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관련 공청회는 시작도 쉽지 않다. 공식적으로 한미FTA 반대를 선언하고 나선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의 주장과 그 빌미를 제공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강행 처리 과정 그리고 반대 진영을 배제 행태는 결국 제대로 된 공청회를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범국본은 2차 공청회 시작에 앞서 '공청회' 무효를 선언하며, 제대로 된 공청회를 하기 위해 우선적인 통합협정문 내용의 공개를 주장했다.
2월 2일 1차 공청회, 요식행위라 하는 이유
이미 많이 알려진 바대로 한미FTA 협상 개시 선언을 앞두고 정부 공청회가 2월 2일 진행될 예정이었다. 공청회 장소로 예정된 강당 앞쪽에는 200여명의 사설 용역들이 사전에 배치돼 있었다. 결국 공방 끝에 이들이 퇴장했고 공청회는 시작됐다.
개회 선언에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의 개회사가 이어졌다. 이어 홍지인 외교통상부 심의관의 경과 보고가 진행됐다. 보고 과정에서 홍지인 심의관이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고 거론한 지점에서 이견을 제기되며 방청석에서는 "오늘 공청회를 하고, 대외 장관 회의 이후 내일 협상 개시를 선언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는데 이 보도가 사실이냐?"라는 질문이 터져 나왔다. 결국 공방 끝에 본 토론은 시작도 못하고 경과 보고 과정 중 공청회 무산이 선언됐다.
바로 1차 공청회의 절차성에 대한 제기는, 정부는 '개회 선언'을 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과 범국본은 '본 토론은 시작도 못했으니 무산된 공청회'라는 엇갈린 주장에서 빚어진 결과다.
당시 미국에 체류 하고 있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 새벽(한국시간) 한미FTA 협상 공식 개시를 선언했다. 관련해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금의 한미FTA는 대통령 훈령 절차 규정 조차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통령 훈령에 따르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FTA 추진위원장’으로 공청회를 주최해 대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이 내용을 대외경제장관회의에 보고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1차 공청회 당시 김현종 본부장은 미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권영길 의원은 “한미FTA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역설하면서도 국내 보고 총책임자가 국내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워싱턴에서 일방적으로 선언했다”는 점을 들며 “훈령의 절차가 있으나마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언자 구성에 문제가 있다?
이날 공청회는 제조업, 서비스업, 농수산업, 기타 분야 등 4개의 세션으로 구분, 4명의 정부 협상 담당자들의 보고와 22명의 토론, 발제자들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김준동 산업자원부 자유무역협정 팀장은 제조업 분야 협상 경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발언자로는 김소림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상무, 이인숙 한국제약협회 기획실장, 백흠길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상무, 여중구 삼성전자 차장, 김무한 무역협회 통상협력팀장, 이기석 산업기술시험원 수석연구원이 진행할 예정이었다.
관련해 범국본은 “발언자 6명 중 한미FTA 추진과 관련해 비판적 의견을 가진 사람이 단 한명도 배치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발언 참가자들의 면면이 산업적 이해가 걸린 당사자들만이 섭외되어 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노동분야’에 대한 발언자로 박영범 한성대 법학과 교수가 배치되어 있다. 공청회 장소에서 민주노총의 한 조합원은 “법학과 교수가 왜 노동 분야 의견 개진을 하느냐”고 질문했다. 사회 담당자는 “노동법 교수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조합원은 “노동분야 의견 개진을 노동자들에게 주는 것도 아니고, 법학 교수에게 맡기면서 어떤 의견을 듣겠다는 것인가”라며 “당사자들이 배제된 상황에서 해당 분야의 의견 발표자의 자격 요건이 맞지 않다”고 항의 했다.
한편 농업 일반에 대해 의견 개진하기로 했던 전기환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공방 과정에서 ‘형식적 요건에 맞지 않고, 절차상의 문제제기를 하며’ 토론자 참여를 거부 선언했다.
정부 내용 충분히 공개했다 VS 도대체 뭘 공개했다는 말인가
한미FTA 1차 협상을 통해 미국과 합의한 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통합협정문 초안이 있다. 현재 한국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은 극히 일부분이다. 공청회 참가자들은 “의견을 제시할 대상, 1차 협상 결과를 잘 모르고, 정부의 구체적 향후 협상 목표가 모호한 상황에서 공청회에서 어떤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를 반문했다.
그러나 정부는 범국본의 ‘협상 내용 공개’를 요구하는 공문에 대해 “1차 본협상 전면 공개와 관련해 정부는 1차 협상 기간 동안 매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협상의 주요 내용을 설명했고 동 내용들은 언론을 통해 상세히 보도된 바 있다”는 회신을 보냈다. 바로 이 지점에서도 엇갈리는 주장이 반복된다.
문제는 1차 협상 기간 동안에 언론에 공개된 내용은 술래잡기 그 자체였다는 점이다. 한 예로 ‘노동분과’의 퍼블릭커뮤니케이션 관련한 내용도 정부 공개에 앞서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면서 역으로 공개된 내용이다.
전체 통합협정문 내용이 200여 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에 비해, 정부가 결과로 보고한 1차 협상 결과는 6쪽에 불과하다. 내용도 구체적이거나 분명하지 않은 것도 엇갈린 주장의 발단이다.
예를 들어 ‘지재권’ 협상과 관련해서 정부는 “미국 측은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50년-> 70년), 지재권 침해에 대한 법집행 강화(법정손해배상제도, 비친고죄 적용확대)를 요구했다”는 것과 “양측은 각종 쟁점에 대한 양국간 기본입장과 제도 현황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상당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 협정문의 통합에는 합의”했다는 두가지 내용이 전부이다.
누구도 이 두 가지 문맥만으로 ‘지재권 분야’의 협상이 어떻게 됐고,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기가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 조차도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국은 의회와 행정부 모두가 공유하는 내용을 한국에서는 정부만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좀더 나아가 범국본의 경우 이미 미 무역대표부 USTR 보고서, 통상법 등을 근거로, ‘미국이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을 요구할 것이고, 그간 미국 협상단이 타 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입장이 뭔가’를 물어왔던 경위가 있다.
정부가 밝힌 협상 결과에서 ‘미국측이 요구했다’고 보고한 내용은 범국본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내용일 수 없는 셈이다. 이미 협상 개시 전 부터 범국본은 기정 사실로 인정하고, 오히려 정부의 입장을 물어왔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보고는 1차 협상 후 범국본이 재차 주장한 내용을 정부가 ‘정말 미국인 그런식으로 요구하더라’를 인정한 것 외에 별다른 내용이 없는 상황이다.
이어진 2줄의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통합협정문이 합의됐다’고 하지만, 입장차이가 어느 부분, 어떻게 있었는가에 대한 부분과 협정문 통합을 어떻게 이뤄냈는가에 대해서는 설명이 전무하다는 점이 범국본 소속단위들의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그리고 '지적재산권' 분야 뿐만 아니라 17개 협상분과 전체가 이런식으로 축약 정리, 보도 돼 있다. 결국 정부가 '공개 할 만큼 했다'는 면피 전략을 계속 구사할 경우 공방은 계속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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