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암흑 속에서 동굴 같은 복도에 웅크려 수시로 도발해 오는 경찰의 진압 위협에 곤두선 신경을 부여잡고 있다. 전기분회 조직부장으로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을 4일간 함께 진행하다, 투본회의의 조직화 방침에 따라 현재는 상황실에 머물고 있는 이창은 조직부장을 만났다.
버스 밑에 들어간 조합원은 다행히 무사했지만 자칫 큰 사고가 날 뻔한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긴급한 판단은 불시에 본사로 진입하는 것이었다. 변변한 침낭이나 도시락 하나 없이 농성을 시작하고서 6일을 버틴 것이다.
한 끼 식사는 물 한 통과 초코파이 한 개
"안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음식 문제입니다. 식량은 한정돼 있고 농성은 언제 끝날지 모르니, 물 한 병, 초코파이 하나로 한 끼를 때우기도 하고 두 끼를 때우기도 하고. 지금은 단전단수가 돼서 더 심각해요. 궂은 날, 잘 때 덮을 것이 있나, 제대로 씻을 수가 있나, 대소변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나, 인간으로서 의식주 문제가 해결 안되니 비참하죠"
한 층에 3-400명이 밀집돼 있는 농성 장소에다, 열악한 환경으로 고연령층 조합원들 사이에 환자도 속출한다.
"씻지 못하고 자지 못하니 건강에 문제들이 많아요. 포스코 건물은 유리창도 열리지 않고 외부와 공기가 통하는 통풍구라고는 전혀 없어서, 단전이 된 후로는 탁한 공기가 말도 못할 거에요. 장마철이라 감기 환자부터 고혈압, 당뇨 환자도 있고. 당뇨병 환자 경우에 정기적으로 투약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구요. 고혈압 환자들도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상태가 최악입니다"
경찰 도발에 잠 못 이루는 밤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조합원들은 경찰의 도발에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밤낮이 없이 10-20분 간격으로 바리케이트를 건드리면서 도발하는 통에 전혀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우리가 점거농성을 처음 해봤는데 매 시간, 매 분마다 경찰이 진압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고 쫓기는 마음에 억수로 긴장해 있습니다. 모두가 불안하고 흥분한 상태고 잘 때도 전쟁 준비하듯이 장갑을 벗지 않구요. 경찰은 최대한 심리전을 펴서 자진해산을 유도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만에 하나 최악의 경우가 발생해서 수천 명의 조합원들이 옥상으로 몰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창은 조직부장은 농성중인 조합원들을 염려하면서도, 그들에게 하고싶은 말을 남겨달라는 주문에 결연하게 그들을 격려했다.
"우리에게는 주5일제 노동을 하고 싶다는 정당성이 있고, 농성중인 조합원들도 투쟁 결의가 높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루빨리 파업이 끝나길 바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포스코 측이 최선을 다해 사태 해결에 앞장서야 합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용기를 잃지 마시고 최선을 다해서 결사 투쟁합시다"