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L-CIO, 출범 50년만에 대규모 분열 사태

서비스노조· 팀스터 이미 탈퇴, 식품상업노조·호텔식당노조도 뒤 이을 듯

AFL-CIO 20% 차지하는 산하 양대노조 탈퇴 선언

  25일부터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AFL-CIO 연례 총회 [출처: AFL-CIO 홈페이지]

지난 1955년, 냉전적 노동운동 청산과 개혁을 내세우며 출범한 미국 산별노조총연맹, AFL-CIO가 50년만에 분열됐다. AFL-CIO 산하의 전미서비스노조(SEIU)과 전미트럭운전자조합(팀스터-IBT)은 연례 총회가 시작된 지난 25일, 대의원들의 만장일치로 탈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두 노조의 조합원은 각각 180만명, 140만명에 달해 AFL-CIO 전체 조합원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지난해 AFL-CIO 전체 조합비 9천6백만 달러 가운데 2천만 달러 이상을 분담금으로 납부했다.

또한 식품상업노조(The United Food and Commercial Workers)와 호텔식당노조(UNITED HERE)도 이들의 뒤를 따라 탈퇴행렬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상업노조의 조 한센 위원장은 그들이 총연맹 내에 머무르기를 바라는 스위니의 노력을 알지만 탈퇴 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들(AFL-CIO지도부)가 말하는 것을 뭐든지 다 들을 용의가 있다”며 “하지만 우리의 차이는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결정에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를 통해 탈퇴를 기정사실화 했다.

이 4개의 조합들은 이미 지난 4월 집행위원회에서 노동운동의 쇠퇴에 무기력하다는 이유로 스위니 집행부에 대한 공세를 펼친바 있지만 패배했고 결국 탈퇴를 하게 된 것이다. 연차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서비스노조국제연맹과 전미트럭운전자조합, 식품상업노조와 호텔식당노조(UNITED HERE)등 주요 4개 산별노조는 존 스위니 위원장의 리더쉽 아래 있는 총연맹이 수십년 간 지속된 조직화된 노동진영의 추락을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도부 경선을 포기하고 총회를 보이콧 한다고 밝혔다.

'분열책동이다' VS '근본적 변화의 물결이다'

이번 분열은 고급 숙련공들을 대표했던 전미노동연맹(American Federation of Laber)를 탈퇴한 자동차, 철강, 제조업 생산 노동자들이 산업조직평의회(The Congress of Industrial Organizations)를 결성했던 지난 1930년대 이래로 가장 큰 미국 노동계의 균열로 평가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4개의 주요 노조의 탈퇴에 대해 노동운동에 깊은 상처를 입히고 임금 인상, 의료보장 확대 같은 노동운동 고유의 역할보다 내부 권력투쟁에 힘을 쏟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레오 제럴드 전미철강노조 위원장은 4개 노조의 총회 보이콧 소식이 전해진 24일, “오늘은 비극적 날이다. 노동자들의 집을 떠난 사람들이 바로 우리의 집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번 탈퇴 행렬의 중심인물인 앤드류 스턴 전미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점점 더 극심해 지는 노동운동의 쇠락으로부터 노동자들을 구할 수 있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그들에 대한 공격에 맞섰다. 현재 미국의 조직노동자 가운데 민간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반세기전의 35%에서 최소한 8% 이상이 줄어든 상황이다. “우리는 노동 운동을 나누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운동을 재건하려는 것이다” 미국노동운동계에서 존 스위니 만큼이나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 앤드류 스턴의 말이다.

조직률 하락, 스위니 장기집권이 갈등의 핵심

  95년부터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71세의 존 스위니는 이번 총회에서 4년 임기의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AFL-CIO 홈페이지]
전미노동조합총연맹, AFL-CIO는 56개 소산별 노조로 이루어져 있고 가입자 숫자는 1천3백만명에 달한다. 그리고 탈퇴한 두 노조를 포함한 4개의 노조는 이 가운데 1/3 정도를 대변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조직률 향상을 위해 페더럴 익스프레스나 월마트 같은 대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초기업적 노조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승리를 위한 변화’(the Change to Win Coaltion)라는 의견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존 스위니 위원장은 화난 목소리로 “우리들이 각자 내놓는 제안의 차이가 크지도 않은 상황에서 총회를 보이콧하는 것은 노동형제자매 모든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노조를 세우는 것보다 노조를 망치는 것이 훨씬 쉽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제럴드 맥컨티 전미공무원연합(the American Federation of State, County and Municipal Employees) 위원장은 주요 노조들의 AFL-CIO 탈퇴는 노동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유일한 승자는 노동조합의 약화를 갈구하는 조지 부시와 그의 추종자들 뿐”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몇몇은 이번 탈퇴 행렬은 원칙에 대한 싸움의 결과가 아니라 이기적인 권력 투쟁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 자신에게 스폿라이트를 돌리기를 원한다면, 이것(탈퇴)이야 말로 당신이 따라야할 전략이다”고 해롤드 샤이트버거 국제 소방관조합 위원장은 말했다.

탈퇴파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은 원칙적 문제 때문에 보이콧을 감행했고 존 스위니의 10년에 걸친 지도 아래서 노동운동의 성장에 필요한 과감한 행동이 줄어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탈퇴 전 이들은 미조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에 연맹 재정의 절반 이상을 투여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스위니 측은 조직화에 대한 총연맹의 지출을 충분히 증가시켰다고 밝혔으나 조직화에 투여된 예산의 절반 정도는 다시 정치활동, 고용안정 활동 등에 전용됐다.

사실 탈퇴파 들은 존 스위니 위원장이 퇴진하면 AFL-CIO 탈퇴를 재고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주요 노조들의 탈퇴 소식과 함께 시카고에서 열린 연차 총회에서 스위니의 재선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71세인 존 스위니 위원장이 재임에 성공하면 앞으로 4년 더 위원장직을 맡게 된다.

미국정치와 AFL-CIO

  부통령후보였던 에드워드 민주당상원의원이 존 스위니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출처: AFL-CIO 홈페이지]

한편 AFL-CIO의 분열은 미국 민주당에게 충격적인 소식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주요 선거에서 AFL-CIO는 민주당에 조직과 자금을 지원했고 표밭으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탈퇴파들은 AFL-CIO가 지나치게 민주당에 편향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이들은 민주당의 보수성을 비판하고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립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서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AFL-CIO 총회에는 지난 대선에 부통령 후보로 나왔던 존 에드워드 상원의원, 떠오르는 신성으로 평가받고 있는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등 민주당의 대중적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존 스위지 지도부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AFL-CIO를 두고 탈퇴파와 고수파가 날카로운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지만 미국의 좌파 노동운동 진영은 이러한 구도 자체에 대해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스위니 지도부의 한계와 ‘승리를 위한 변화’그룹의 논리를 동시에 비판하고 있는 형편이다. AFL-CIO의 정책고문을 맡았던 빌 플레쳐는 지금의 논쟁이 "타이타닉에서 의자들을 다시 정렬하고 있을 뿐 배가 물에 빠지고 있다는 사실과는 무관하다"고 Z-NET과의 인터뷰를 통해 꼬집기도 했다.
태그

민주당 , AFL-CIO , 존 스위니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태곤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