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은 황우석 사태가 "하나의 신드롬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이 집약되어 표출"되는 상황에서 "찬반토론이나 일방적인 비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차분히 돌아봄으로써 우리 사회 이성과 상식의 회복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좌담은 한재각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조이여울 일다 편집장, 나정걸 시민참여연구센터 회원, 이강택 KBS PD, 최용준 민중의료연합 대표 등이 참석, 1부는 모두발언으로 의견을 발표하고, 2부는 종합토론 방식으로 진행했다.
▲ 한재각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
2004년 2월의 <사이언스> 논문에 대해서 <네이쳐>지가 4월에 공식적으로 난자와 관련된 연구윤리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였고, <네이쳐>지의 문제제기 직후인 2004년 5월경에 한국생명윤리학회가 황우석 교수에게 관련하여 공개질의를 하였다.
또한 올해 8월에도 시민단체 토론회에서 똑같은 문제제기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는 이를 외면했다. 첫 문제제기 후 1년 반이나 지난 시점에서 'PD수첩' 방영에 임박하여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진 것이다. 11월 초 미즈메디 병원의 노성일 원장이 난자매매를 통해서 불임시술을 했다는 경찰수사가 흘러나오면서, 본격적인 황우석 교수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그 동안 우리사회는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연구윤리 논란에 대해서 외면하면서 문제를 키워왔다.
한편 노성일 원장이 매매된 난자를 연구에 이용했다고 고백하고, 곧이은 'PD수첩' 방영과 황우석 교수의 연구윤리 위반에 대한 시인과 사퇴 기자회견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곧이어 논문 진위 여부를 둘러싼 정말 감당하기 힘든 논란으로 넘어갔다.
11월 17일경 노무현 대통령이 박기영 보좌관을 통해 'PD수첩'의 취재 사실을 전해들은 후,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게재하면서 'PD수첩'이 논문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 취재한다고 언급을 하면서 공개적으로 불거지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 '중앙일보' 등이 이를 확인하는 기사를 본격적으로 쓰면서 되돌릴 수 없는 국면으로 넘어갔다.
이후 MBC PD수첩이 취재의 모든 과정을 담은 2차 방영을 준비하던 차에 안규리 교수가 YTN 기자와 함께 미국에 갔다 오면서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을 보여주는 방송을 보도하였다. 그러면서 논문 진위를 둘러싼 논란이 ‘진실규명’에서 ‘취재윤리’ 위반 문제로 쟁점이 일탈되게 되었다. MBC는 곧바로 9시뉴스를 통해 사과하고, 최근에는 'PD수첩'까지 폐지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논문진위를 다루는 'PD수첩'의 방영은 불가능하게 된 것처럼 보이고 있다.
황우석 교수가 연구 과정에서 연구원의 난자를 사용하고, 난자 매매와 연루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으나, 무엇보다 거짓말을 계속 해왔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로서 황우석 교수는 과학자의 정직성 문제를 제기받게 되었다. 그런데 황우석 교수 논문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 다수 대중은 설마 그건 아니겠지, 논문은 거짓이 아니겠지 라는 마음으로 믿고 있다. 드러난 객관적인 의혹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에 대해서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이 아니라 믿음의 문제로 변화하는 양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생명윤리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다. 생명윤리법 관련된 논의가 처음으로 나온 것은 1997년 복제양 돌리가 나온 직후에, 인간복제를 막자는 차원에서 '생명공학육성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성과를 보지 못하고 15대 국회 해산과 함께 폐기되었다. 그후 2000년 들어서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가 경쟁적으로 생명윤리법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과학기술부는 생명윤리자문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처음에는 황우석 교수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시민단체들은 이해당사자의 참여라면서 불참을 주장하여서 빠졌다.
이것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가져왔다. 자문위의 활동은 매우 민주적이며 성과있게 진행되었다. 그 토론의 결과 배아복제는 금지하자는 것이었다. 즉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금지하자는 것인데, 이것이 화근이 되었다. 황우석 교수와 연관된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는 반발하였고, 과학기술부 장관은 자문위원회가 제안한 법안을 특별한 이유 없이 거부하였다. 나중에는 별도로 줄기세포연구를 지원하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팽 당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생명윤리법안을 만들었다. 초기의 법안에는 인공수정을 관리하는 조항도 들어 있었으나, 의료계의 반대 등으로 사라졌다. 대단히 아쉬운 일이다. 특히 최근의 난자 매매와 관련된 논란을 보면 이때 그 법 조항을 만들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한편 보건복지부 초기 법안에서 배아복제는 금지하는 것이었으나, 점차 ‘원칙적 금지 및 위원회 심의를 통한 개별 연구 허용’에서 ‘원칙적 허용 및 위원회의 허용범위 결정’으로 변화되었다. 게다가 부칙 조항에 법 제정이후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었는데 이것이 황우석 교수가 2005년도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을 연구한 시기이다.
게다가 2005년도 법 시행이후에 결과적으로 황우석 교수만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마련된 부칙 조항도 붙었다. 황우석 교수만 빠져나갈 수 있는 법률상의 구멍을 만들어낸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에는 박기영 현 청와대 보좌관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한편 기초과학 지원의 형평성과 관련, 줄기세포 연구에 지나치게 연구비 투자가 많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상대적으로 성체줄기세포연구에 보다는 배아줄기연구 쪽으로 연구비가 많이 들어가고 있으며, 특히 황우석 연구팀에게 많이 집중되고 있다는 평가들이 많다. 지원 규모 전체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으나, 파악할 수 있는 한에서 점검해본 결과 1998년부터 황우석 연구팀에 들어간 예산이 대략 380억 규모 정도로 알고 있다. 복제배아 줄기세포연구, 이종간 장기이식을 목포로 한 형질전환돼지 연구, 광우병 내성 소 개발 등을 위한 연구비, 연구동 건설, 연구기자재 설치, 실험농장 등에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황우석 교수에 대한 투자가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 있다. 차기 연도 정부 예산안은 대개 5월에 만들어지는데, 그때에 제시되지 않았던 최고과학자연구지원사업이 갑자기 10월달 수정 예산안에 등장했다. 박기영 보좌관이 직접 발표했는데, 최고과학자 황우석 교수에게 265억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최고과학자가 누구인지 선정하는 절차도 없이, 갑자기 황우석 교수가 최고과학자고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것은 민주적 절차와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에서 문제제기했다. 민주적 절차를 마련하라고 했다고,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왜 황우석 교수 연구를 방해하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우리의 문제제기를 외면했다.
하지만 과학기술부 올해 6월에 최고과학자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를 추천받아 다시 황우석 교수를 최고과학자로 선정 발표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지만, 어쨌든 절차상의 보완을 요구한 민주노동당의 문제제기를 수용한 것으로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최고과학자에게는 1년간 30억씩 5년간 150억 원을 주겠다고 발표했는데, 265억 원이라는 액수와 지원시기가 달라서 의아했다. 하지만 결론은 265억 원은 265억 원대로 주고, 올해에는 추가로 10억 원을 더 주겠다는 것이었다. 내년부터는 30억 원씩 주고. 더 문제는 추가로 지급한다는 10억 원의 출처인데, 올해 첫 시행할 예정이었던 국가특별연구원제도의 예산에서 전용된 것이었다.
그런데 국가특별연구원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면, 박사 취득 후 3년 이내인 우수한 젊은 연구자에게 초기에 충분히 투자해서 연구역량을 확실히 키우겠다는 제도였다. 연구원 1인에게 1년간 1억씩을 주기로 하고 올해는 10명에게 10억 원을 주기로 예산이 편성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예산을 전용해서 황우석 교수에게 몰아준 것이다. 이래 놓고 과학기술부가 기초과학을 육성하겠다는 이야기를 낯 뜨거워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너무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