가’

  도쿄무역전시장 앞에 서있는 클라에서 올덴버그의 거대한 작품
그러나 10월 1일 청계천 복원공사 완공일에 맞춰 청계천이 시작하는 입구 광장에 팝아티스트 클라에스 올덴버그의 조형물을 설치한다고 발표하면서 ‘일방적 전시행정’은 정점에 달했다. 쌍안경, 담배꽁초, 빨래집게등을 수천 배 확대하는 조형물을 도쿄 무역전시장, 필라델피아 시청 앞 등에 설치한 올덴버그는 ‘산업자본주의에 대한 찬가’를 부르는 팝아티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연대를 비롯한 예술관련 사회단체들은 “(올덴버그의 작품은)청계천 복원의 역사적, 생태적, 문화적 의미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 지적하며 “하지만 정작 문제는 특정 작가가 선정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선정과정이 공개되지 않은 채 폐쇄적으로 진행되었다는 데 있다”고 한목소리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명박 시장과 서울시 관계자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청계천 조형물 작가 선정과정이 ‘작가의 명성’과 ‘관광수입’과 같은, 청계천의 역사성과 상징성과는 무관한 기준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을 뿐”이라 일침을 놓으며 “올덴버그와 같이 유명한 작가의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투입되는 예산 또한 상당할 텐데, 서울시는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내용이나 예산, 선정절차와 기준 등에 대한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이 다만 그 결과만 발표하였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시장 특유의 밀실행정,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다시 한 번 시민들만 소외시킨 것”이라는 성명서의 문구가 ‘문화시장 이명박’의 일련의 사업에 대한 간명하고 정확한 평가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양윤재 서울시 행정부시장은 지난 17일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6월까지 올덴버그가 작품 초안을 제시할 예정”이라며 “정보 공개와 투명한 사업 진행을 위해 필요하다면 시민들에게 그 작가의 작품이 좋은 지 등에 대해 여론조사를 벌일 의향도 있다”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전태일 기념관', '전태일로'는 거부하고 표지석 하나 덜렁

  서울시는 지난 2003년 평화시장의 전태일기념동판을 철거한 바 있다
이와 정반대로 서울시는 청계6가 방산동 일대 1만3천평 규모의 미군 공병대 부대 이전 부지에 전태일 기념관을 짓는 계획을 세운 전태일기념사업회의 협조요청, 청계천에 놓일 21개의 다리 중 청계 6가에 놓일 다리를 ‘전태일 다리’로 청계천로를 ‘전태일로’로 명명하자는 제안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지난 22일 서울시는 청계5가에서 8가 구간을 ‘전태일 거리’로 명명하고 청계 5가와 6가 사이 평화시장 앞길의 전태일 분신 장소에 표지석과 동판을 설치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전태일로’와 ‘전태일거리’에는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을지로, 퇴계로 등의 이름과 ‘연신내 사거리’의 무게감이 주는 차이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 1999년 전태일기념사업회가 평화시장 횡단보도 앞에 만들어 놓은 기념 동판을 지난 2003년 12월 철거한 바가 있기도 하다. 결국 자신들이 철거했던 동판을 원위치 시키고 표지석 하나를 더 세워주는 셈이다. 또한 서울시는 ‘전태일 다리’라는 이름이 제안됐던 다리에는 ‘버들다리’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결정했다.

정명훈,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팝아티스트 올덴버그, 전태일...문화시장 이명박을 해석할 수있는 몇 가지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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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 청계천 , 이명박 , 정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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