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독수독과(毒樹毒果)론’ 적용
이상호 MBC기자의 보도로 알려진 일명 ‘X파일’ 사건에 대해 검찰이 14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참여연대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를 진행한지 143일 만이다. ‘X파일’은 김영삼, 김대중 정권 시절의 국정원의 불법 도· 감청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이건희 삼성회장과 홍석현 前주미대사, 이학수 삼성구조본부장 등의 정관계 불법 자금 제공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건희 삼성회장과 홍석현 前주미대사, 이학수 삼성구조본부장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반해 이 사실을 보도한 이상호 MBC기자와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은 도청자료를 공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이다. 검찰의 이번 수사결과 발표는 지난 8월 이번 사건은 ‘독수독과(毒樹毒果)론’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며 도청이 불법이라도 도청 내용을 수사할 수 있다는 판단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삼성공화국의 거대한 비리의혹은 수면 속으로 가라앉게 된 것이다.
검찰은 5개월에 가까운 수사를 진행했으나 이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해서는 단 한차례의 소환도 하지 않고 서면조사를 하는 것에 그쳤다. 또한 검찰이 홍석현 前주미대사에 대해서는 소환조사를 계속 미뤄오면서 증거인멸의 기회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불법도청이 만연할까봐 도청내용 조사 못해
검찰은 이번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백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집을 제출했다. 이에 대부분은 안기부 시절의 도청 실태를 밝히는 것으로 할애되었으며, 문민정부 시절 정권초기부터 상시적으로 불법 도 · 감청이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에 반해 이건희 삼성 회장 등의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해서 검찰은 “당시 전달된 자금이 회삿돈이 아닌 이건희 회장의 개인 돈이기 때문이 특경가법상 횡령죄를 적용할 수 없다. 또한 공소 시효가 지났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또한 검찰은 “불법감청 자료로 수사를 진행할 경우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사회적 이익을 목적으로 불법감청을 감행한 후 그 내용에 따라 불법감청 피해자들을 조사하라는 부당한 요구가 가능하게 되는 등 불법감청 풍조가 만연할 것이다”라는 우려를 표명하며 감청 내용에 대해 더 이상 조사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측은 “엄정한 수사에 따른 합당한 결론”이라며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검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황당한 결정“
한편, 민주노동당과 언론노조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강력히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14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고, “이번 수사결과는 대한민국 검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참으로 어이없고 황당한 결정이다. 진실규명을 위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삼성 장학생임을 만천하에 공표한 검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검찰의 수사가 공정성을 상실하고 삼성의 손을 들어주기 위해 구색 맞추기에 전념한 것이라 규정하며 이번 사건은 검찰이 아니라 특별검사제의 도입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며 특검을 요구했다.
열린우리당도 논평을 내고 “현행법 체계 아래서 검찰 수사의 실체적 접근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특검법 수용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