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외교통상부는 한-캐나다 FTA 협상의 실질적 시작을 알리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한-싱가포르 FTA가 실질적 협정문안을 확정한 후 한-캐나다 FTA 체결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싱가포르의 협상과 흡사하게 별다른 저항없이 진행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이는 한-캐 FTA는 이미 1,2차 예비협의를 마친 상태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이전의 FTA의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거센 마찰로 홍역을 치른 정부는 '캐나다와는 상호보완적 산업구조'라는 것을 강조, 쌀이나 자동차 산업과 같이 저항단위가 없다는 것을 부각시키며 서둘러 협상을 진행시키려는 조짐을 엿볼 수 있었다.
캐나다 시장을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미국과의 FTA 체결을 위한 우회전략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주장도 있는 반면 제대로 된 연구조차 없이 실무협의로만 진행되어 미흡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체적으로 저항 단위가 없고 무역 마찰이 적을 것 같다는 이유를 대며 서둘러 추진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였다.
1부 공청회에는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발제자는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과 이연호 연세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는 온기운 매일경제 논설위원과 박노형 고려대학교 교수,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황문연 재경부 국제경제과장이 참여했다.
전략적 이민? 실명제 도입?
이날 공청회에서는 “전략적 이민”과 “저항세력의 실명제화” 등 위험 수위를 넘는 발언들이 나오기도 했다.
'한-캐나다 FTA 경제적 효과'를 주제로 이준규 팀장은 “양국이 개방 무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세계 8위의 무역시장을 가진 캐나다의 경우 한-캐나다 FTA를 체결할 경우 이익은 상대적으로 크고, 비용은 상대적으로 적어 많은 순이익을 가져올 것”이라 전망하며 “캐나다를 발판으로 미국시장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전략적 기지로 사고하자"고 FTA협상의 당위적 추진 이유를 늘어놓았다.
또 “캐나다의 경우 미국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하며 “경제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이는 한국에게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연호 교수는 정치적 전략의 하나로 “이민”을 언급하면서 이는 “이민을 가 캐나다 사회에 한축을 이뤄야 한다”는 '적극적인 이민 정책 실현' 이라는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한편, 온기운 논설위원은 "미국의 GM,포드사가 정크펀드로부터 평가 등급이 강등 됐다”며 “이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매출 부진 등으로 인한 문제라며 강성노조 때문"이라는 근거없는 이유를 늘어 놓았다.
또한 온기운 논설위원은 "한-칠레 FTA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경제적 손실이 적었다. 아니 오히려 이득이 더 많았다”고 강조하면서 “당시 체결을 반대했던 사람들, FTA 저항 세력들을 실명제화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번 공청회는 “민간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 및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가 될 것이라는 주최 측의 설명과 달리 별다른 이견 없이 싱겁게 끝났다. 이 날의 공청회 결과가 향후 캐나다와의 FTA 본협상 추진에 관한 정부 입장에 참고가 될 것이라는 주최 측의 이어진 기대는 중간 중간 나왔던 “전략적 이민”이라든지 “저항 세력의 실명제화” 등의 위험한 발언으로 오히려 우려를 더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측이 실명제 도입해야
이와 관련해 전소희 WTO반대국민행동 사무처장은 온기운 논설위원의 ‘실명제’ 발언에 대해 “서로 실명하자”며 강하게 응수했다. "오히려 정부측이 애매한 밀실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언제나 실명으로 저항했다”고 말을 이었다.
또한 “'전략적 이민'은 전략이 아니”라며 “국내의 사회적 구조적 문제를 이민이라는 구실로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한편 전소희 사무처장은 정부가 추진하려는 ‘한-캐나다 FTA’에 대해 정치적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하고 “정부가 경제적으로 큰이익이 있다는 것보다 만만한 협상으로 ‘숫자채우기’를 하고 있다”며 “최대한 협조가 가능한 국가부터 시작해 저항을 최소화하여 FTA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꼬집었다.
앞으로의 투쟁방향에 대한 참세상의 물음에 전 사무처장은 “칠레나 일본의 경우처럼 개별적(쌀, 금속)으로 대응하는 것이 이제는 어렵다”며 “행동 전략을 다시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모든 FTA는 문제라는 근본적 문제 제기와 더불어 행동전략과 대응논리를 모색할 단계”라는 의미라며 “올해 WTO 반대투쟁과 11월 아펙 반대투쟁을 시작으로 정부에 맞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한-캐나다 FTA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준규 팁장의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