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승무원들은 일하고 싶다"

KTX지부 서울 상경,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앞 결의대회

  KTX지부 조합원들이 결의대회 장소인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로 들어서고 있다.

  서울과 부산 KTX지부 350여 명이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앞마당을 가득 메웠다.

경기도 양평에서 파업투쟁을 지속하던 KTX승무원 350여 명이 6일 오후 서울로 상경,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앞마당에서 결의대회를 가졌다.

총파업 6일째인 KTX지부 조합원들은 침낭과 깔개가 주렁주렁 매달린 몸집만한 짐을 이고지고 관광버스에서 내려 오후 5시 반경 서울지역본부에 들어섰다. 260여 명이던 서울KTX승무지부에 부산KTX승무지부가 합류해,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는 한층 커지고 밝아진 모습이었다.

발언에 나선 민세원 서울KTX지부장은 "이철 철도공사 사장의 말대로, 우리도 철도의 발전과 성장을 바라는 마음으로 입사했지만 열심히 일하던 여승무원들이 차가운 바닥에 앉아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해야 하는 상황을 누가 만들었느냐"며 철도공사를 성토하고, 이철 사장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승무원들이 투쟁해봤자 얻을 것이 없다"고 한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세원 지부장은 "20대 초중반의 젊은 여승무원들이 인간답게 살아보겠다고, 제대로 일하고 싶다고 하는데 이철 사장은 그런 말이 입에서 나오나, 여승무원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이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혜인 부산KTX지부장도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도, 정규직 자리가 탐나서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은 쉬자고, 주겠다던 월급은 달라고, 존중해 달라고,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나온 것이다"라면서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서울역 안 KTX열차가 오가는 모습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서 결의대회 사회를 보던 한효미 서울KTX지부 대의원은 "승무원들이 없는 KTX 열차에서 승객들이 내려오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 우리는 어서 KTX 열차에서 일하고 싶다"며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듯 목이 메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KTX지부의 파업을 지지하는 노동사회단체 10여 곳도 참석했다.

한편 '공공부문 외주화 반대, KTX승무원 정규직화 쟁취투쟁 지원대책위원회' 결성을 준비하고 있는 양규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는 "여러 날 동안 기본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지지를 보낸다"며, "끊임없는 비정규직화를 시도하고 있는 정부와 철도공사에 맞서 투쟁하는 KTX지부를 그대로 둘 수 없어, 여러 사회단체들이 지원대책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서울과 부산 KTX지부는 당분간 서울에 마련한 거점에서 머물며 파업 투쟁을 지속할 계획이다.

[인터뷰] 정혜인 부산KTX지부 지부장

- 부산에서 산개투쟁을 하다가 양평의 서울KTX지부에 합류했고 오늘 다시 서울로 상경하게 됐다. 소감은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산개투쟁을 했었는데 본조의 현장전환 투쟁 방침이 결정된 후 정규직 동지들은 해산했다. 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있다가 우리만 부산에 남게 되어 아무래도 부담이 없지 않았는데, 서울KTX지부와 합류한 이후엔 의지가 많이 되어 좋다.

- 철도유통 측에서 회유나 탄압은 없었는지

물론 전화도 오고 문자도 보내고 음성 메세지도 남긴다. 대개 몇월 몇일 몇시까지 복귀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서울KTX지부와 마찬가지로 부산KTX지부에서도 저를 포함해 몇 명의 간부가 직위해제됐다.

- 사측에선 KTX관광레저의 정규직 안을 내놓고 있고, 노조에서는 계약직이더라도 철도공사에 직접 고용되길 원하고 있는데

사측이 주장하고 있는 'KTX관광레저의 정규직화'라는 것은 말뿐인 안이다. 정규직이 될 기회를 100%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지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기회를 준 후 선별 채용할 것이 뻔하다. 우리의 요구는 KTX 서비스의 외주화를 철회하라는 것이고, 철도공사에서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철도유통도 문제가 많았지만, KTX관광레저는 여행상품을 만드는 회사인데 무슨 검증을 할 수 있나? 2년간 (철도유통에) 당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현장에서 승무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문제는 무엇인지

세 명의 승무원이 일해야 하는 열차에 두 명 혹은 한 명만의 승무원을 태워 모든 일을 다 하도록 하고 있다. 한 열차에 장애인이 대여섯 명 정도 타는 경우가 있는데 세 명의 승무원이 승하차를 도와도 다른 승객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정도로 힘든 일이다. 사측이 인원 충원은 해주지 않는 상태에서 두 명이나 한 명이 세 명의 승무원이 하던 일을 해야 하다 보니 병가를 내고 싶어도 사측의 협박으로 전혀 쉴 수가 없는 조건이다.

- 앞으로의 투쟁에 임하는 각오를 말해달라

우리는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고 마지막으로 총파업을 선택한 것이다. 총파업 말고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다. 현장에서 허덕이면서 일할 수 없어서 부산에서도 무리해서 올라온 것이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우리의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일 때까지, 성과를 얻을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