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은 황우석 사태가 "하나의 신드롬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이 집약되어 표출"되는 상황에서 "찬반토론이나 일방적인 비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차분히 돌아봄으로써 우리 사회 이성과 상식의 회복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좌담은 한재각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조이여울 일다 편집장, 나정걸 시민참여연구센터 회원, 이강택 KBS PD, 최용준 민중의료연합 대표 등이 참석, 1부는 모두발언으로 의견을 발표하고, 2부는 종합토론 방식으로 진행했다.
▲ 나정걸 시민참여연구센터 회원 |
일단 형식적인 면에서는 연구과제의 선정 및 평가 시스템이 잘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각 부처간의 중복투자를 막고, 범 부처적인 중장기 국가기술개발을 위해 2004년 과기부총리 산하에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세워졌다.
이 혁신본부에서 국가 연구과제의 큰 틀을 잡는데, 주로 ‘국가 경쟁력 강화’나 ‘성장 중심’의 시각에서 본다. 즉 경제적인 파급효과만 보는 것이다. 사회적인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등한시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하여 시민사회에 의한 민주적인 감시와 통제가 필요하다.
최근들어 기술영향평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으나, 관련단체의 전문성 부족과 정부의 관심 부족으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제 선정의 형식적 시스템은 갖춰졌으나 인원이 부족하고 단기간에 결과물을 내야 하므로, 관련 로드맵이 급하게 작성되어 허술한 면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 자원의 분배는 주로 대가 중심으로 흘러가게 된다. 부담감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의 ‘대가’란 언론에 자주 오르내려 국민들에게 친숙한 유명인을 의미한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기 위해서는 소위 ‘세계최초’를 구현해야 하는데 이 때 ‘사이언스’나 ‘네이처’ 등의 탑클래스 저널의 권위를 빌게 된다. 이렇게 정부와 언론, 일부 과학기술계 인사를 중심으로 고리가 형성되고 이른바 ‘황우석 신드롬’이 탄생하였다.
언론에서는 ‘사이언스’ 한편 쓰면 금메달 한 개 획득, 이런 식으로 왜곡된 의미를 부여하고, 정부에서는 ‘스타’ 과학자 육성이랍시고 오히려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과학기술자들은 장기적인 내실보다 당장의 ‘대박’을 터뜨려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리게 된다. 이러다 보니, 공학하는 사람들도 자연과학잡지인 ‘네이처’, ‘사이언스’에 논문을 쓰려고 애쓰게 된다.
‘과학기술중심사회’를 모토로 내걸었던 정부는 이 단어의 함의에 대하여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았고, 국민적 영웅을 만드는 쇼로 만들고 말았다. 이런 국민적 영웅에게 연구비를 주는 것에 대하여 그리고 그의 업적에 대하여 감시하겠다고 하면 단숨에 매국노 취급을 받게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왜 필요한지, 과학기술과 시민사회가 어떠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할 것인지, 여기에 대하여 합의가 필요하고, 이러한 부분을 미리 고민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교과 과목에 과학윤리나 기술정책 과목을 포함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이번 사건의 핵심 중 하나인 연구 진위 논란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연방규정으로 채택하여 운영 중인 ‘연구정직국(Office of Research Integrity)’을 참조할 만하다. 이미 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있긴 하나, 풀(pool)이 좁다 보니, ‘좋은 게 좋은 거다’ 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를 좀더 강력하게 확대 정비할 필요가 있다. 연구 진위 논란이 터진 게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 논란을 과학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덮으려 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